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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뺏기면 울던 완벽주의자 람, 홍콩인의 적이 되다

캐리 람. [EPA=연합뉴스]

캐리 람. [EPA=연합뉴스]

200만명의 반대 시위에 홍콩 정부가 결국 백기를 들며 논란의 ‘범죄인 인도법’이 철폐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단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시위대의 가장 큰 표적이 된 캐리 람 행정장관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그가 예정된 임기(2022년 6월30일)를 채 못 채우고 물러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시위대가 법안 철폐만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 람 행정장관의 사퇴라서다.  6·16 대행진에 합류한 시위대는 200만명(민간인권진선·민진 측 발표)으로, 640만 홍콩 시민 중 20~27%가 참여한 사상 최대 시위로 기록될 전망이다.람 장관은 배포한 300자 분량의 사과문에서 “겸허한 태도로 비판을 받아들여 시민을 위해 더욱 잘 일 하겠다”고 다짐, 장관직 사퇴는 사실상 거부했다.
 
한때 영국의 마거릿 대처 수상에 빗대 홍콩의 ‘철의 여인’으로 불리던 람 장관은 현재 “중국의 꼭두각시”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민주파 인사들은 30년 전 톈안먼 사태와 비교하며 당시 강경 진압의 주역인 리펑(李鵬) 전 총리에 그를 빗대고 있다.
 
1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2년 전 첫 여성 행정장관으로 선출된 람 장관은 1957년 홍콩 서민 거주지인 완차이(灣仔) 노동자 가정에서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학창시절 내내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다고 한다. 케네스 챈 홍콩침례대학 행정학과 교수는 영국 가디언에 “꽤 오만한 지도자”라며 “사람들에게 항상 1등을 했다는 걸 상기시키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가 1등 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 4등을 했을 땐 울기도 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현재도 그는 밤에 3~5시간만 자는 워커홀릭이다. FT는 그를 ‘완벽주의자’라고 표현했다.
 
2014년 홍콩의 ‘우산 혁명’을 주도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조슈아 웡이 17일 출소해 군중에게 연설하고 있다. 웡은 캐리 람 행정장관의 퇴진과 송환법의 철폐를 요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4년 홍콩의 ‘우산 혁명’을 주도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조슈아 웡이 17일 출소해 군중에게 연설하고 있다. 웡은 캐리 람 행정장관의 퇴진과 송환법의 철폐를 요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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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대 재학시절 저소득층 지원과 좌파 학생 퇴학 철회를 요구하는 학생회 시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23세의 나이에 홍콩 정부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며 성향이 달라진 것으로 전해진다. NYT에 따르면 지난 39년간 람 장관은 총 21개의 직책을 거쳐왔는데 2007년 도널드 창 행정부에서 개발국장 자리에 오른 후엔 시민의 반대에도 단호한 입장으로 영국 통치의 상징물인 퀸스피어 철거를 강행해 ‘터프한 싸움꾼’이란 명성을 얻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그를 축구팀의 최종수비수인 ‘스위퍼’에 비유하며 “부임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그녀는 철거에 항의해 단식투쟁을 벌인 시위자들과 마주했고, 마치 강인한 수비수처럼 화가 난 군중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고 전했다.
 
그가 유능하고 합리적 관료로서 입지를 굳힌 건 2014년 우산 혁명 때였다. 당시 정무사장이던 람 장관은 학생 대표들과 공개 토론을 하면서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중국 지도부가 그를 행정장관으로 낙점한 계기도 이때였다고 한다. 강경한 태도가 홍콩인에겐 반감을 불렀지만, 중국 정부로부턴 높은 점수를 샀던 것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람 장관은 지난해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로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지명했다고 한다.
 
과거 람 장관은 비서민적 행보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FT에 따르면 그는 과거 휴지 사는 법이나 지하철 회전식 개찰구를 통과하는 법을 몰라 비난을 당했다. 홍콩 시민들은 람 장관이 사퇴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홍콩 언론들은 전한다.
 
홍콩=신경진 특파원,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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