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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방일해 일본 젊은이들 직접 만나면 양국 관계 개선 도움 될 것”

지난 5일 오후 3시, 평일 대낮임에도 일본 도쿄 신주쿠(新宿)구 신오쿠보(新大久保)역 인근 거리는 북적였다. 치즈핫도그를 파는 가게 앞에는 선 채로 핫도그를 먹는 사람들이 많아 몸을 스치지 않고 지나기 힘들 정도였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의 문제로 한ㆍ일관계가 최악이라고 하지만 도쿄 최대 ‘코리아타운’인 이곳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도쿄의 대표적인 한국어학원인 신오쿠보어학원의 이승민 원장. 이영희 기자

도쿄의 대표적인 한국어학원인 신오쿠보어학원의 이승민 원장. 이영희 기자

이 거리에서 17년째 한국어학원을 운영하는 이승민(53) ‘신오쿠보어학원’ 원장은 “너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일본인들이 한국 문화를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한류 1번지’인 신오쿠보는 2000년대 이후 양국 관계 변화에 따라 큰 부침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1996년 유학생으로 일본에 건너와 신오쿠보 상가의 아르바이트생으로, 한인 대상 신문 발행인으로, 어학원 대표로 일하며 이 지역의 변화를 체감해 왔다. 
 
원래 도쿄에 사는 한인들의 생활 터전으로 조성된 신오쿠보는 2002년 한ㆍ일 월드컵 공동 개최, 2004년 ‘겨울연가’의 ‘욘사마’ 열풍 이후 일본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국 음식점과 한류 관련 상품을 파는 상점들이 속속 들어서고, 지방에서 단체로 버스를 빌려 찾아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2012년을 기점으로 조금씩 일본인들의 발길이 줄기 시작했다. “그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후 한·일 관계가 급격히 냉각됐죠. 신오쿠보에도 찬 바람이 불어 한때는 식당들의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조금씩 쇠퇴하던 거리에 변화가 시작된 것은 2년여 전. 그 전엔 신오쿠보에 발길이 뜸했던 10~20대 여성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방탄소년단(BTS)’, ‘트와이스’ 등 K팝 그룹이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다. 신오쿠보에 새로 등장한 음식인 치즈핫도그, 치즈닭갈비 등을 먹는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현재는 수십 개의 치즈핫도그 가게가 생겨났다. 
도쿄 신오쿠보 거리 치즈핫도그집 앞에 줄을 선 손님들. 이영희 기자

도쿄 신오쿠보 거리 치즈핫도그집 앞에 줄을 선 손님들. 이영희 기자

이 원장은 “지난해부터 양국 관계가 악화하면서 걱정이 많았지만, 주말이면 역을 빠져나오기 힘들 정도로 여전히 많은 사람이 오고 있다. 10~20대들은 중년층 이상에 비해 한·일간의 역사 문제나 정치적 갈등의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머니가 가벼운 세대인 만큼 손님 1인당 소비 금액은 줄었지만 젊은이들이 모이면서 활기가 더해졌다.   
 
이 같은 현상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12일 한국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일본 싱크탱크 겐론(言論)NPO가 19세 이상 한·일 국민 2008명(한국 1008명, 일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양국 젊은 세대들이 상대적으로 더 서로에 대해 호감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20대의 27%, 30대의 28%가 한국에 대해 호감이 있다고 답한 반면, 50대는 19%, 60세 이상은 13%였다.   
 
한·일 관계의 변화는 이 원장이 운영하는 한국어학원 운영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신오쿠보 외에 시부야(渋谷), 신바시(新橋), 이케부쿠로(池袋), 요코하마(横浜) 등에 분교를 가진 그의 학원은 2004년엔 한 달 사이 수강생이 5배까지 늘며 급성장했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피크 때는 학생 수가 1500명에 이르기도 했죠. 2010년대 들어 조금씩 줄어 현재는 5개 학원에서 1200여 명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학원을 찾는 것은 주로 30대 이상. 10~20대는 주로 인터넷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한국어를 공부한다.  
일본 도쿄 신오쿠보 거리의 한류백화점. 이영희 기자

일본 도쿄 신오쿠보 거리의 한류백화점. 이영희 기자

신오쿠보를 직격하진 않았지만, 일본 내에서 반한(反韓)·혐한(嫌韓) 감정이 거세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원장은 자극적인 정보로 한국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전파하는 일본 방송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일본 방송에 출연해 일본의 일반 시민들, 젊은이들과 대화한 적이 있었어요. 이후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죠. 현재 양국 관계가 좋지 않지만 문재인 대통령도 일본을 방문해 젊은이들과 직접 만나 소통한다면, 일본에 사는 한인들의 위상도 올라가고 한·일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도쿄=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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