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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마기·마사지볼 찾는 2030…그들이 유난히 피로한 이유

“피곤해요. 온몸 여기저기 안 쑤시는 곳이 없죠. 주52시간제로 업무시간이 조금 줄긴 했지만, 직장 스트레스는 여전해요. 오히려 줄어든 시간 내에 일을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업무 강도는 더 높아졌거든요.”  
30대 직장인 홍해인씨의 말이다. 최근 홍씨처럼 피로감을 호소하는 20~30대가 많다. 지난 4월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3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직장인 건강관리 현황’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6명 정도가 ‘강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9.1%가 현재 자신의 피로 강도를 ‘매우 강함’(22.0%) 또는 ‘강함’(37.1%)으로 답했다. 
일 중독 한국 젊은 층의의 슬픈 자화상 ‘번아웃증후군’ [고대구로병원]

일 중독 한국 젊은 층의의 슬픈 자화상 ‘번아웃증후군’ [고대구로병원]

지난 5월 말 세계보건기구(WHO)는 '번아웃증후군'을 직업 관련 증상의 하나로 분류했다. 번아웃증후군은 지나치게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면서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WHO의 이번 결정은 직장인의 피로가 의학적 질병은 아니지만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인정했다는 걸 의미한다.  
 
직장인의 피로감은 늘 있어왔지만 달라진 건 이를 푸는 방식이다. 요즘의 젊은 세대는 과거 중장년층이 주로 사용했던 안마기와 마시지용품에 관심을 갖고 건강식품을 챙겨 먹는 등 피로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20~30대가 주로 찾는 안마기는 신체 부위별로 사용할 수 있는 10만원 대 미만의 가성비 좋은 소형 제품이다. 안마기의 대표격으로 여겨졌던 안마의자보다 가격이 싸고 공간도 적게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층이 피로감을 많이 느끼는 목과 어깨에 집중한 안마기가 관심의 대상이다. 홍씨 역시 최근 쿡쿡 쑤시는 어깨와 허리를 풀기 위해 목·어깨 안마기와 주먹만한 마사지볼을 쓰고 있다. 그는 “퇴근 후 안마기를 어깨에 얹고 있는 게 일상이 됐다”며 “목과 어깨가 시원해지면 질 높은 휴식시간을 보내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마사지볼은 회사 책상 서랍에 넣어 두고 뒷목이 뻣뻣할 때마다 꺼내 쓴다.
 
이마트에서 최근 가장 인기가 높은 소형 안마기 '일렉트로맨 무선 핸디 마사지기'. 어깨에 얹어 놓고 있으면 목과 어깨를 마사지할 수 있다. [사진 이마트]

이마트에서 최근 가장 인기가 높은 소형 안마기 '일렉트로맨 무선 핸디 마사지기'. 어깨에 얹어 놓고 있으면 목과 어깨를 마사지할 수 있다. [사진 이마트]

실제 이마트의 5월 소형 안마기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85.1% 증가했다. 상품 가짓수도 지난해 18종에서 올해 32종으로 크게 늘었다. 흥미로운 건 소형 안마기 구매자의 38.6%가 20~30대였다는 점이다. 양승관 이마트 건강 가전 바이어는 “소형 안마기에 지갑을 여는 젊은층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실제 안마기에 쓰는 비용도 커서 올해 1~5월 안마기 매출액의 40% 이상이 20~30대 고객 매출이었다”고 밝혔다.
젊은층이 주로 찾는 올리브영의 안마기 매출은 더 크게 늘었다. 이곳의 올해 상반기(1월 1일~6월 6일) 마사지·안마 용품은 전년 동기 대비 158%가 더 팔렸다. 인기 제품은 목 뒤나 발바닥에 붙여 저주파로 근육을 풀어주는 패치형 EMS 마사지기와 스트레칭용 마사지볼·요가링이다. 신은경 올리브영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은 “지난해엔 마사지볼처럼 사용자의 마사지 동작을 돕는 소품류가 인기였다면, 올해는 몸에 붙여 사용하는 패드형 마사지기가 인기를 끈다”고 전했다. 직접 힘들여 사용해야 하는 마사지 도구보다 붙이고 가만히 있어도 피로가 풀리는 전자기기로 진화한 셈이다.    
 
온열+진동+공기압 기능으로 눈 부위를 마사지 시키는 '아이오 눈 마사지기'. [사진 코지마]

온열+진동+공기압 기능으로 눈 부위를 마사지 시키는 '아이오 눈 마사지기'. [사진 코지마]

목뒤, 발바닥 등 부위에 붙여 저주파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EMS 미니 마사지기. [사진 닥터포텐]

목뒤, 발바닥 등 부위에 붙여 저주파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EMS 미니 마사지기. [사진 닥터포텐]

특히 스마트폰을 달고 사는 젊은 세대는 눈의 피로를 푸는 데 관심이 많다. 20대 직장인 진가은씨는 지난해 일본 여행에서 알게 된 ‘눈 전용 찜질마스크’를 쟁여놓고 쓴다. 진씨는 “한 번씩 눈에 붙여 온찜질을 해주면 시야가 밝아지는 것 같다"며 "또래 친구들에겐 이미 유명한 인기템”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스키 고글처럼 눈에 착용해 마사지와 찜질 효과를 내는 눈 마사지기도 최근 관심이 높아진 가전이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의 서희선 마트리빙실장은 “지난 5월 눈 전용 찜질 상품을 구하려는 20~30대의 주문이 4배 가까이 늘었다(전년 동기 대비)"며 "스마트폰ㆍ컴퓨터의 장시간 사용으로 눈 통증을 호소하는 밀레니얼 세대 고객의 특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요가링(트라택)

요가링(트라택)

마사지볼(바디쇼).

마사지볼(바디쇼).

건강식품 역시 20~30대가 선택하는 피로 회복법 중 하나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30대의 건겅식품 섭취율은 2016년 54.8%에서 지난 2018년 65.4%로 상승했다. 20대 역시 2014년 38.4%에서 2018년 41.4%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잡코리아·알바몬의 설문 조사에서도 20~30대 직장인이 평소 하고 있는 건강 관리법으로 ‘운동’(52.9%)과 ‘비타민 등 영양제 섭취‘(48.3%) 응답자가 많았다.  
 
이쯤되니 궁금해진다. 20~30대는 왜 갑자기 피로 회복에 집중하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지금의 20~30대가 이전 세대가 비슷한 나이에 느꼈던 것보다 더 큰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원인으로 봤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피로감 때문에 과거 은퇴 시점에나 느꼈던 편안함과 휴식에 대한 욕구가 더 빨리 찾아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피로감 강도는 피로에 노출된 시간에 비례하는데, 지금 2030대는 청소년기부터 성적·입시에 대한 중압감으로 시작해 직장 생활까지 이미 오랜 시간 높은 수위의 스트레스에 시달려왔다”고 설명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커진 ‘휴식’에 대한 욕구도 영향을 미쳤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금의 젊은 세대는 ’나의 행복‘을 우선 가치로 두는 세대다. 남의 시선을 의식해 외모를 가꾸던 것에서 발전해, 이젠 내가 편안하고 즐거운 행복을 더 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건강을 위한 소비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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