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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불빛만 바꿔도 범죄 줄어…여성 안전에 집중할 것

김진표 경찰청 생활안전국장 
얼마 전 서울에서 귀가 중이던 여성을 몰래 따라가 집에 들어가던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주거침입 강간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또 인근에서 여성이 혼자 사는 집을 들여다보며 음란행위를 하던 20대 남성이 주거침입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른바 ‘OO동 강간미수’와 ‘OO동 반지하 원룸’ 사건 이후 여성들, 특히 혼자 사는 젊은 여성들의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주거침입강간(강간미수·유사강간 포함) 범죄는 131건이다. 여기에 주거침입강제추행과 기타강간까지 더하면 주거지 내에서 315건의 성범죄가 발생한 셈이다. 
 
이에 경찰청은 여성 대상 범죄만 전담할 수 있도록 생활안전국 내에 여성안전기획관을 신설하기로 했다. 그동안 여성·아동·청소년 대상 범죄를 모두 담당하던 ‘여성청소년과’에서 ‘여성’을 분리, 여성 안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여성안전기획관 밑에는 여성 안전 관련 정책 부서인 여성안전기획과와 수사 부서인 여성대상범죄수사과를 배치하기로 했다.
  
여성 시각서 범죄 요인 해소해 나갈 것
 
김진표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이 지난 12일 경찰청 본청 내 치안상황실에서 CCTV를 살펴본 뒤 다이어리에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김진표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이 지난 12일 경찰청 본청 내 치안상황실에서 CCTV를 살펴본 뒤 다이어리에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김진표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치안감)은 지난 12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총괄적인 대응을 위해 여성안전기획관 신설을 추진하게 됐다”며 “여성안전기획관은 학계·시민단체 등 종합적인 안목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의 여성 문제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인사 검증, 역량 심사 등의 과정을 거쳐 임용까지는 3~4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에 대한 범죄예방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2018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민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범죄 발생’을 꼽았다. 최근 홍대 불법촬영, 등촌동 전처 살인, 신림동 강간미수 등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여성들의 불안감이 고조됐다. 여성의 시각에서 지역사회와 경찰이 함께 범죄 요인을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공동체 치안’ 정착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
 
올해 진행되는 여성 범죄예방 인프라 구축 사업이 있나.
“사업 지역 300곳을 선정했으며, 현재 지역별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 곳당 130만원이 지원되며 조명·비상벨·신고위치안내판 등 기본적인 범죄예방 시설물이 설치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범죄예방을 위해서는 환경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셉테드(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가 필요하다. 셉테드란 생활환경을 범죄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로 설계해 범죄가 발생할 기회를 차단하고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감소시키는 기법이다. 2005년 경찰청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가 경찰과 협업해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적으로 총 1555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셉테드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셉테드의 효과는 범죄 발생 감소라는 측면과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감소하면서 나타나는 삶의 질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볼 수 있다.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지역사회가 범죄예방을 위해 협업하는 제도를 통해 범죄를 대폭 감소시켰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1980년대 후반 영국 런던의 에드먼턴, 햄리츠 타워, 해머스미스 세 지역에서 가로등 조도(照度)를 평균 5럭스 이하에서 10럭스로 높이자 보행자의 도로 사용률이 50% 이상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했다. 일본 도쿄의 미드타운과 롯폰기힐스 등은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셉테드가 도입된다. 모든 주차장에는 비상벨이, 보행자 통로에는 5m 간격으로 조명이 설치된다. 가로등 불빛을 주황색에서 푸른색으로 바꾼 결과 범죄률이 20%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우리나라에서는 경찰청이 부천시에서 시행한 최초의 셉테드 사업을 통해 절도 38.3%, 강도 60.8%가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부산 행복마을의 경우 셉테드 사업 실시 이후 살인, 강·절도, 강간, 폭력 범죄가 총 67.3% 감소했다.”
  
부산 행복마을, 강간·폭력 등 67% 줄어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치안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미국 워싱턴 DC 인근 도시에서는 피살자가 연 300명을 넘겼고, 한 시민단체에서는 ‘살인 없는 주말 캠페인’을 전개했다고 한다. 반면 우리의 치안 수준은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최대 국가 비교 통계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가 안전도 순위에서 한국이 1위에 올랐을 만큼 우리나라는 범죄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의 경찰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치안이나 범죄예방은 경찰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경찰의 한정된 인력만으로는 우리 국민의 치안 눈높이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자체·기업·시민사회단체의 동참이 있어야 ‘체감치안’을 높일 수 있다. 1세대 셉테드가 물리적 환경개선이라면 2세대 셉테드는 주민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는 일이다. 그래서 민간의 참여가 더 절실하다.”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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