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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인사이트] 통역 출신 득세…전략·언어 겸비한 통재는 부족

시진핑의 외교 용인술
시진핑 외교의 양 날개라 할 수 있는 양제츠(오른쪽) 중앙외사공작 위원회 판공실 주임과 왕이(왼쪽) 외교부장. 두 사람은 각각 영어와 일본어에 능통한 전문 외교관 출신이다. [로이터]

시진핑 외교의 양 날개라 할 수 있는 양제츠(오른쪽) 중앙외사공작 위원회 판공실 주임과 왕이(왼쪽) 외교부장. 두 사람은 각각 영어와 일본어에 능통한 전문 외교관 출신이다. [로이터]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 한다. 무슨 일이든 하려면 사람이 필요한 까닭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치국 용인술과 관련해서는 “탕평인사란 없다”는 말이 있다. 철저하게 아는 사람만을 쓰기 때문이다. ‘시진핑 사람들’이란 뜻의 ‘시자쥔(習家軍)’은 크게 3대 인맥으로 구성된다. 저장성에서 함께 일한 지강신군(之江新軍·之江은 저장성의 강), 푸젠성에서 동고동락한 민강구부(閔江舊部·閔江은 푸젠성의 강), 칭화대 동문인 신청화계(新淸華系)가 바로 그들이다. 지강신군의 대표 주자론 시진핑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천민얼(陳敏爾) 충칭 당서기가 있고, 민강구부에는 차이치(蔡奇) 베이징 당서기, 신청화계엔 시 주석 대학 동창인 천시(陳希) 당 조직부장이 포진해 있다.
 
그러나 외교와 관련한 시 주석의 용인술은 국내 정치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자신의 사람을 쓴다기보다는 전문 외교관을 중시하는 행보다. 현재 외교와 관련해 시 주석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양제츠(楊潔篪) 당 중앙 정치국 위원이다. 양제츠는 중국 외교정책의 최고 결정기구인 중앙외사공작위원회(위원장 시진핑) 판공실 주임으로 시 주석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집권 1기 때인 2007년 외교부장에 올랐다. 시 주석은 올해 69세인 그를 계속 중용 중이다.
 
시 주석의 전문 외교관 중시는 중국이 주요 국가에 파견한 대사 면면에서 보다 분명히 드러난다. 중화권 인터넷 매체인 둬웨이(多維)에 따르면 중국의 대사 직급 중 가장 높은 부부장급의 대사가 나가 있는 나라는 현재 9개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러시아, 영국, 프랑스 외에 경제력이 강한 일본, 인구가 많은 인도, 특수 관계인 북한, 유럽과 남미에서 발언권이 큰 독일과 브라질 등이다. 여타 국가엔 국장, 부국장을 보낸다. 한국엔 현재 국장급 외교관이 오고 있다.
 
주목할 건 중국이 부부장급을 파견한 9개 국가의 대사 중 절반이 넘는 5명이 역대 최장기 임기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9년 3개월이란 역대 최장기 기록을 세우고 일본을 떠난 청융화(程永華) 대사가 좋은 예다. 과거 최장 기록은 6년이었다. 주미대사 추이톈카이(崔天凱)도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다. 2013년 4월에 부임해 이미 6년을 넘어섰다. 역대 최장은 4년 11개월 근무한 리다오위(李道豫), 저우원중(周文重) 두 대사였다.
 
주영대사 류샤오밍(劉曉明)도 신기록에 도전 중이다. 2010년 3월에 부임했으니 9년 3개월이 지났다. 더 오래 근무 중인 이도 있다. 주러시아대사 리후이(李輝)가 주인공이다. 2009년 8월에 임명돼 10년을 바라보고 있다. 역대 최장임은 물론이다. 2014년 1월 주프랑스대사가 된 자이쥔(翟雋) 역시 6년 이상 근무 중으로 이제까지 최장 기록인 5년을 넘겼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이들은 비단 오래 근무하는 것만이 아니다. 나이도 많다. 퇴직 연령을 넘겨 일하고 있다. 부부장급은 63세가 정년인데 가장 나이 많은 추이톈카이 주미대사는 52년생으로 67세다. 그 뒤를 66세의 리후이 주러대사, 65세의 자이쥔 주프랑스대사가 따른다. 류샤오밍 주영대사와 주북한대사 리진쥔(李進軍)도 63세로 은퇴할 나이가 됐지만 그럴 기미는 없다. 주요 국가를 맡은 중국의 대사들이 장기 근무뿐 아니라 정년을 훌쩍 넘겨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나. 둬웨이는 그 중요한 이유의 하나로 ‘청황부접(靑黃不接)’이라는 표현을 썼다. 묵은 곡식은 다 떨어졌는데 햇곡식은 아직 수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실력 있고 경험 풍부한 외교관은 늙어가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할 신진 외교관 양성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시진핑 주석이 주요국 대사 포스트에 나이는 많지만 실력 있는 외교관을 계속 붙잡아 두고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시진핑 주석이 다른 국내 정치 사안에 비해 외교 문제를 후 순위에 두지 않았는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권력 강화를 통한 정치와 사회 안정 등 중국 내부의 일에 몰두하다 보니 외교는 전문가에 맡기고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쓴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반면 정상기 전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 소장은 “나이와 상관없이 실력 있는 외교관을 계속 기용하는 건 시진핑 ‘오너십 치국’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년과 같이 정해진 틀에 구애 받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마음대로 사람을 쓰는 건 절대 권력을 가진 통치자에게서 자주 보이는 용인술이란 것이다.
 
그런 시진핑 시대의 외교에 문제는 없나. 둬웨이는 중국 외교가 과거에 비해 전략적 안목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꼬집었다. 그렇게 된 원인으로는 중국 성장에 따른 중국 외교 환경의 변화를 지적했다. 중국 외교의 수장은 건국 초기 저우언라이(周恩來)나 천이(陳毅)처럼 목숨 걸고 전장을 누비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혁명가에서 나왔다. 그러던 게 2000년대 들어선 제대로 외국어 교육을 받은 외교관으로 바뀌었다. 후야오방(胡耀邦)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외교는 통역을 잘하면 된다”고 주장하면서다.
 
이에 중국 외교의 대부로 일컬어지던 첸치천(錢其琛)의 뒤를 이어 2003년 탕자쉬안(唐家璇)이 외교부장에 오르며 어학 전공 출신 외교 수장의 시대를 열었다. 탕은 영어와 일어를 배웠다. 이후 영어를 공부한 양제츠와 리자오싱(李肇星)이 뒤를 이었고 현재는 일어 전공의 왕이(王毅)가 외교부장이다. 문제는 혁명가 출신의 외교 수장이 투박하긴 했어도 호방하고 전략에 능했던 데 반해 어학 전공의 외교 사령탑은 온화하고 섬세하지만 전략에 약하고 돌파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점이다.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중국 외교의 업무가 과거처럼 중국과 세계를 연결하기만 해서는 안 되고 중국의 부상에 따라 발생하는 복잡한 외부의 도전, 심지어 중국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극복해야 하는데 ‘통역’ 출신의 외교관으론 부족하다고 둬웨이는 지적했다. 언어는 기본이요, 각국의 국력 변화와 세계의 흐름을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는 이른바 여러 재주를 두루 갖춘 ‘통재(通才)’가 필요한 시대란 것이다. 둬웨이는 중국 외교가 현재 통역 출신의 함정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의 미래 60년대생 삼총사
중국 외교의 미래를 보려면 ‘60년대생 삼총사’로 꼽히는 세 명의 부부장을 주목해야 한다. 첫 번째 인물은 러시아통 웨위청(樂玉成, 63년 6월생)이다. 러시아 대사를 역임하는 등 20년 넘게 러시아 업무를 맡았다. 2009년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주석과 악수하는 사진이 공개돼 주목을 받았다. 2016년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판공실 부주임이 돼 양제츠 주임을 보좌하며 중국 외교 전반을 관장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현재 외교부 부부장 중 유일한 당 중앙위원 후보위원이다.
 
다음은 변론의 달인이란 말을 듣는 마차오쉬(馬朝旭, 63년 9월생). 베이징대학에 다니던 86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대학변론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졸업 후인 87년 외교부 국제국에 들어와 런던정경대학에서 경제와 정치를 공부했으며 『태평양 시대』란 책을 냈다. 2009년 외교부 신문국 국장 겸 대변인으로 근무했고 2016년 부부장으로 승진했다. 2018년부터 유엔대표로 활약 중이다.
 
끝으로 미국통인 정저광(鄭澤光, 63년 10월생)은 영국에서 유학하고 중국 외교부 북미주대양국 국장과 주미대사관 공사를 역임했다. 2017년 4월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 때 수행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터진 뒤 “중국은 무역전쟁을 할 생각이 없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말해 패기 있다는 칭찬을 들었다. 2013년부터 대미 외교를 담당하고 있으며 2015년엔 최연소 외교부 부부장에 올랐다.
 
유상철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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