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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종연횡'의 주인공 소진과 장의가 던진 메시지

기자
김준태 사진 김준태
[더,오래] 김준태의 자강불식(11)
소진(왼쪽)과 장의(오른쪽) [사진 중국학 위키백과]

소진(왼쪽)과 장의(오른쪽) [사진 중국학 위키백과]

 
여기 같은 선생님 밑에서 공부한 두 사람이 있다.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둘은 동문 선배 손빈(본 연재 5회의 주인공)의 성공을 목도하고 자퇴를 선택한다. 스승 귀곡자가 간곡히 만류하며 학문을 계속 이어 가달라고 부탁했지만 듣지 않았다. 자신의 포부를 세상에 펼치고 싶은 꿈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합종연횡(合從連橫)’의 주인공 소진(蘇奏)과 장의(張儀)의 이야기다.
 
그런데 당장에라도 무언가를 이룰 것만 같던 기대도 잠시, 두 사람의 앞길은 순탄하지 못했다. 야심 차게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철저히 실패한 것이다. 준비가 부족해서였을까? 그들의 능력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서였을까?
 
기록에 의하면 당시 소진은 전 재산을 팔아 각국을 돌아다니며 자신을 써줄 곳을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거들떠보지 않았고 결국 빈털터리가 된 채 집으로 돌아온다. 장의의 신세는 더욱 비참했다. 직업을 얻지 못해 계속 가난하게 살던 그는 도둑으로 몰려 죽기 직전까지 얻어맞았다.
 
상황이 이와 같으면 보통의 사람들은 포기하기 마련이다. 자신의 꿈은 끝내 잡을 수 없는 별이 되어버렸다며 내던져버리고 진로를 바꾼다. 소진의 어머니가 소진을 타박한 말처럼 “농사를 짓든 장사를 하든” 생활 전선에 나서기도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달랐다. 그 이후에도 세상의 냉대는 계속됐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끝없이 공부했고 열국을 직접 찾아다니며 정세를 파악했다. 자신의 주장을 설파하며 권력자들을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소진은 연나라 임금에게 발탁된다. 그는 진나라에 대한 각국의 두려움을 이용하여 ‘합종’체제를 제안한다. 연나라 임금에게는 진나라의 동진을 막기 위해 조나라와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하고 조나라 임금에게는 한나라, 위나라와 힘을 합쳐야 진나라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연나라를 나선 소진은 조나라, 한나라, 위나라, 제나라, 초나라를 차례로 방문하며 진나라를 제외한 6국의 동맹 체제를 완성했다.
 
진나라에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준 것이 장의다. [사진 중국학 위키백과]

진나라에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준 것이 장의다. [사진 중국학 위키백과]

진나라는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진과 맞서겠다며 모든 나라가 한데 뭉쳤으니 말이다. 더욱이 제나라와 초나라는 진나라로서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강대국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막강한 힘이 진나라를 포위한 형국이었다. 결국 진나라는 국경인 함곡관을 닫고 15년간 암중모색에 들어간다.
 
바로 이때 진나라에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준 것이 장의다. 장의는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이용하여 서로를 이간질했다. 그리고는 강대국 진나라와 한편이 되어 이익을 도모하라며 ‘연횡’을 내세운다. 이와 같은 장의의 각개격파로 합종은 얼마 가지 않아 허물어지게 된다. (이후 몇 차례에 걸쳐 다시 합종이 시도되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자, 결과적으로 연횡이 합종을 이겼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국제정치나 역사의 범주이지 여기서 다룰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소진과 장의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끝까지 노력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실패만 거듭한다고 해서, 내 말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생활고 때문에 나의 꿈을 접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나의 꿈을 접지 않는 한, 내가 꿈을 향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 한 기회는 우연인 듯 찾아와 운명이 될 것이다.
 
김준태 동양철학자·역사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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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