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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 맛집 생긴다는데···주민 1300명 "결사 반대", 왜

지난달 31일 서울 구로구의회 복지건설위원회 회의에 ‘주꾸미 식당’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천왕동 주민 1327명이 “현재 짓고 있는 주꾸미 식당 건물의 건축을 막아달라”며 낸 청원에 대한 검토를 한 것이다.
 
주민들이 주꾸미 식당을 반대하는 이유는 이 지역 천왕초ㆍ중학교 등하굣길이 식당으로 가는 길목이 되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손님들이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그 앞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이 보이면, 학생에게 정서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천왕초, 천왕중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는 천왕로 사거리. 천왕동 주민 최모(43)씨는 "이 곳이 원래 사고가 많이 나는 지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천왕초, 천왕중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는 천왕로 사거리. 천왕동 주민 최모(43)씨는 "이 곳이 원래 사고가 많이 나는 지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이 학교에 다니는 자녀 둘을 둔 강모(44)씨는 “주꾸미집을 지나는 길엔 유치원ㆍ어린이집ㆍ초등학교ㆍ중학교ㆍ보육원까지 모여있어 자동차를 타고 드나드는 손님들이 많아지면 학생들에게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모(41)씨는 “아이들 키우기 좋은 곳이라 이곳으로 이사 왔는데, 우리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모습을 매일 보게 되는 걸 반길 부모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천왕동에 7년째 사는 이모 (63)씨도 “맛집 식당이 오면 좋기야 하겠지만 아이들 안전이 더 중요하지 않냐”고 말했다.
 
어떤 주꾸미 식당이기에 주민들이 이토록 반대하는 걸까. 이 식당은 현재 경기 광명시에서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평일 손님이 1000여명에 이르고 차량은 250대가 드나든다고 한다. 주민들은 이 식당이 천왕동으로 옮겨오면, 몰려드는 차 때문에 학생들의 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주민들은 “구로구가 주꾸미집이 지어지고 있는 토지를 사서 공공목적으로 운영하라”고 요구한다. 강씨는 “구로구가 부지를 매입해 공공목적의 주차장으로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로구에 따르면 해당 건축물의 주용도는 자동차 관련 시설이다. 강씨는 “건축물의 주용도가 주차장인 경우 주차장 이용고객의 편의시설을 30% 설치할 수 있게 한 곳인데 음식점이 들어오면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또 “서초구에서 주차용지 70%에 정비센터가 들어오려다 대법원에서 건축허가 취소시킨 판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주꾸미집도 구로구가 부지와 건물을 사겠다고 하면 거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돈이 문제다. 땅과 내부 공간을 포함한 연면적 2174m²(지하 1층~지상 3층)짜리 이 건물은 약 22억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꾸미 식당은 이곳 땅을 사들이는 돈만 17억원을 썼다고 한다.
주꾸미집 이전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건 플래카드. 편광현 기자

주꾸미집 이전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건 플래카드. 편광현 기자

 
구로구의회 복지건설위원들은 지난달 31일 회의에서 “구청이 예산 집행 의지만 있다면 승인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김희서 구의원은 “복지건설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구청이 해당 부지를 매입해서 운영해야 한다는 청원안을 가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로구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구로구 관계자는 13일 “현재 예산도 부족한데 20억원 수준의 예산을 따로 마련한다는 건 지자체로서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공이익에 부합하는 예산으로 보기엔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건축 허가 과정에 행정적인 문제가 없었는데 민원 때문에 매입을 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주꾸미 식당은 “입찰공고를 보고 합법적으로 부지를 사서 건물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주민들이 반대하는데 굳이 주꾸미집을 운영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임대를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오전 11시 구로구 천왕동 주꾸미 식당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진 새 건물 공사 현장. 현재 공사는 6% 정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편광현 기자

지난 12일 오전 11시 구로구 천왕동 주꾸미 식당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진 새 건물 공사 현장. 현재 공사는 6% 정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편광현 기자

 
주꾸미집 입점에 찬성하는 주민도 있었다. 천왕동에 7년 거주한 박모(62)씨는 “합법적으로 얻은 사유재산인데 무작정 영업하지 못하게 하는 건 이상하다”며 “식당과 가까운 주민들 위주로 반대하는 모습이 지역 이기주의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천왕동에 8년째 거주 중인 하모(54)씨는 “장사 잘되는 식당이 들어오면 동네가 발전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구로구의회는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주꾸미 식당 관련 안건 통과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안건이 통과되면 구의회는 구로구청장에게 공식 의견을 전달한다. 김희서 의원은 ”건물이 지어진 뒤 문제가 발생하면 돌이키기 힘들다. 구청이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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