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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수도원의 ‘절대 고독’ 미학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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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효상 지음
돌베개
 
“우리는 그렇게 세상을 버린 자들, 자기 스스로까지 부인한 자들, 그래서 끝내 스스로를 추방한 자들, 이들이 얻은 평화의 향기라도 맡고자 그 앞까지만이라도 간다 (…) 세상의 끝, 세상의 경계 밖에 거주하기로 결단하고 세상의 풍경이 없는 곳까지 가서 기어코 거주하는 이들의 장소를 찾는 일은 늘 특별했다.”(327쪽) 
 
지난해 7월 프랑스 알프스의 깊은 산 속 그랑드샤르트뢰즈 수도원을 찾은 대목에서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1084년 설립된 이 수도원은 1000년 가까이 외부에 문을 열지 않았다. 수도원은 외부와 단절된, 절대 고독의 장소다. 왜 수도원과 그곳에 속한 이들(수도사)을 찾아가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압축적으로 말하는 대목이다.
 
저자는 승효상(67) 국가건축정책위원장(책에선 ‘설계 사무실 이로재를 이끌며 빈자의 미학이라는 화두를 중심에 놓고 작업하는 건축가’로 소개한다)이다. 책은 지난해 20여 명의 일행과 열흘간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수도원, 성당 등 종교 건축물을 순례하며 사색한 기록을 담은 에세이다.
 
여정은 로마 근교 수비아코의 베네딕토 수도원부터, 파리의 추방당한 순교자 기념관까지 2500㎞. 중간에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대성당, 시에나 대성당, 체르토사 델 갈루초 수도원, 르 토로네 수도원, 아비뇽 교황청, 그랑드샤르트뢰즈 수도원, 라 투레트 수도원, 롱샹 성당 등을 찾아 건축과 신앙, 역사 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그중에서도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1887~1965)의 작품인 라 투레트 수도원과 이 수도원의 모티브가 된 르 토로네 수도원, 그리고 코르뷔지에의 또 다른 작품 롱샹 성당을 자세히 다룬다. 그러면서 “코르뷔지에가 이 건축(롱샹 성당)을 설계할 당시의 나이가 지금 내 나이라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꼈다. 내가 하는 일 모두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되뇌고 되뇌었다”(462쪽)고 말한다. 책 곳곳에서 소개하는 저자의 개인사와 맞물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이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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