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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봉에만 4000개…무분별한 볼트로 암벽 구멍 뚫린다

“으악!”
지난 8일과 9일 제3회 트래드클라이밍 페스티벌이 열린 충북 제천 금수산(1016m) 자락 저승봉(일명 미인봉) 일대에는 비명이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손과 발을 좁은 크랙(바위 틈새)에 쑤셔 넣고 비틀어(재밍) 얻은 마찰력으로 몸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최연소 참가자인 최유나(22·대학생)씨는 “고통만큼 올라간다”며 오히려 즐거워했다. 

제천 저승봉에서 6월 8~9일 열린 제3회 트래드클라이밍 페스티벌에서 한 참가자가 온힘을 다해 등반하고 있다. 20m 높이의 이 루트는 12m 지점까지 볼트가 단 하나도 없어 선등자가 확보물을 직접 설치하며 등반해야 한다. [사진=강레아]

제천 저승봉에서 6월 8~9일 열린 제3회 트래드클라이밍 페스티벌에서 한 참가자가 온힘을 다해 등반하고 있다. 20m 높이의 이 루트는 12m 지점까지 볼트가 단 하나도 없어 선등자가 확보물을 직접 설치하며 등반해야 한다. [사진=강레아]

 기자가 트래드클라이밍을 체험하고 있다. 이 크랙 루트는 16m 지점까지 볼트가 없다. [사진=강레아]

기자가 트래드클라이밍을 체험하고 있다. 이 크랙 루트는 16m 지점까지 볼트가 없다. [사진=강레아]

올해 페스티벌에는 공지 13분 만에 45명의 참가자가 모두 채워졌다. 신청자는 예정 인원의 7배가 넘는 330여명에 달했다. 참가자를 모으기까지 1회 때 열흘, 2회 때 사흘 걸렸다. 볼트 사용 최소화, 자연 훼손 방지를 모토로 전통 등반을 추구하는 트래드클라이밍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조근진(32·더탑) 스태프는 “참가자 45명에 스태프 20명이 붙었다”며 “효율적 페스티벌 진행을 위해 인원 제한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태프인 아이스클라이밍 세계 챔피언 박희용(37·노스페이스클라이밍팀)씨는 “자신을 한계까지 몰고 가봐야 비로소 등반에 눈이 뜨인다”는 경험담을 들려줬다.  
제천 저승봉에서 6월 8~9일 열린 제3회 트래드클라이밍 페스티벌에서 문성욱(48·바위를찾는사람들) 스태프가 트래드클라이밍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강레아]

제천 저승봉에서 6월 8~9일 열린 제3회 트래드클라이밍 페스티벌에서 문성욱(48·바위를찾는사람들) 스태프가 트래드클라이밍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강레아]

제3회 트래드클라이밍 페스티벌에서 참가자들이 재밍 글러브를 만들고 있다. [사진=강레아]

제3회 트래드클라이밍 페스티벌에서 참가자들이 재밍 글러브를 만들고 있다. [사진=강레아]

 제천 저승봉에서 6월 8~9일 열린 제3회 트래드클라이밍 페스티벌에서 문성욱(48·바위를찾는사람들) 스태프가 천장 형태로 만든 재밍 암장에서 등반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강레아]

제천 저승봉에서 6월 8~9일 열린 제3회 트래드클라이밍 페스티벌에서 문성욱(48·바위를찾는사람들) 스태프가 천장 형태로 만든 재밍 암장에서 등반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강레아]

8일에는 트래드클라이밍 등반법·시스템 교육과 게임이 벌어졌다. 이튿날에는 저승봉에서 실전 등반. 5개 코스에서 링락·피스트·핸드·풋 재밍과 니바(knee-bar) 등 다양한 기술을 펼쳐야 한다. 최고령 참가자인 강경운(60·부산클라이머스)씨는 “스포츠·슬랩 등 다양한 등반을 해왔지만 트래드클라이밍은 처음”이라며 “등반 기술은 물론 환경 보호라는 좋은 경험을 몸과 마음에 담고 간다”고 말했다.

 

4000개.  
북한산 인수봉에 박힌 볼트의 숫자다. 인수봉 루트는 90여 개. 루트 당 40~50개의 볼트가 있다. 도봉산 선인봉, 설악산 장군봉 등 전국 유명 암벽 등반지의 볼트를 합하면 수십만 개에 달한다. 볼트는 안전을 보장해주는 장치 중 하나다. 하지만 바위에 무분별하게 구멍을 뚫고 볼트를 박는 순간 자연훼손 논란도 그곳에 뿌리를 내린다.  

제천 저승봉에서 이명희(왼쪽·46·노스페이스클라이밍팀) 스태프와 조근진(31·더탑) 스태프가 시범등반을 선보이고 있다. 왼쪽 루트에는 출발지점에 두 개의 볼트, 오른쪽 루트는 출발 3분의1지점에 하나의 볼트만 있을 뿐이다. 나머지 클랙 구간은 확보물을 직접 설치해야 한다. 김홍준 기자

제천 저승봉에서 이명희(왼쪽·46·노스페이스클라이밍팀) 스태프와 조근진(31·더탑) 스태프가 시범등반을 선보이고 있다. 왼쪽 루트에는 출발지점에 두 개의 볼트, 오른쪽 루트는 출발 3분의1지점에 하나의 볼트만 있을 뿐이다. 나머지 클랙 구간은 확보물을 직접 설치해야 한다. 김홍준 기자

제천 저승봉에서 6월 8~9일 열린 제3회 트래드클라이밍 페스티벌에서 문성욱(48·바위를찾는사람들) 스태프가 무릎을 바위 사이에 끼워 넣으며 중심을 잡는 니바(knee-bar) 기술을 구사하며 등반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

제천 저승봉에서 6월 8~9일 열린 제3회 트래드클라이밍 페스티벌에서 문성욱(48·바위를찾는사람들) 스태프가 무릎을 바위 사이에 끼워 넣으며 중심을 잡는 니바(knee-bar) 기술을 구사하며 등반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

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이명희(46)씨는 트래드클라이밍 페스티벌 ‘등반 윤리’ 세션에서 “한국은 암벽 등반지의 볼트 설치에 너무 관대하다”며 “그만큼 추락에 관대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추락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갖지만, 그 정도가 심하다는 말이다.
 

트래드클라이밍은 볼트를 최소화한다. 실제 저승봉의 15m 가녀린 크랙 코스에 설치된 볼트는 1개뿐이었다. 다른 암벽이라면 최소한 볼트 5개가 설치해야 할 것 같았다.  
 

페스티벌 스태프인 최석문(46·노스페이스클라이밍팀)씨는 “등반이란 모험을 위해서는 본인이 설치한 확보물을 믿어야 한다”며 “정말 대형사고가 날 정도가 아니면 볼트 사용을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등반은 원래 불편하고 위험한 것이며, 이를 극복하는 것이 암벽 등반의 가치라는 말이다.
 

미국의 워렌 하딩(1924~2002)은 1970년 요세미티 엘 캐피탄 ‘던 월’을 오르면서 볼트 수백 개를 박아 논란이 됐다. 라이벌인 로열 로빈스(1935~2017)는 “등반이 순수하지 않다”며 자신이 직접 던 월을 오르며 볼트를 제거했다.  
 

로빈스는 1952년 미국의 타퀴즈락의 오픈북 코스를 자유등반 했다. 5.9로 당시에는 최고 난도였다. 하지만 이 난도는 등반기술이 발전하며 그다지 높지 않은 등급이 됐다. 더구나 스포츠클라이밍 관점에서 보면 초보급이다. 그래서 한국의 등반대가 숫자만 보고 이곳에 갔다가 기절할 뻔했다고 한다. 볼트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오리건주의 트라우트 크릭. 정상의 확보지점을 빼고는 볼트가 하나도 없다. [사진=최석문]

미국 오리건주의 트라우트 크릭. 정상의 확보지점을 빼고는 볼트가 하나도 없다. [사진=최석문]

미국 오리건주의 트라우트 크릭. 정상의 확보지점을 빼고는 볼트가 하나도 없다. [사진=최석문]

미국 오리건주의 트라우트 크릭. 정상의 확보지점을 빼고는 볼트가 하나도 없다. [사진=최석문]

미국 트라우트 크릭도 볼트가 하나도 없다. 이곳엔 볼트를 박으면 루트를 더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볼트를 설치하느니 차라리 루트를 안 만들었다. 이처럼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볼트 사용을 극도로 자제한다. 등반의 원래 취지를 살리고 자연 훼손을 막는, 이른바 ‘클린 클라이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클린클라이밍이 안전과 상충한다고 본다. 사고를 막기 위해선 볼트를 설치해야 하고 더 많은 사람이 암벽을 즐길 수 있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페스티벌 스태프 문성욱(48·바위를찾는사람들)씨는 “바위 형태에 따라 오를 수 있는 기존 루트에 누군가 볼트를 함부로 설치하면 코스를 개척한 등반가의 창의성·모험성·순수성을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천 저승봉에서 6월 8~9일 열린 트래드클라이밍 페스티벌에서 김우경(29·블랙다이아몬드) 스태프가 시범등반을 보이고 있다. 15m에 이르는 이 루트는 출발지점에만 볼트가 하나 있을뿐, 이후 구간은 선등자가 직접 확보물을 설치하며 등반해야 한다. [사진=강레아]

제천 저승봉에서 6월 8~9일 열린 트래드클라이밍 페스티벌에서 김우경(29·블랙다이아몬드) 스태프가 시범등반을 보이고 있다. 15m에 이르는 이 루트는 출발지점에만 볼트가 하나 있을뿐, 이후 구간은 선등자가 직접 확보물을 설치하며 등반해야 한다. [사진=강레아]

심지어 바위를 깎아 코스를 만드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안종능(46·블랙다이아몬드)씨는 “볼트 금지가 아니라 볼트 자제가 트래드클라이밍의 취지”라며 “크랙에 볼트가 없으면 위험하다는 생각은 기본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페스티벌 등반 시범을 보인 차호은(45·마운틴브로)씨는 “본인의 능력에 맞지 않는 등반을 밀어붙이면 결국 자연 훼손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공존의 이유  
바위에 구멍을 뚫어 볼트를 박으며 루트를 개척하거나 바위를 깎아내는 행위는 법에 저촉되지 않을까. 자연공원법 27조는 공원시설을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국립공원 내 암벽등반 루트는 개척할 수 없는 게 원칙”며 “기존 루트는 유지하지만 새 루트는 만들 수 없게 제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천 저승봉에서 6월8일~9일 열린 제3회 트래드클라이밍 페스티벌에서 참가자들이 등반 세션을 마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강레아]

제천 저승봉에서 6월8일~9일 열린 제3회 트래드클라이밍 페스티벌에서 참가자들이 등반 세션을 마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강레아]

제천 저승봉에서 등반 세션을 마친 제3회 트래드클라이밍 페스티벌 참가자들과 스태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강레아]

제천 저승봉에서 등반 세션을 마친 제3회 트래드클라이밍 페스티벌 참가자들과 스태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강레아]

암벽은 누군가의 소유다. 자연 훼손에 대한 반발, 주차 위반, 쓰레기 투기 등으로 갈등이 생긴다. 빙벽등반, 스포츠클라이밍으로 이름 날리던 몇 곳이 문을 닫은 까닭도 여기에 있었다. 저승봉 인근 부지는 충북교육청 소유로 알려져 있다. 이곳의 마을 이장은 “등반을 허가해 달라”고 관련 기관에 청원했다. 사람이 다녀야 마을도 활기가 넘친다는 것이다. 이수항(29·파타고니아) 스태프는 "대신 트래드클럽은 소음을 자제하고 오물을 남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클라이머와 주민들이 공존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한 것이다.  
 

최석문씨는 “지금 우리가 오르는 암벽은 현재를 사는 우리 것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포함한 모두의 것이기 때문에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이 트래드클라이머의 의무”라고 말했다.
제천=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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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