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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먹이사슬의 뿌리, 크릴 새우 80%가 사라졌다

남극대륙 장보고 기지 인근 케이프 워싱톤의 황제펭귄. 요란한 헬기소리에도 놀라지 않고 오히려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한다. [사진 극지연구소]

남극대륙 장보고 기지 인근 케이프 워싱톤의 황제펭귄. 요란한 헬기소리에도 놀라지 않고 오히려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한다. [사진 극지연구소]

 ⑩남극의 생태계
 
 어느 곳이건 남극 월동대에게 변함없는 친구가 있다면 바로 남극의 터줏대감인 동물들이다. 갈매기부터 펭귄ㆍ물개ㆍ표범물범ㆍ고래에 이르기까지, 생각보다 다양한 동물들이 오래전부터 이곳에 살고 있었다. 약 20년 전에 처음 세종기지를 방문해서 야외 필드를 다니면서 기지 주변에서 쉽게 물개와 코끼리해표ㆍ물범ㆍ펭귄ㆍ제비갈매기ㆍ도둑갈매기를 만났을 때 벅찬 가슴으로 신기하게 바라보았던 기억이 난다. 동토의 땅 남극에서 동물들이 대자연을 품고 살아가는 모습은 정말 경이로웠다.  
 
장보고기지에 들어오면서 세종기지의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건만 오히려 일부 도둑갈매기와 해빙 위의 해표물범들만 볼 수 있었다. 남극을 대표하는 동물인 펭귄은 진짜 가뭄에 콩 나듯 잠깐 한 두 마리만 볼 수 있었다. 세종기지에서는 30분만 걸어가면 펭귄 서식지를 볼 수 있지만, 장보고기지 바로 주변엔 펭귄 서식지는 없다. 펭귄 서식지가 있으면 펭귄과 알을 노리는 갈매기와 표범물범이 주변에 덩달아 많을 수밖에 없다. 세종기지를 바로 나서면 시끄러운 괴성을 지르며 내 머리를 노리던 도둑갈매기와 해안에서 한가로이 잠을 즐기던 표범물범, 펭귄들이 새삼 그리웠다. 해빙 틈새를 뚫고 올라온 표범물범만 가끔 보여서 그런지 세종기지 주변 동물들의 다채로운 향연과 너무 달랐다.
장보고기지 근처에서 만난 도둑갈매기. [사진 극지연구소]

장보고기지 근처에서 만난 도둑갈매기. [사진 극지연구소]

우아한 자태 뽐내는 황제 펭귄
 
하지만 기지를 벗어나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펭귄 서식지를 찾을 수 있다. 기지에서 가까운 두 곳의 펭귄 서식지는 37㎞ 가량 떨어진 인익스프레서블 섬(Inexpressible Island)과 케이프 워싱톤(Cape Washington)이다. 두 곳 모두 방문하려면 기지에서 헬기를 이용해야 한다. 세종기지의 펭귄 마을은 주로 턱끈 펭귄과 젠투 펭귄이 많고 아델리 펭귄도 일부 목격되는데, 장보고기지의 인인스프레서블 섬은 아델리 펭귄 서식지이고, 케이프 워싱톤은 황제 펭귄 서식지이다. 사실 여기 오면서부터 황제 펭귄에만 관심이 높았다. 장보고기지가 설립되기 전 극지 연구의 중심은 세종기지였기 때문에 다른 펭귄들에 비해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황제 펭귄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키가 120㎝가 넘는 수많은 황제 펭귄들이 하얀 눈 위에 신사의 모습으로 서있는 장관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아델리 펭귄의 생태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아델리 펭귄에 위치 추적기와 수심 기록계를 부착해 펭귄이 어디로 움직였는지 그리고 얼마나 깊이 잠수했는지를 추적한다. 아델리 펭귄들의 이동 경로와 먹이 활동은 남극 생태계를 알 수 있는 하나의 생태지표이다. 펭귄의 주요 먹이는 크릴새우인데, 펭귄뿐만 아니라 상위포식자인 물고기와 고래ㆍ물개 등의 생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최근 두 펭귄 서식지에서 드론 항공 사진을 통해 아델리 펭귄과 황제 펭귄의 서식 분포와 개체수를 모니터링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펭귄의 개체수 감소는 먹이사슬의 하위인 크릴새우가 줄어서 나타나는 결과일 수 있다. 여기에 지구 온난화로 해빙이 줄고 있어 크릴새우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으니 펭귄 생태 모니터링은 지구온난화의 추이를 감지할 수 있다.
장보고기지 근처 해빙 위에서 잠이 덜 깬 듯한 모습으로 돌아보는 해표물범. [사진 극지연구소]

장보고기지 근처 해빙 위에서 잠이 덜 깬 듯한 모습으로 돌아보는 해표물범. [사진 극지연구소]

크릴새우 멸종은 곧 남극생물에 생존 위협 
 
심각한 문제는 크릴이 멸종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크릴새우의 80%가 사라지고 20% 정도 남았는데 그나마 현재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남극 생물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크릴새우를 먹는 고래ㆍ물개ㆍ펭귄들이 새끼 번식과 생육에 필요한 양조차 확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도 문제이지만 무차별적인 남획도 한 몫을 한다고 보고되었다. 청정 남극 해역에서 서식하는 크릴새우는 오메가3지방산ㆍ고단백ㆍ 필수아미노산과 단백질 분해 효소 등을 포함하고 있어 각종 건강식품과 약품 개발의 원료로 현재 각광받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홈쇼핑에서도 크릴새우 오일 상품을 팔면서 대대적인 선전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행히 크릴새우는 남극조약체제 산하의 까밀라협약(CCAMLR, 남빙양생물자원보존국제협약)에 의해 관리되어 어획량을 제한하고 있지만 협의당사국이 아닐 경우 이러한 장치는 무효할 수 있다.  
 
 
겨울밤만 계속되던 극야가 끝나고 햇빛이 찬란한 10월쯤이었다. 어느날 한 대원이 기쁜 얼굴로 나에게 뛰어와 희소식을 알려주었다. 도둑갈매기 한 마리가 기지를 가로질러 비행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제 곧 펭귄들까지 돌아오면 해표물범도 해빙 위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들이 남극의 영원한 주인이길 항상 기도할 것이다.
 
⑪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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