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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분출하는 ‘최저임금 동결’ 요구에 신속히 응답해야

현대자동차가 다음 달부터 최저임금 위반 기업으로 전락할 처지에 직면했다. 평균 연봉 9200만원에 달해 BMW·도요타를 능가하는 급여를 주는데도 이 지경에 빠졌다. 높은 연봉에도 이렇게 된 건 기본급을 압도하는 각종 수당과 상여금이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임금 구조 탓이다. 이 여파로 5000만원 내외 연봉을 받는 젊은 직원 7200명이 최저임금 미달자로 분류된다. 이 문제는 격월 지급 상여금을 매월 분할 지급으로 바꿔 최저임금에 산입하면 깨끗이 해결된다. 하지만 노조가 동의해 주지 않고 있다. 노조 주장대로라면 현대차는 임금을 또다시 올려주든지, 처벌 유예기간이 끝나는 다음 달부터 사업주가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아야 한다.
 
이런 블랙 코미디 같은 일은 아찔한 속도(2년간 29.1%)로 뛴 최저임금 과속 인상의 여파다. 대기업은 어떻게든 버틴다고 치자. 문제는 전체 고용의 80% 이상을 차지해 한국 경제의 근간이나 다름없는 중소기업의 존립이 흔들린다는 점이다. 더 참다 못한 중소기업중앙회 등 15개 중소기업 단체가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020년 적용 최저임금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을 발표한 이유다.
 
이들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최저임금에 민감한 유통업계의 경우 온라인 쇼핑에 치이고 경기 침체와 급여 인상까지 삼중고를 겪으면서 올 1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최저임금이 결정타였다. 한국의 소득 대비 최저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위(주휴수당 포함 시 1위)에 달한다. 버티지 못한 소상공인 중 33%가 최근 1년 내 휴·폐업을 고려하는 처지에 몰렸고, 영세 중소기업 80.9%가 “최저임금 인하 또는 동결”을 요구한 배경이다.
 
전날 소상공인연합회의 읍소도 절박했다. 최승재 회장은 “이미  고통이 심한 상황”이라며 “최저임금을 동결 또는 삭감하는 논의 자체가 의미 없다”고 말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미 사지(死地)에 내몰려 곳곳에서 무너진 자영업자 생태계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토로였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최저임금 현장 실태 파악 결과’가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에 따르면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 최저임금 민감 업종에선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사업주가 고용을 줄이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권에도 이런 읍소가 전달된 듯하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인사들인 송영길·홍영표·최운열 의원은 잇따라 ‘최저임금 동결론’에 손을 들고 있다. 특히 홍 의원은 여당 원내대표 때부터 사업주의 지불능력을 강조해 왔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현장의 실태를 생생히 접하면서 “동결에 가까운 최저임금”에 공감하고 있다. 모든 노사정 대화를 거부해 온 강성노조를 제외한 경영계·학계·정치권이 사실상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정부는 더 좌고우면해선 안 된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시한(27일)이 열흘도 안 남았다. 여론을 과감하게 수용해 최저임금 과속 인상에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최저임금 위반 기업 처벌 기한부터 다시 6개월 연장해 산업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동안 몰아붙여 온 결과 한국 경제가 치른 대가와 혼란을 이젠 끊어줘야 마땅하다. 부작용이 충분히 확인되고 각계에서 속도 조절의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는 게 정부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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