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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까지 등장한 '마약베개'…제품명에 '마약' 가득한 유통가, 괜찮을까

[키프리스 마약 상표 등록 현황]

[키프리스 마약 상표 등록 현황]

'마약'을 제품명에 붙인 상품들이 '유통의 꽃' 백화점까지 진입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마약처럼 중독성이 강하다'는 이미지에 어필해 큰 인기를 거둔 제품들이 마침내 오프라인 매장 곳곳에 파고드는 모양새다. 특허청이 지난해 9월부터 마약이나 '아편' 등의 단어를 붙인 제품의 상표 출원을 거절하고 있지만, 과거에 등록한 상품들은 사용을 막을 방법이 없다. 시민사회단체는 "마약이 사회문제로 떠올랐고, 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 국가가 아니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마약을 제품명으로 한 상품이 자주 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라며 우려한다. 
    
 
'마약'을 제품명에 넣으면 뜬다? 백화점에도 진출한 '마약OO'  
 
롯데백화점은 미디어 커머스 기업인 블랭크코퍼레이션의 브랜드 '바디럽' 팝업스토어를 본점 특설 매장에서 운영한다고 18일 밝혔다.
바디럽의 대표 상품은 SNS상에서 출시 이후 연이어 히트 치고 있는 '마약베개' '마약매트리스' 등이다. 특히 마약베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유튜브 등 SNS 채널만 활용해 집중 노출하면서 누적 판매 100만 개를 돌파한 히트 상품으로 손꼽힌다.

이 업체는 '마약'을 제품명에 붙여 재미를 보자 '마약베개' '바디럽 마약베개' 등을 모두 상표 등록 출원했다.

롯데백화점은 바디럽 팝업스토어가 운영되는 다음 달 4일까지 중국·인도 등 해외 고객들이 주로 사용하는 SNS 채널인 웨이보·샤오홍슈 등에서도 마케팅을 동시에 진행, 온·오프라인에서 방문 고객 수를 확대하고 상품 판매도 늘려 간다는 계획이다.
비단 베개뿐이 아니다. 특허 정보 검색 서비스 사이트인 키프리스 상표 출원 현황 검색에 따르면, 마약이라는 단어를 넣어 출원 신청을 한 상표는 100여 건에 이른다. 이 중 출원까지 마친 상표는 25개 선이다. '마약매트리스' '마약호떡' '마약곤약' '마약캔디' '마약퍼퓸'까지 등록돼 출원됐다.
이 밖에도 '아편건조대' '아편베개' '대가의 마지막 닭발 대마닭발' 등 각종 금지 약물의 명칭을 섞어 상표로 등록하거나 출원 중인 사례도 적지 않다. 먹고, 자고, 사용하는 일상의 모든 제품에 마약이라는 이름이 파고든 것이다.  

문제는 마약을 제품명에 붙이면 10~20대 젊은층 사이에서 이미지나 반응이 좋다는 것이다. 김사무엘(27·대학원생)씨는 "마약 자체는 나쁘다. 하지만 요즘에는 마약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뉘앙스에 '핫'하고 '쿨'한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며 "그래서 제품이나 음식명에 마약이란 단어가 붙으면 한 번 더 시선을 잡아 끈다"고 말했다. 

마약을 복용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더 멋있어 보이는 이미지가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연예인이 활동명을 마약의 일종으로 짓기도 한다. YG 더블랙레이블 소속 래퍼 겸 프로듀서로 활동한 김병훈의 활동명은 '쿠시'였다. 쿠시는 고급 대마다. 김병훈은 실제 코카인에 손을 대 물의를 빚었다.    
 
 
시민사회단체…"제품명에 마약 넣는 것, 자제 필요"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은 마약이라는 단어가 생활 곳곳에 스며드는 현상에 우려한다.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은 "마약을 제품명에 넣는 것은 상품 건전성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 마약김밥 마약떡볶이마약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면서 마약에 대한 긴장감과 경계심이 옅어진다"며 "유해성 부분이 간과되고, '중독성' 부분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분위기에 영업자들이 편승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수현 소비자시민모임 실장은 "마약을 상품명에 넣었다고 해서 진짜 마약 성분이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사례는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마약이라는 단어를 '끌린다' '계속 사용하고 싶다' '또 먹고 싶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자꾸 반복하면 마약이 일상에 가까운 친근한 이미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마약을 불법보다는 호기심을 갖고 접근할 수 있는 대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마약이 연예인이나 일부 상류층에서 문제가 되고 이슈화되는 현상과 맞물릴 경우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수현 실장은 "최근 마약 보도가 연예인 등 특정 계층 위주로 많이 나온다. 마약이 특별하다고 인식할 수 있다. 마약을 제품명에 붙인 음식이나 상품 유통이나 개발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향기 부회장은 "영업자들이 마약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데 편승하지 말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정부 주무부처는 이런 불법 약물 단어를 상표로 등록하고 제품명으로 삼은 경우 특별히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허청은 지난해 9월부터 상표에 마약이나 아편 따위의 단어를 넣을 경우 출원을 거절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에 상표 등록을 마친 경우다. 특허청은 상표에 관한 권리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미 등록된 상표는 유효기간 만료로 갱신하더라도 기존 상표를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영동 변리사는 "상표법 34조에 의하면, 공공의 질서와 선량한 풍속에 어긋나면 상표 출원을 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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