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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인터뷰] '최초'에 도전하다, LG 한선태의 주문 "할 수 있다"

LG 사이드암 한선태. 사진=이형석 기자

LG 사이드암 한선태. 사진=이형석 기자


고등학교 때까지 제대로 야구를 배워 본 적 없는 투수가 프로야구 1군 마운드에 선다? 어쩌면 LG 마운드에서 이처럼 만화 같은 일이 곧 발생할지 모른다.
 
그의 야구 인생을 짧게 정리하면 야구부 입단 테스트 거절→현역 군 복무→사회인 야구→독립 구단 파주 챌린저스 입단→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LG에 입단했다. 등번호는 111번, 아직 육성선수 신분이다. 

하지만 류중일 LG 감독은 프로 실전 무대를 뛴 지 약 두 달 만에 가능성을 나타낸 이 선수를 1군에 불러올려 직접 기량을 체크했다.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1군 선수들과 함께했다.
그 주인공은 LG 사이드암 투수 한선태(25). 한선태는 ()선수 출신으로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은 최초의 선수다
 
한선태는 부천동중 3학년 때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일본전을 통해 야구 경기를 처음 접했다. 야구가 재미있어 보여 야구부가 있는 근처의 부천고를 찾았지만 '입단 테스트'를 거절당했다야구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고양 원더스 비선출 선수 모집 테스트에서도 탈락한 그는 고교 졸업 이후 2015년 수색대에서 현역으로 군 복무를 했다.

다시 일반인 신분이 된 그는 사회인 야구를 시작했다. 2017년 독립리그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한 뒤 구속을 비롯해 기량이 좋아졌다. 일본 독립리그 도치기 골든브레이브스에 몸담고 있던 지난해 프로야구 입단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해 8월 해외파 트라이아웃에서 140㎞ 중반대의 공을 던져 큰 관심을 받았으나 실제 지명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한 이는 많지 않았다.

일본에서 신인 드래프트 중계를 시청한 그는 9라운드까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지 않자 '이제 끝났다. 내년에 다시 도전해야지'라고 여겼다. 그런데 LG 2 10라운드 전체 95순위로 한선태를 지명했다. 한국 야구사에 비선수 출신이 처음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는 순간이었다.

그의 지명과 활약 여부에 많은 물음표가 붙었지만 그는 보란 듯이 이를 잘 헤쳐 가고 있다. 올해 퓨처스리그  16경기에 나와 20이닝 동안 단 1자책점만 기록, 평균자책점 0.45를 기록하고 있다.

한선태는 아직 육성선수 신분이다. 1군 등록을 위해선 정식 선수 등록이 이뤄져야 한다. LG는 64명이 정식 선수로 등록, 한 자리가 남아 있다.

그는 꿈을 향해 계속 전진하고 있다.

 
사진=LG 제공

사진=LG 제공


- 1군에서 나흘 간 생활한 느낌은.
"2군 코치님이 "잠실에 잠시 유학 다녀오라"고 하셔서 왔는데, 긴장도 조금 됐지만 설렘도 있었다."
 
- 구속은?
"146㎞까지 나왔다. 144~145㎞는 꾸준히 나온다."

직접 한선태의 불펜 투구를 지켜본 류중일 감독도 "공이 빨리 포수 미트에 빨려 들어가더라"고 했다.

 
- 2군에서 기록이 상당히 좋다.
"매 경기 긴장하면서 던지고 있다. 불펜에서 준비 과정이 엄청 긴장돼서 마인드 컨트롤을 위해 매번 혼자 '할 수 있다'고 중얼거린다신정락 형이 '자신과의 싸움 엄청 심각하게 한다'고 그런다. 내가 던지고 싶은 곳에 공이 들어갈 때, 또 수비가 타구를 아웃 처리하면 재밌다."
 
- 2군 기록을 보면 볼넷 4, 탈삼진 18개로 제구력도 안정된 모습이다.
"일본 마운드와 차이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독립 구단 소속으로 뛴 일본에서 마운드가 부드러운 편이라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흙이 엄청 파인다. 원래 불펜에서 준비한 밸런스와 달리 중심이 쏠려 제구가 잘 안 되더라. 한국은 단단한 편이다. 8~9회 등판해도 마운드가 단단하니까 연습 때랑 비슷한 밸런스로 던질 수 있는 덕분인 것 같다."
 
- 당초 지난해 마무리 캠프의 참가 명단에 포함됐으나 팀 훈련에 합류한 뒤 제외됐다.
"일본 고치 마무리 캠프 참가 인원이 모여 잠실구장에서 훈련한 첫날, 웨이트 훈련을 실시했다. 다들 비슷한 훈련량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는데 갑자기 한 탓인지 알통이 정말 심하게 생겼다. 다른 투수들에게도 물어보니 알통이 생겼다고 했는데 체계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은 나는 얼마나 심했겠나그래서 다음 날 '기초체력을 만들고 오라' 얘기를 듣고 이천으로 향했다. 당시 '쟤는 하루 운동하고 이천으로 가냐'고 하더라.(웃음그때보다 지금은 체력이 좋아졌다."
 
- 스스로 꼽는 보완점은.
"공을 던지는 체력이 더 필요하다그나마 LG에 입단한 뒤 투구 수를 늘린 편이다. 투구 수 50개를 넘어서도 강한 공을 던져야 하는데 힘이 많이 빠지더라밸런스를 잃지 않고 잘 던질 수 있게끔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사진=이형석 기자

사진=이형석 기자


최일언 LG 1군 투수코치는 지난 16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한선태를 곁에 둔 채 1시간 넘게 일대일 맞춤형 과외를 실시했다. 최 코치는 "좋은 어깨를 가졌다. 직구 구위도 좋다"고 칭찬하면서도 "직구만 던지는 사람은 투수가 아니고, 그냥 공을 던지는 사람이다. 변화구를 던질 수 있어야 진짜 투수가 된다"고 조언했다. 또한 직접 시범을 보이며 손목 힘을 기르는 방법과 하체 강화를 위한 코어 훈련 동작을 알려 줬다. 한선태는 구슬땀을 쏟으며 '악~'하고 비명도 질렀지만 새로운 배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 변화구는.
"커브와 슬라이더·체인지업·투심패스트볼 등을 던졌는데 1군에 올라와 최일언 코치님이 체인지업과 커브 구사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셨다. 야구를 늦게 시작한 만큼 변화구 구사력이 확실히 떨어지나 배워 가는 단계다. 알려 주시는 만큼 빨리 습득하려 노력 중이다."

 - 사회인 야구와 독립리그를 뛰다 프로 구단에 입단해 몸소 경험하니 어떤가.
"일단 수비를 잘한다. 평범한 뜬공도 잘 잡는다사회인 야구에선 불안한데 LG에서 뜬공을 잡으면 형들한테 감사하다동생들에게 고맙다고 한다. 주어진 시간 안에 움직여야 하니 쉬는 시간이 많이 없다. 평일 홈경기가 종료되면 5시에 저녁을 먹고, 7시부터 8시30분까지 야간 운동을 한다. 9시를 조금 넘어 취침 점호를 한다중간에 개인 휴식 시간이 1시간 남짓이다.
 
- 지명 당시 '비선수 출신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비선수 출신으로 프로 입단을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이 되려면 결국 내가 잘해야 된다말로만 '희망이 되고 싶다'가 아니라 나부터 잘해야 그 사람들이 더 큰 꿈을 갖고 임할 수 있을 것이다내 야구를 하기 위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 현재까지 과정만 보면 지명 당시 생각했던 단계에 근접했나.
"굉장히 빠르다. 올 시즌 초 목표를 퓨처스리그 25경기 출장으로 잡았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던질 때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와서 많은 출전 기회를 받고 있다."
 
- 목표는.
"꼭 올해가 아니더라도 퓨처스 올스타전을 한번 밟아 보고 싶다또 기회가 된다면 지금처럼 성적을 잘 유지해 후반기에 등록돼 1군 무대를 한번 경험하고 싶다. 또 마무리 캠프도 다녀오고 싶다. 다만 조급하게 마음을 먹진 않는다지금 잘 배우고 가다듬어 나중에 좋은 공을 던지도록 노력하겠다."
 
이형석 기자 lee.hyeongseok@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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