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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1만원 돼야 여행" vs "최저임금이 여행비 대줄 돈이냐"

"시급 1만원은 돼야 짧게 여행이라도 간다." (노동계)
"최저임금이 여행비 대주기 위해 사업주가 내야 하는 돈이냐."(경영계)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두고 노사간 격전이 시작됐다. 19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전원회의를 열었다. 최저임금위 위원들이 물갈이된 뒤 내년 최저임금을 놓고 벌이는 사실상 첫 논의다.
노사 요구액은 25일 전원회의 이후 제시
이날 회의에선 최저임금을 심의하기에 앞서 선결 조건에 대해 의견교환을 했다. ▶최저임금 공표 시 시급과 월급을 병기할 것인지 아니면 시급만 공표할 것인지 ▶업종별 또는 기업 규모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것인지 등을 논의했다.
 
노사 양측이 바라는 내년 최저임금액 제시는 25일로 예정된 전원회의에서 박준식 위원장이 노사 양측에 요청한 뒤 이뤄질 전망이다.
시급과 월급 병기 놓고 노사 대립
첫 회의부터 노사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시급과 월급을 함께 공표하는 문제를 놓고 중소기업과 영세상공인은 월급 병기를 반대했다. 월급에는 주휴수당이 포함된 액수가 제시된다. "주휴수당을 없애라"는 기존 경영계의 입장을 담은 요구다. 노동계는 월급 병기 의무화를 주장했다.
 
이 사안은 2015년 당시 사용자측 위원으로 참석했던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병기하기로 합의하고, 이에 따라 시행해 오고 있는 것이어서 향후 큰 논란으로 번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주휴수당 문제는 논의 내내 불거질 수 있다.
이근재 소상공인연합회 노동·인력·환경 분과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2020년도 최저임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년 새 최저임금이 29% 올라 경영 환경이 악화됐다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에서 소상공인업종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을 논의할 것과 주휴시간을 사실상의 소정근로시간으로 간주해 계산한 월산액 표기를 삭제할 것을 촉구했다. [뉴스1]

이근재 소상공인연합회 노동·인력·환경 분과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2020년도 최저임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년 새 최저임금이 29% 올라 경영 환경이 악화됐다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에서 소상공인업종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을 논의할 것과 주휴시간을 사실상의 소정근로시간으로 간주해 계산한 월산액 표기를 삭제할 것을 촉구했다. [뉴스1]

경영계 "규모별 차등 적용" vs 노동계 "안 될 말"
문제는 업종 내지 규모별 차등 적용 여부다. 경영계, 특히 중소업계와 소상공인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경영계는 차등 적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종 심의 결정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최소한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자영업 등에는 지불 능력을 감안해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편의점 알바와 힘들게 일하는 제조업종의 최저임금이 같은 것은 시장 논리에 역행하는 모순이라는 논리를 편다. 반면 노동계는 차등적용에 반대하고 있다.
 
이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대립은 최저임금 심의 기간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도 이런 점을 고려해 이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지는 않을 전망이다.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노사 중 한쪽의 반발이 극심할 것이고, 자칫하면 지난해와 같은 심의 불참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서다.
14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2020년 최저임금 심의 관련 공청회’에서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최저임금에 대한 의견을 적은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14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2020년 최저임금 심의 관련 공청회’에서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최저임금에 대한 의견을 적은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최저임금액을 얼마로 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는 이날 하지 않았다. 그러나 5일 서울을 시작으로 광주와 대구에서 세 차례 가진 공청회에서 노사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려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회의에서도 노사는 설전을 벌였다,
"최저임금 안정으로 노동시장에 획기적 신호줘야" vs "끝까지 동결 주장하면 회의 진행 어려워"
류기정 경총 전무는 "2년간 과도한 인상으로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대내외 경제상황이 어려운데 최저임금 안정화를 통해 획기적 신호를 노동시장에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2년 간 30% 가까이 올랐지만 산입범위 확대로 2%밖에 안 올랐다"며 "끝까지 동결 주장을 하면 회의 진행이 굉장히 어렵다"고 맞섰다, 
노동계 "노동 강도 비해 최저임금 적어" vs 사용자 "더 올리면 사약" 
공청회 과정에서 노동계는 "1만원은 돼야 돈을 모아 여행이라도 간다"며 시급 1만원을 거듭 주장했다. "노동 강도에 비해 최저임금이 적다"는 주장도 했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여기서 더 올리면 사약이며, 폐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맞섰다. 경영계 일각에선 "여행비를 사업주가 대야 하냐"며 "여행비 얘기가 나올 정도면 최저임금의 본래 목적인 생계비 수준을 넘는다는 뜻"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영계는 상징적인 인하 또는 최소한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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