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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킥 옵션만 10가지…족집게 과외 ‘정정용 마법 노트’

내일 오전 1시 U-20 월드컵 결승전
이강인(18·오른쪽)은 대한민국 U-20 대표팀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지만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어 ‘막내형’으로 불린다. 이강인이 에콰도르와의 준결승에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루블린·우치(폴란드)=연합뉴스]

이강인(18·오른쪽)은 대한민국 U-20 대표팀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지만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어 ‘막내형’으로 불린다. 이강인이 에콰도르와의 준결승에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루블린·우치(폴란드)=연합뉴스]

스무 살 청춘들이 한국 축구 역사를 다시 쓸 시간이 왔다. 이제 딱 한걸음만 더 내딛으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정정용(50)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오는 16일 오전 1시(한국시간) 폴란드 우치의 우치 스타디움에서 동유럽 강호 우크라이나를 상대한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한 경기, 결승전이다.
 
정정용호는 남자팀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올랐다. 1983년 멕시코 대회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세운 종전 최고 성적(4강)을 뛰어넘었다. ‘마지막 승부’에서 승리하면 더 큰 영광이 기다린다. 2년 주기로 열리는 이 대회에서 아시아는 단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1981년 호주 대회에서 카타르, 1999년 나이지리아 대회에서 일본이 결승에 올랐지만 각각 독일과 스페인에 패해 준우승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 결승전 또한 아시아와 유럽의 승부다.
 
한국와 우크라이나는 공통점이 많다. 당초 우승 후보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돌풍을 일으키며 역대 최초로 결승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경기를 거듭할수록 신바람을 내고 있다. 수비에 충실하다가 과감한 역습으로 득점을 노리는 전술적 뼈대도, 수비 시에는 좌우 윙백을 내려 5백 형태로 유지하다 공격할 때 3백으로 바꾸는 경기 운영 방법도 닮았다.
 
한국이 최후방에서부터 짧은 패스 위주의 빌드업(build-up) 축구로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종종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롱 패스 한방에 최전방에 볼을 전달한다는 점 정도가 다르다. 장점이 ‘조직력(한국)’과 ‘우세한 체격조건(우크라이나)’으로 각자 나뉘기에 나타나는 차이점이다.
 
결승전을 앞두고 우리 선수들은 ‘정정용표 마법 노트’를 차분히 복기하며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마법 노트’는 지난해 11월, 이번 대회 지역 예선을 겸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당시 정 감독이 나눠준 전술 자료집에 대해 선수들이 붙인 별명이다. 어른 손가락 하나 정도 두께로 제본한 자료집에는 상대의 전술과 경기 운영 방식에 따른 우리 팀의 포메이션 3가지와 10여 가지 세트피스 등 전술 정보가 빼곡히 담겼다. 각 상황별로 선수들의 위치와 역할, 동선 등을 세밀하게 정리했다.
 
노트를 들고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정정용 감독. [루블린·우치(폴란드)=연합뉴스]

노트를 들고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정정용 감독. [루블린·우치(폴란드)=연합뉴스]

14일 폴란드 우치에서 열린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마주한 미드필더 고재현(20·대구)은 “노트를 받고 매일 시간 날 때마다 읽었다. 경기 중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대처 방법을 글과 그림으로 보여줘 이해하기 쉬웠다”면서 “이번 대회에서 노트에 담긴 내용을 거의 모두 활용했다. 코너킥의 경우 10가지가 넘는 옵션이 있는데, 오히려 너무 많아 헷갈리니까 세 가지 정도만 뽑아 썼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지난해 AFC 챔피언십을 마친 뒤 ‘마법 노트’를 거둬들였다. 선수들이 실전을 통해 충분히 숙지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안 유지’의 의미도 있었다. 미드필더 김세윤(20·대전)은 “전술적으로는 사실상 지난해 모든 준비가 끝나 있었던 셈”이라고 했다.
 
치열한 생존 경쟁을 거치며 결승까지 올라왔지만, 정정용호의 체력 상태도 양호한 편이다. 김성진 의무 트레이너는 14일 “결승전을 앞둔 우리 선수단의 체력 수준은 100점 만점 기준으로 80점 정도”라면서 “사흘에 한 번씩 6경기를 잇달아 치른 살인적 일정을 감안하면 80점은 경이적인 점수”라고 말했다.
 
두 나라는 지난 3월 스페인에서 한 차례 맞붙은 적이 있다. 당시 접전 끝에 한국이 0-1로 졌지만, 당시엔 에이스 이강인(18·발렌시아)을 비롯해 김현우(20·디나모 자그레브), 정호진(20·고려대), 이광연(20·강원) 등 정정용호 주축 멤버 대부분이 뛰지 않았다.
 
당시 오세훈(20·아산), 최준(20·연세대), 황태현(20·안산) 등과 함께 뛴 바 있는 고재현은 “우크라이나는 피지컬도 전술도 잘 갖춰진 팀이었다”면서도 “당시에도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했다. 그때 진 게 오히려 지금은 플러스가 된 것 같다. 꼭 이겨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역사적인 승리를 이끌 키 플레이어는 역시나 이강인이다. 스포츠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스포츠매틱스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대회 6경기를 치르며 이강인은 무려 29차례의 키 패스(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만들어낸 패스)를 기록했다. 정정용호 전체 볼 터치 6128회 중 17.2%에 해당하는 1060회가 이강인의 발끝에서 나왔다.  
 
매 경기 상대 수비진의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도 5개의 공격 포인트(1골 4도움)를 만들어냈다. 우리뿐만 아니라 유럽 주요 언론들도 “차원이 다른 선수”라며 이강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이강인급’으로 분류할 만한 선수는 없다. 4골을 기록 중인 18살 스트라이커 다닐로 시칸은 골 결정력이 뛰어나지만 경기 흐름을 주도하는 타입은 아니다. 공격형 미드필더 세르히 불레차(20)는 드리블, 슈팅 등 단독 플레이에 강점을 보인다. 중앙수비수로 3골을 터뜨린 데니스 포포프(20)가 경고누적으로 결승전에 나서지 못하는 건 희소식이다.
 
이번 대회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MVP)은 이강인과 시칸, 불레차의 3파전으로 사실상 좁혀진 상태다. 6경기를 5실점으로 마무리한 ‘빛광연’ 이광연과 우크라이나 수문장 안드리 루닌(20·5경기 3실점)은 최고의 거미손에게 주어지는 골든 글러브를 놓고 경쟁한다.
 
떼창 부르고 감독과 장난 치고…맘껏 즐기는 신세대 선수들
우승 트로피가 걸린 마지막 한 경기를 앞두고 있지만, 우리 선수단에게서 긴장감이나 비장한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무언가에 한번 빠져들면 결과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고 기분 좋게 몰두하는 신세대의 특징이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2일 폴란드 루블린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준결승을 1-0 승리로 마친 뒤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우리 선수들이 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 이른바 ‘떼창 동영상’이 화제가 됐다. ‘맏형’ 조영욱(20·서울)이 “우리의 떼창을 보여주자”고 운을 띄우자 수비수 이재익(20·강원)이 발라드 그룹 노을의 ‘그리워 그리워’를 틀었다. 노래 선율이 흐르며 하나둘씩 따라 부르는 목소리가 늘더니 어느새 선수단 버스가 21명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대한축구협회가 해당 영상을 공개한 이후 조회수가 700만이 넘어갈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U-20 월드컵 본선에 나선 우리 대표팀은 치열한 생존 경쟁 중에서도 주어진 상황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승리한 직후 감독과 선수들이 서로 물을 뿌려대며 장난을 치고, 라커룸과 훈련장에선 클럽 못지 않게 신나는 음악들이 쉼 없이 흘러나온다. 스마트폰을 마음대로 활용하고, 훈련 시간 이외에는 숙소 호텔 인근을 편하게 돌아다니며 여가를 즐긴다.
 
1983년 이 대회에서 4강 신화를 이룬 대선배들의 도전 과정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36년 전엔 고지대인 대회 장소에 적응한다며 마스크를 쓰고 훈련하다 호흡 곤란으로 쓰러지는 선수가 속출하는 등 ‘죽기를 각오하고’ 대회에 나섰다. “더 즐기고 싶어서 이긴다”는 현재 선수들에겐 상상할 수조차 없는 풍경이다.
 
우치=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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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