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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뉴스] 대학 총장에 몰래 기부···박봉 3년 모은 경비원

17일 오전 8시쯤. 출근하는 김선재 배재대 총장이 차에서 내리자 푸른색 제복을 입은 한 남성이 다가왔다. 거수경례로 인사를 한 그는 김 총장에게 흰색 편지봉투를 건네면서 “적은 돈이지만 대학 발전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봉투에는 100만 원권 수표 5장, 500만원이 담겨 있었다.
김선재 배대재 총장(오른쪽)이 17일 박봉을 쪼개 발전기금을 기탁한 경비원 조동주씨에게 음료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배재대]

김선재 배대재 총장(오른쪽)이 17일 박봉을 쪼개 발전기금을 기탁한 경비원 조동주씨에게 음료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배재대]

 
김 총장에게 발전기금을 기탁한 사람은 배재대에서 정문 안내실 경비원으로 일하는 조동주(73)씨였다. 봉투를 건넨 그는 김 총장에게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입니다”라고 당부했다. 집무실로 들어온 김 총장은 고민 후 조씨의 발전기금을 알리기로 결심했다. 조씨의 따뜻한 마음을 대학 구성원 모두 아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조씨가 대학발전 기금을 마련한 사연은 이렇다. 그는 최근 대학 간 치열한 경쟁과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내가 도울 일은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매일 출·퇴근하는 직원·학생들을 마주하고 교내를 순찰하는 게 일상인 조씨는 학생 감소추세를 실감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비를 맞고 가는 학생들이 있어서 우산을 많이 가져다 놓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그런 일도 크게 줄었다. 모두 학생 수가 줄어든 이후로 변한 일상이었다. 
 
신문이나 TV 뉴스를 통해서도 ‘지방대학 위기’라는 소식을 전해 들으면 남의 일로만 생각되지 않았다. 한때 캠퍼스를 가득 채웠던 해외 유학생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그가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배재대 경비원 조동주씨가 대학 발전기금으로 써달라며 김선재 총장에게 전달한 수표. [사진 배재대]

배재대 경비원 조동주씨가 대학 발전기금으로 써달라며 김선재 총장에게 전달한 수표. [사진 배재대]

 
대전에서 아내와 함께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조씨는 은퇴 갈림길에 서자 새로운 직업을 택했다. 경비원이었다. 가게를 접고 다른 곳에서 3년가량 경비원으로 일했던 그가 배재대와 인연을 맺은 건 2003년부터다. 이후 한 번도 자리를 옮기지 않고 16년간 배재대의 발전과 변화상을 모두 지켜봤다. 산 증인 중 한 사람이다.
 
조씨는 “몇 년 사이 학생 수가 많이 줄어 대학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속상하고 안타까웠다”며 “학교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다는 마음에 기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발전기금은 최근 만기가 도래한 적금을 통해 마련했다. 3년 전부터 매달 15만원씩 적금으로 납입했다. 발전기금을 기탁하겠다는 생각으로 적금을 붓기 시작했다. 그의 아내도 발전기금을 전달하는 데 흔쾌히 동의했다고 한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조씨를 찾아가 음료를 건네면서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의 결심에 감사를 표하는 직원들의 마음도 대신 전달했다.
박봉을 쪼개 3년간 부은 적금으로 발전기금을 마련해 기탁한 배재대 경비원 조동주씨. [사진 배재대]

박봉을 쪼개 3년간 부은 적금으로 발전기금을 마련해 기탁한 배재대 경비원 조동주씨. [사진 배재대]

 
김선재 총장은 “출근길에 선물을 받고 놀라기도 했지만, 대학을 사랑하는 조씨의 마음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그의 뜻을 받아들여 배재대를 중부권 최고 대학으로 만드는 데 모든 구성원이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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