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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폭발·화재 알아서 주의? 배터리 제조사 결함은 없나

#1 지난 1월 경남 양산의 고려제강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에서 화재가 발생해 공장 변전실이 불에 탔다. ESS용 배터리에서 화재가 잇따르자 LG화학을 비롯한 배터리 제조사들이 배터리 충전 용량을 제한하는 내용의 공문을 돌린 뒤였다. ESS 화재와 관련해 조사를 진행하던 당국에서도 LG화학·삼성SDI 등에서 만든 같은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ESS 사업장을 대상으로 가동 중단을 권고한 상태였다. 
  
#2 지난 6월 1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의 분석 내용을 공개했다. 배터리 보호 시스템 미흡과 관리 부실, 설치 부주의 등 4가지 원인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특정 사항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배터리 제조사와 직접 관련된 부분도 있지만, 제조사와 설계·시공 업체 간 책임소재 문제는 법정에서 가려야 할 문제로 판단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

정부가 이렇게 원론적이고 애매모호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배터리 폭발과 화재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충전해서 재사용할 수 있는 2차전지의 일종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ESS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자제품에서 쓰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끈다. 특히 최근 LG화학의 소형 리튬이온전지가 들어간 액상형 전자담배 기기가 폭발하면서 소비자의 불신이 커졌다. LG화학은 이에 대해 “불법적으로 유통된 배터리를 (기기에) 부주의하게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리튬은 전해질(전기를 흐르게 하는 액체)을 만나면 이온 형태로 변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이렇게 만들어진 리튬이온이 음(-)극에서 양(+)극으로 흐를 때 전류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활용한다. 충전 과정에서는 반대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리튬을 이온형태로 활용하면 폭발 위험성이 줄어든다. 다만 전해질이 액체이기 때문에 외부에 노출될 경우 폭발이나 화재로 이어지기 쉽다. 외부로 새어나오지 않더라도 음극과 양극을 분리해 둔 분리막이 손상될 경우 과전압이 흐르면서 배터리가 폭발할 수 있다. 3년 전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배터리 사고 때가 그랬다.  당시 배터리 크기를 줄이려다 보니 충분한 두께의 분리막을 설계하지 못해 전량 리콜의 원인이 됐다.
 
이번 조사 결과가 배터리 관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주의하라는 원론적 제안에 그치면서 오히려 배터리 제조 결함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조사위에서도 LG화학 배터리 셀의 제조상 결함이 화재의 간접적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사위는 2017년 8월 이후 화재가 발생한 ESS 23곳 중 특정 시기에 LG화학 남경공장에서 생산돼 납품한 배터리가 유독 많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에 따라 같은 장소·시기에 생산된 제품을 분해조사한 결과 제조상 결함이 있다고 밝혔다. 조사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생산 공장과 시기를 밝힐 수는 없지만 사고가 발생한 ESS 중 10여 곳의 배터리가 1개 공장에서 약 1분기 동안에 생산된 것으로 나타나 결함 조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같은 조건에서 조사위가 실시한 모사실험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모호한 결론을 내놨다. 이에 대해 전문가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철완 서정대학 교수는 “정작 원인 조사는 된 것이 없다”며 “LG화학의 불량 셀에 대해 하나의 표본으로 180회의 모사실험을 하고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마무리 지은 것은 기본적인 확률과 통계 개념조차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폭발과 화재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지 않아 또 다른 ESS 관련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박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는 SOC(State Of Charge·충전 상태)를 70~80%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이 화재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데, 정부 대책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고 과도한 방재 대책만 있다”고 비판했다.
 
애매모호한 결론 탓에 국내 ESS 관련 기업이 해외에서 사업을 펼치는 데 지장이 있을 수도 있다. ESS 업계 관계자는 “해외 업체들이 국내 ESS 시스템을 그냥 받아줄 리 만무하다”고 우려했다.
 
물론 이번 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국내외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17년 159억 달러에서 2020년 543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또 전고체 배터리도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극과 전해질을 모두 고체로 만들어 안정성을 높혔다. 다만 기존 액체 전해질 배터리에 비해 성능 감소가 빠르다는 점과 생산 비용이 높다는 점에서 상용화까지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ESS(Energy Storage System)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는 장치다. 밤이나 바람이 없는 날 등 태양광과 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없을 때도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필수적인 설비다. 현재 국내 ESS 사업장 수는 1490곳(누적 기준)에 이른다.

 
황건강·최윤신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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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