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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왕자의 아들은 왜 왕자가 아닐까? ... 복잡한 왕실 작명법

 
 
왕족이라고 해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공주나 왕자가 되는 건 아니다.  
영국의 경우 현직 왕이나 여왕의 손자나 손녀, 즉 3대까지만 공주(princess)나 왕자(prince)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얼마 전 태어난 영국 해리 왕자(Prince Harry)의 아들 아치(Archie)는 아직 왕자가 아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4대손인 증손자(great-grandson)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인 찰스 왕세자가 왕이 되고 나서야 아치는 왕자(prince)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서양 언론들은 아치를 ‘프린스 아치(Prince Archie)’가 아닌 ‘마스터 아치(Master Archie)’로 부른다.  
마스터(Master)는 결혼 안 한 남자의 이름 앞에 붙이는 경칭(공경하는 뜻으로 부르는 칭호)이다. 최근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 표현이다.
결혼 안 한 여자에 대한 경칭은 Miss다. 결혼한 남성은 Mr. 를 결혼한 여성은 Mrs. 를 붙인다.
 
윌리엄 왕자와 해리 왕자. [인스타일 홈페이지]

윌리엄 왕자와 해리 왕자. [인스타일 홈페이지]

 
왕족들은 성경에 나온 이름을 써   
 
아치는 전통적인 왕족의 이름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화제가 됐다. 영국 왕실에서는 성경에 나온 이름을 주로 쓰는 데 아치는 아니다.     
아치라는 이름에 ‘용감한, 진실한, 대담한’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해석도 있지만, 실제 영국 현지인 가운데 그 뜻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영국의 평범한 부부들 사이에 인기 있는 이름 중 하나일 뿐이다.  
 
아치(Archie)는 2017년 인기 있는 남자 아기 이름 18위였다. 그해 가장 인기 있는 남자 아기 이름 1위는 남자는 올리버(Oliver), 2위는 해리(Harry), 3위는 조지(George)였다.
여자아이 이름 인기 1위는 올리비아(Olivia), 2위는 아멜리아(Amelia). 3위는 아일라(Isla)였다.  
 
미들 네임은 두 개 이상일 수도  
 
아치의 풀 네임(full name)은 ‘아치 해리슨 마운트배튼-윈저(Archie Harrison Mountbatten-Windsor)’다.
미들 네임(middle name)은 해리슨(Harrison), 패밀리 네임, 즉 성(姓)은 마운트배튼-윈저 (Mountbatten-Windsor)다.
미들 네임 해리슨은 문자 그대로 해리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이 역시 영국에서 많이 쓰이는 평범한 이름이다.  

 
영국인이나 미국인들은 대부분 미들 네임을 갖고 있다. 퍼스트 네임도 미들 네임도 부모님이 지어준다.
자녀는 자신의 미들 네임이나 퍼스트 네임 중 좋아하는 이름을 선택해서 사용한다.  
 
미들 네임은 머리글자만 표기하기도 한다.
43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이름은 George W. Bush로 쓴다. 여기서 W.는 미들 네임인 워커(Walker)의 머리글자다. 그의 아버지로 41대 대통령을 지낸 또 다른 부시 대통령은 조지 H. W. 부시다. H는 허버트(Herbert), W는 워커(Walker)의 머리글자다. 
 
미들 네임은 두 개 이상일 수도 있다.
해리 왕자의 풀 네임은 '헨리 찰스 앨버트 데이비드 마운트배튼-윈저(Henry Charles Albert David Mountbatten-Windsor)'다. 미들 네임이 ‘찰스 앨버트 데이비드’ 세 개다.    
 
 
왕족에게 패밀리 네임은 의미 없어  
 
아기 아치와 아버지 해리 왕자의 패밀리 네임(family name)으로 쓰인 마운트배튼-윈저 (Mountbatten-Windsor)는 필립 공과 엘리자베스 여왕이 결혼 전에 쓰던 성을 합친 것이다.  
하지만 왕족에게 패밀리 네임은 별 의미가 없다. 나라 안에서 그들을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당연하다. 게다가 패밀리 네임을 쓸 일이 거의 없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사인할 때 ER이라고 쓴다.
Elizabeth Regina의 머리글자다. Regina는 라틴어로 여왕이라는 뜻이다. 왕은 Rex다.
영국 우표나 우체통에 ER이라고 쓰여 있는 건 엘리자베스 여왕의 사인 ER를 의미한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이 그려진 우표. 왼쪽에 있는 ER은 여왕의 사인으로 Elizabeth Regina의 약자다. Regina는 라틴어로 여왕이라는 뜻이다. [The Postal Museum]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이 그려진 우표. 왼쪽에 있는 ER은 여왕의 사인으로 Elizabeth Regina의 약자다. Regina는 라틴어로 여왕이라는 뜻이다. [The Postal Museum]

 
왕족에겐 작위(title)가 중요하다 
 
해리 왕자의 공식 직함(official title)은 His Royal Highness The Duke of Sussex, Earl of Dumbarton and Baron Kilkeel이다.
즉 ‘왕가의 자손이며, 서식스의 공작이며, 덤바턴의 백작이며, 카일킬의 남작’이 공식 직함이다.
그래서 해리 왕자에 대한 영어 기사들은 대부분  ‘서식스의 공작 해리 왕자’로 표시한다.  
 
The Duke and Duchess of Sussex, also known as Prince Harry and Meghan Markle, presented their 2-day-old son to the world on Wednesday afternoon.
(서식스의 공작과 공작부인, 즉 해리 왕자와 왕자비 메건 마클은 수요일 오후 생후 2일 된 자신들의 아기를 공개했다.)
<뉴욕타임스 2019년 5월 8일 ‘Harry and Meghan Name Their Son: Archie Harrison Mountbatten-Windsor’중에서>
 
해리 왕자의 아들 아치는 작위가 없다. 원래 왕족들은 아들이 태어나면 자신이 가진 작위 중 하나를 물려주기 때문에 아들 아치에 덤바턴의 백작 작위를 물려줄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해리 왕자는 아들에게 아무 작위도 물려주지 않았다. 아들 아치가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원하기 때문일 수 있다.
 
아치가 프린스(prince)가 될지도 아직은 확실치 않다.
원칙적으로 할아버지 찰스 왕세자가 왕이 되면 3대손인 아치는 왕자, 즉 프린스(prince)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아버지 해리가 아들 아치의 프린스 작위를 거부하면 아치는 프린스가 될 수 없다.  
 
코리아 중앙데일리 Jim Bulley, 박혜민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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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