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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의 컷인] '어게인 2015' 꿈꿨던 윤덕여호의 '새드엔딩' 이유는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18일 열린 2019 FIFA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A조 노르웨이와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연합뉴스 제공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18일 열린 2019 FIFA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A조 노르웨이와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연합뉴스 제공


비슷한 기간 동안 한국 축구에는 두 권의 책이 새로 쓰였다. 그러나 '해피엔딩'으로 끝난 20세이하(U-20) 월드컵과 달리, 여자월드컵의 결말은 '새드엔딩'이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프랑스 랭스의 스타드 오귀스트-들론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노르웨이와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조별리그 3연패(승점 0·골득실-7)의 늪에 빠진 한국은 A조 최하위로 밀려 2회 연속 16강 진출의 꿈이 무산됐다. 한국 여자 축구는 이번을 포함해 역대 세 차례 월드컵 본선에 진출, 2015년 캐나다 대회 때 16강을 달성한 바 있다. 그러나 '어게인 2015'를 노리고 다시 한 번 도전한 이번 대회에서 처음 본선에 진출했던 2003년 미국 대회(3패·1득점 11실점) 이후 16년 만에 조별리그 3전 전패 탈락을 기록하게 됐다.

4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2회 연속 16강 진출을 목표로 삼고 떠난 여정이었다. 2015년 캐나다 대회 때 강호들과 맞붙어 사상 첫 16강 진출을 달성했던 좋은 기억을 안고, '에이스' 지소연(28·첼시 레이디스)과 조소현(31·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등 해외파 선수들을 앞세워 '기적'을 노렸다. 시작 전부터 개최국 프랑스를 비롯해 강호 노르웨이, 아프리카 최강 나이지리아와 '죽음의 조'에 묶이고, 골키퍼들의 연이은 부상 악재 등이 겹쳐 난항이 예상됐지만 윤덕여 감독과 선수들은 '어게인 2015'의 목표를 되새기며 구슬땀을 흘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러나 세계 무대의 벽은 4년 사이에 더 높고 견고해져 있었다. 세대교체를 위해 여러 선수들이 대표팀을 오갔지만 A매치 횟수가 적어 제대로 실험하기 어려웠고, 선수들 대부분이 실업리그인 WK리그에서 뛰다 보니 기량을 끌어올리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 진출도 힘겹게 이뤘고, 본선에서도 5위 결정전에서 필리핀에 승리하며 간신히 프랑스행 티켓을 따냈다. 여자 축구 강호들이 즐비한 월드컵 본선에서 3패로 탈락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윤덕여호를 마냥 비난하기는 어렵다. 유럽으로 대표되는 세계 여자 축구 강호들의 저변과 한국 여자 축구를 비교하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상투적인 묘사도 무색하다. 개최국 프랑스의 경우, 프랑스축구협회(FFF)의 지난해 6월 기준 여자 축구 등록 인구 수가 16만4638명, 이 중 선수는 13만 명에 달한다. 노르웨이 역시 여자 축구 등록 인구 수만 10만 명에 육박하고 아마추어를 포함한 여성 클럽 개수도 7057개에 달한다. 이에 비해 한국의 여자 축구 등록 인구 수는 2018년 11월 기준 1539명. 여주대·영진전문대에 이어 한양여대 여자 축구부까지 연달아 해체하면서 2019년 등록 인구 수는 이보다 더 줄어들었다. 동호인까지 모두 더해야 간신히 5000여 명이 된다.

A매치 평가전 횟수도 확연하게 차이 난다. 프랑스는 2015년 캐나다 대회 이후 4년 동안 32번, 노르웨이도 21번의 평가전을 치르며 월드컵을 준비했다. 그에 비해 한국이 4년 동안 치른 평가전 횟수는 단 7번. 단순 비교만으로도 세계 무대와 차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럽 여자 축구선수들은 투잡을 뛴다더라"며 "밥 먹고 축구만 하는"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팬들도 있지만, 저변만 두고 봐도 100분의 1에 불과한 한국 여자 축구가 이들을 상대로 대등하게 싸워 주길 바라는 것부터 '무리수'다.

물론 없는 살림에도 결과를 내놔야 하는 것이 대표팀이다. 한국 남자 축구가 초반에 그랬듯이, 여자 축구는 부족한 저변과 경쟁력을 '헝그리 정신'으로 메우고 있다. 2015년 캐나다 대회 16강은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다. 그러나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연속적으로 성적을 내기 위해선 토대가 뒷받침돼야 한다. 언제까지 '기적 같은' 승리만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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