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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中 정부, 미국 가는 관광객·유학생도 통제

지난해 중국 관광객 미국서 364억 달러 써… 미·중의 지리한 대치 이어질 듯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갈수록 험악하게 확전하는 양상이다. 중국은 6월 초 자국민에 대해 미국 여행 자제령과 유학 경계령까지 내렸다. 표면적 이유는 자국 관광객과 유학생의 안전이다. 중국의 관광을 담당하는 문화여유부는 미국 여행 자제령을 내린 이유로 미국에서 총격 강도와 절도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안전상의 이유를 들었다. 유학 경계령을 내린 이유로는 미국이 중국 유학생들의 비자 신청을 비정상적으로 거절한다는 점을 들었다. 논리와 거리가 있는 설명이다. 미국은 총격 사고가 잦지만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을 노린 혐오 범죄는 보고된 적이 없다. 미국에 유학가려는 중국 학생에게 중국이 비자 거절이 잦다고 유학을 경계하라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이야기다. 중국의 관영신문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미국 여행과 유학시장 채널을 직접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번 조치에 대한 중국의 속내를 드러냈다. 범죄는 핑계이고 관광객과 유학생 ‘송출’이 무역분쟁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압박 카드로 이용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은 셈이다.
 
물론 중국인이 미국 관광과 유학에 쓰는 돈의 규모가 상당한 것은 사실이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300만 명 수준으로, 이들이 쓴 돈만 364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CNBC 방송은 “미국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은 36만 명에 이르며 이들이 쓰는 학비와 생활비는 연 140억 달러 규모”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중국인 유학생 학비·생활비 연 140억 달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6월 5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국빈방문 중인 시진핑 국가주석을 안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6월 5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국빈방문 중인 시진핑 국가주석을 안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미국을 향하는 중국인 관광객·유학생과 이들이 쓰는 돈은 중국이 미국에 베푸는 일방적인 시혜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중국인의 미국 관광은 세계 최강국 미국을 직접 방문해 국제 견문을 넓히는 효과가 있다. 유학생 파견은 중국의 미래를 위한 학문을 흡수하기 위한 목적이다. 중국 국가유학기금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국비로 미국에 보낸 유학생 비자 신청자만 1만 명 수준이다. 국비로 유학을 보내는 이유는 중국의 미래를 구상하는 공산당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오히려 중국 공산당의 세계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과 트럼프를 오판한 중국의 자충수로 판단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 기업도 압박하기 시작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인 포드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충칭(重慶) 지역 매출의 4%인 약 277억원의 벌금을 매겼다. 중국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국가시장관리총국은 포드가 2013년부터 충칭 지역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판매상들에게 최저 가격을 요구한 것이 중국 반독점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미국 기업에 대한 보복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는 사안이다. 중국 행정당국이 인허가권이나 행정감독권 등을 동원한 누르기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기 시작하자 그해 7월 7일 미국산 수입품 547개 품목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여기에는 콩·돼지고기·쌀·면화·사탕수수·포도주 등 미국의 주요 수출 농산물을 포함시켰다. 농산물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의 하나인 중서부 ‘팜벨트(농업지대)’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는 품목이다. 이번에 중국이 유독 포드차를 대상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도 트럼프의 지지 기반인 제조업 분야에 속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전략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아픈 부분만 공격하려는 속셈이다. 하지만 중국은 수입 옥수수의 95%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를 사료로 돼지 사육 등 축산업을 영위한다. 따라서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가는 오히려 중국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중국,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포드 압박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중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가할 수 있지만, 중국의 미국 수출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는 이보다 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 2018년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5395억 달러에 이르지만, 미국의 대중 수출액은 1203억 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양국 간 고액 관세 부과와 보복관세 부과의 타격 정도는 4.5대 1이라는 수출액 비율에 비례할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이 훨씬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더구나 미국이 중국 IT업체를 규제하고 고급 기술에 대한 중국 기업과 학자, 그리고 유학생에 대한 접근을 지속적으로 막을 경우 중국의 미래 대계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중국은 한국 등에서 공급받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부품을 자국산으로 대체하는 ‘홍색공급망’ 구축을 추구해왔는데 미국의 조치 때문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올해 들어서는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내다팔고 희토류 수출 금지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여기에 이번에 미국 관광과 유학 자제령까지 내면서 미국을 압박할 동원 가능한 카드를 줄줄이 꺼내고 있다. 9월부터 내년에 있을 재선에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할 트럼프가 미·중 무역분쟁 수습에 나서도록 압박하는 셈이다. 중국의 이런 압박 조치를 통해 트럼프에 불리한 여론이 미국에서 조성되도록 해서 양보를 이끌어내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의 조치는 미국의 감정만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에 대해 기술 도용이나 무단 이전, 지적재산권 불인정, 환율 조작 등을 지적하며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문제의 바로 그 사안을 대응 무기로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포드에 대한 대응은 미국이 그동안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으로 지적해온 ‘비관세 장벽’을 중국이 동원한 것에 해당하기 때문에 미국이 무역전쟁에 나선 명분을 오히려 강화해주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미중 무역분쟁에 대해 일부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거론하며 중국이 신흥대국으로 성장하자 패권국인 미국이 힘으로 무리하게 누르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신흥강국으로 올라선 그리스가 당시 패권국가인 스파르타에 도전하면서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합종연횡을 동원한 대규모 전쟁을 벌였으며 그 결과 그리스 전체가 쇠망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미중 갈등이 지속되면 결국 양국 모두가 쇠락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2017년 출간한 저서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최근 포린폴리시 기고문을 통해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앨리슨 교수에 따르면 과거 유럽 역사의 향방을 결정했던 30년전쟁, 스페인 왕위계승전쟁, 7년전쟁 등이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1914~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이 신흥강국 독일에 대한 패권국가 영국의 길들이기 의도 때문에 촉발됐다는 주장과도 연관이 크다. 어머니가 독일인이어서 어려서 독일에서도 살아 독일을 잘 알았던 영국 외교관 아이어 크로(1864~1925)가 1907년 외교부에 제출했던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독일과의 현재 관계에 대한 비망록’이 그 근거다. ‘크로 비망록’으로 불리는 이 비망록은 “독일이 우선 유럽 패권(hegemony)을 추구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세계 패권을 노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독일은 과거 스페인의 펠리페 2세, 부르봉 왕가, 나폴레옹처럼 유럽의 세력균형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871년 통일을 이룬 독일은 당시 철강 생산능력이 세계 수준에 이르는 등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영국 시장을 위협하고 있었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이 미국의 헤게모니를 위협하는 현재의 상황과 겹치는 대목이다. 크로는 이를 근거로 독일에 양보를 통한 유화정책보다 가진 힘을 활용한 단호한 정책을 펼칠 것을 제안했다. 크로 비망록은 영국 외교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미중 무역전쟁은 이런 역사적 교훈이나 국제정치학 이론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깊은 뿌리와 색다른 상황이 맞물려 있다. 이번 무역전쟁이 단순한 무역적자의 문제가 아닌 시진핑이 주도하는 중국의 글로벌 패권국가 부상 전략에 대해 트럼프가 날리는 회심의 일격인 것은 사실이다. 이는 무역전쟁의 일반적인 배경에 해당한다.
 
 
자국 시장 빗장 건 중국 국가자본주의
여기에 더해 특수한 배경이 있다. 바로 중국의 자국 시장 봉쇄와 미국 기술 무단 이용이다. 미국은 시 주석의 중국이 거대한 자국 시장을 틀어막고 진입 대가로 기술과 지적저작권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패권국가로 부상하려는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중국은 그동안 자국 시장의 문을 상당히 닫아놓고 국가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경제 전략을 펼쳐왔으며,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의 선점을 노린 그랜드 플랜을 추구해왔다.
 
 
시진핑의 국가자본주의는 중앙과 지방 정부, 국유기업 등에서 갹출한 자금으로 산업투자기금을 조성한 후 이를 국유기업과 일부 민간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하이테크 산업을 진흥하고 고용 유지 등 지방사회의 안정화를 꾀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세계무역기구(WTO)가 권고하는 보조금 규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크다. 하이테크 제조업을 육성하려는 ‘중국제조 2025’를 추진하기 위해 중국의 산업투자기금은 급증하고 있다. 자유무역 질서에 졍면 도전하는 중국의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미국은 민주주의·인권·민간교류 등에 바탕을 둔 서구식 국제질서에 중국식 방법으로 도전한 것도 문제삼아 왔다. 중국식 방법은 지적재산권 도용, 표절, 뇌물, 스파이, 매수 등 삼국지적인 방식이다.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양국간 충돌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이유다.
 
 
사례를 보자. 그동안 미국은 중국이 자국 시장을 외국 기업에 내주지 않고 폐쇄적인 자국 기업 보호 정책을 편다고 지적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BAT, 즉 검색엔진을 중심으로 하는 바이두,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업인 텐센트를 중심으로 자국의 IT 기업을 육성해왔다. 미국의 IT 기업과 비교하자면 바이두는 구글, 알리바바는 아마존, 그리고 텐센트는 페이스북에 해당한다. 하지만 중국은 구글과 아마존, 그리고 페이스북을 중국에서 쓰지 못하게 막고 있다. 이를 이용해 바이두, 알리바바. 그리고 텐센트는 초고속성장을 해왔다. 이들 기업을 이를 통해 축적한 자본과 시장, 그리고 기술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에 대대적으로 투자해 보안장치 등 중국 공안정치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미래에 열릴 인공지능 시대에 중국이 유리하게 진압할 수 있도록 길을 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미국의 작은 기업에 중국 시장 진출 기회를 열어주는 대신 지적재산권을 포기하고 기술을 무료로 이전할 것을 압박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은 기존의 과학기술과 지적재산권 보호, 무역관행 등 국제경제 규범을 정면으로 위배하면서 미국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도전하는 나라에 다름 아니다. 중국이 정상적인 경쟁이 아닌 ‘삼국지’적인 온갖 간계로 패권에 도전한다는 시각이 강하다.
 
 
근본적인 규범·규칙과 관련한 충돌
이에 따라 이번 미중 무역전쟁은 ‘전쟁 이전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의미의 ‘스테이투스 쿠오 안테 벨룸(status quo ante ballum)’이 어려워 보인다. 미국과 트럼프가 단순히 양국간 무역수지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거래 협상으로 끝나지 않고 중국 국가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을 요구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여기에는 인권 존중과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까지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선 이제 통상의 기술과 관련한 협상과 타협이 아닌 근본적인 규범과 규칙을 바꾸는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중국의 공산당 일당독재에 바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수용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전쟁이 어렵고 지리한 대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적극적으로 이에 대비할 때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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