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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작은 트로피라도 원해…시진핑과 스몰딜 가능성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명예 이사장
“오사카 G20에서 트럼프는 조그마한 정치적 트로피라도, 시진핑은 체면치레라도 해야 한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IGE) 명예이사장이 가늠한 트럼프와 시진핑의 요즘 속마음이다.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협상을 진단하면서다. 이런 가운데 사공 이사장은 국제기구 수장과 세계 석학들과 나눈 대화록 『세계 경제의 맥을 짚다』를 펴냈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최근 글로벌 상황에 비춰 솔깃한 제목이다. 중앙SUNDAY는 사공 이사장을 단독으로 만나 요즘 글로벌 경제를 진맥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IGE) 명예 이사장은 ’미·중 갈등이 10~20년 이어질 수 있다“며 한국 정부의 전략적 접근을 주문했다. [신인섭 기자]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IGE) 명예 이사장은 ’미·중 갈등이 10~20년 이어질 수 있다“며 한국 정부의 전략적 접근을 주문했다. [신인섭 기자]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참 다양하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무역기구(WTO) 등 주요 국제기구 현직 수장들과 함께 세계 최고의 경제 석학들과 사상·문화 분야의 자크 아탈리, 기 소르망과 프랜시스 후쿠야마 등도 포함됐다.”
  
28~29일 오사카 G20 정상회의서 회동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석좌 교수가 책이 나온 직후 숨을 거뒀다.
“마티(펠드스타인 교수 애칭)는 내가 재무장관이었던 1980년대 후반 이후 30년 이상 특별히 가까이 지낸 학자다. 사실은 올 3월 26일에 세계경제연구원에서 조찬강의를 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건강상 이유로 여행이 불가능해졌다고 연락이 왔는데…. 정말 슬픈일이다. 마티는 동료 미국 경제학자들로부터, 가장 존경 받고 신뢰를 받아온 석학 중 석학이었다.”
 
책을 보니 펠드스타인과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의 시각이 상당히 다르다.
“서머스가 걱정하는 장기 침체를 펠드스타인은 크게 걱정 않는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 펠드스타인은 서머스보다 훨씬 매파적이다.”
 
펠드스타인과의 대담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 거시경제 통계나 생산성 지표 등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강조한다. 기술변화 속도가 빨라 소비자의 복지나 물가, 생산성 통계가 변화를 충분히 반영 못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국제기구장과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정말 말조심 하는데 어떻게 언론보도용 대담에 응했나.
“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는 아주 민감한 시기여서 참모들의 강한 반대에도 나를 믿고 대화에 응했다. 오랜 기간 서로 쌓은 신뢰 덕분이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과도 대담했는데, 미·중 무역전쟁이 어떻게 진행될 것 같은가.
“이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날 가능성은 커보인다. 그러나 이른바 빅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그럼 결렬될 것이라고 보는가.
“아니다. 두 사람은 결렬을 선언하지는 않을 것이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트럼프-김정은 회담처럼 결렬도 아니고 합의도 없는 어정쩡한 결말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재선 때문에 단기적인 성과와 작은 정치적 트로피라도 들고 귀국하고 싶어할 게 분명하다. 시진핑은 중국몽이란 중국의 장기 목표 달성을 위해 중국 특유의 실용주의적 타협을 받아들일 수 있다. 국내외 체면치레가 가능한 범위 내의 타협이다. 이른바 스몰딜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트럼프. [AFP=연합뉴스]

트럼프. [AFP=연합뉴스]

석학들 눈에 트럼프는 어떻게 비치고 있는가.
“지식인 거의 대다수는 2차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창설·유지돼온 자유주의 세계 질서를 붕괴 내지 혼돈에 빠지게 하려 드는 트럼프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다자주의보다 쌍무주의 그리고 ‘미국 제일주의’ 기치 아래 일방주의적 트럼프의 정책을 바람직스럽지 않게 본다.”
 
그런데 최근 미 지식인들도 트럼프의 중국 압박에 대해서는 지지하는 듯하다.
“중국 포비아(Phobia: 반중 감정)가 지난 1~2년 동안에 미국뿐 아니라 유럽 지도층과 지식인들 사이에서 상당히 강해지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 갈등은 좀 더 근본적인 미·중간 패권 경쟁의 일환이기 때문에, 미·중 갈등은 앞으로 적어도 10~20년간 지속될 것으로 봐야 한다.”
 
전쟁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미·중이 전쟁까지 할 것 같지는 않다. 군사력 면에서 앞으로 상당 기간 중국이 미국과 전면전을 펼칠 위치에 있지 못할 것이다. 국지적 충돌은 수시로 일어날 수 있어, 국제 질서의 혼돈은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사공 이사장은 1980년대 미국이 일본을 국제사회에서 공개적으로 압박해서 성공한 것처럼 트럼프가 중국의 시진핑의 굴복을 받아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내가 미국쪽 인사들을 만나면 현재 중국은 과거 일본과 다르다는 점을 늘 강조한다”며 “중국인과 시진핑의 체면을 세워주는 공개·비공개 양면의 유연한 전략을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G2가 갈등할 때 한국같은 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중 패권경쟁은 여러 분야에서 충돌·갈등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세계 질서는 불안정 할 수밖에 없다. 중소 규모의 개방경제인 우리같은 나라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국가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가장 중요한 이들 두 나라와의 원칙있는 외교와 함께, 국제 외교·경제 관계에 대한 장기 전략을 갖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
  
미 지식인들, 트럼프의 대중 압박 지지
 
장기 전략은 무슨 의미인가.
“미국과의 동맹관계든,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도 일관성 있는 원칙 위에서 유지해야 한다. 원칙이 없고 신뢰할 수 없는 약자는 강대국과의 관계에서 무조건적 압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외교는 비슷한 처지의 나라들과 다변화·다층화하고, 경제·통상 관계도 더욱 다변화해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국가’로서 솔선수범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는 초강대국은 아니지만 개도국 대열에서 선진국 대열로 가장 최근에 합류한 나라다. 많은 개도국과 선진국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경제적·지정학적 위상을 갖고 있는 나라다. 미·중 충돌로 글로벌 리더십의 부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집단 리더십(Collective leadership)이 절실할 때다. 한국이 G20 등의 기능을 강화하는 일에 리더십을 적극 발휘해야 한다.”
 
노벨상 수상자서 국제기구 수장까지 글로벌 인맥 구축
세계 경제의 맥을 짚다

세계 경제의 맥을 짚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IGE) 명예 이사장이 펴낸 『세계 경제의 맥을 짚다』(사진)는 책 내용뿐 아니라 등장 인물들이 눈길을 끌기에 차고 넘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에서 현직 중앙은행 총재, 국제기구 수장까지 26명에 이른다. 한자리에 모아 놓으면 스위스 다보스에서 해마다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의 메인 세션같은 이벤트를 구성하고도 남을 수 있다.
 
인맥, 그것도 글로벌 인맥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노하우가 궁금했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자마자 비결을 귀띔해달라고 했다. 우선 사공 이사장은 “테크닉은 소용없다”며 “바로 내 자신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들은 학문적인 성취나 직업적인 성공으로 명성을 쌓은 사람들”이라며 “내 일상적인 말과 행동이 그들의 성에 차지 않으면 두 번 다시 보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정치적 시각이 서로 같을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명성에 흠이 되지 않을 인물들과 만나 교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공 이사장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 워싱턴에 눈보라가 몰아쳐 도시 자체가 마비되고 참모들이 반대하는데도 나와 대담에 응했다”며 “(나와 대화가) 자신의 명성에 누가 된다면 그렇게 했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두 번째 비결은 끊임없는 연구였다. 사공 이사장은 “나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바쁜 사람들이다. 귀중한 시간을 내 서로 이야기하는 데 그들도 얻을 게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들이 최근 어떤 보고서나 논문, 책 등을 펴냈는지도 파악하고 읽어보는 일도 중요하다. “그들의 최근 성과나 일을 정확하게 파악해 조언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남규 기자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사공일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후 미국 UCLA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대 대통령 경제수석과 재무장관을 지내며 한국 경제 성장과 자유화를 주도했다. 1993년 세계경제연구원(IGE)을 세워 지난해까지 이사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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