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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 바꾸는 기술 나왔다…O형 피 부족사태 해결사?

A형 혈액을 O형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O형은 모든 환자에게 수혈이 가능한 혈액형이어서, 헌혈 가능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0일(현지시각)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에 있는 당사슬의 형태로 결정된다. 이를 끊어 O형으로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중앙포토]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에 있는 당사슬의 형태로 결정된다. 이를 끊어 O형으로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중앙포토]

A형을 비롯한 B형·AB형 혈액형에는 고유의 특징이 있다. 바로 적혈구 표면에 있는 ‘당사슬’이다. A형 적혈구에는 ‘Ν-아세틸 갈락토사민’이, B형 적혈구에는 ‘갈락토스’가 있는 것이 독특하다. AB형은 둘을 모두 갖고 있다. 만약 A형 혈액을 B형 환자에게 수혈할 경우, 면역체계가 이 특징을 눈치채고 혈액에 공격을 가하게 된다.
 
그런데 O형에는 이 당사슬이 없다. 누구에게 수혈해도 거부 반응이 없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O형의 이같은 특징에 주목했다. 제갈동욱(44)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해당 연구진은 A형 혈액에서 당사슬을 끊어주는 방식으로 O형 혈액을 만들었다”며 “이 역할을 하는 효소를 찾아낸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A형과 B형 혈액은 자신의 특징을 결정짓는 당사슬을 표면에 갖고 있다. 이 당사슬을 끊어 O형으로 만드는 게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그래픽제공=픽사베이]

A형과 B형 혈액은 자신의 특징을 결정짓는 당사슬을 표면에 갖고 있다. 이 당사슬을 끊어 O형으로 만드는 게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그래픽제공=픽사베이]

A형 당사슬을 끊어 O형으로 만드는 데는 ‘알파-N-아세틸 갈락토사미니데이스’ 효소가 쓰였다.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소량의 혈액을 O형으로 바꾸는 실험까지 완료된 상태다.
 
연구진이 어떻게 이 효소를 발견했을까. 실마리는 사람의 소화기관에 있었다. 제갈 교수는 “연구진이 사람의 소화기관을 거쳐 나온 대변을 분석한 결과, 당사슬을 분해하는 DNA를 최대 11개까지 추릴 수 있었다”며 “이 DNA를 가진 소화기관 속 효소를 추적해 두 개의 효소를 발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혈액형을 바꾸는 기술이 개발됐다. 사람의 몸 속 박테리아에서 찾아낸 효소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모든 환자에게 수혈이 가능한 O형 헌혈이 많아지면, 혈액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국방부가 공개한 군인 전사자 신원 확인용 혈액 보관 키트. [사진 국방부]

혈액형을 바꾸는 기술이 개발됐다. 사람의 몸 속 박테리아에서 찾아낸 효소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모든 환자에게 수혈이 가능한 O형 헌혈이 많아지면, 혈액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국방부가 공개한 군인 전사자 신원 확인용 혈액 보관 키트. [사진 국방부]

과학계는 이번 연구결과로 헌혈 가능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모한다스 나라 뉴욕시 뉴욕혈액센터 생리학자는 “전 세계적으로 혈액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그러나 A형 혈액을 O형으로 바꾸면 범용으로 쓸 수 있는 혈액이 두 배로 늘어나는 셈”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3900만명 수준인 헌혈 가능 인구는 계속해서 줄어들어 2050년이 되면 약 2900만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만 16~19세 헌혈자는 2013년 약 105만명에서 2017년 약 91만명으로 4년간 14만여명 줄었다. 한 병원 관계자는 “군인·학생 등이 단체로 하는 헌혈이 수혈에 쓰이는 혈액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젊은 층의 인구 감소는 혈액 수급에 있어 중대한 문제”라고 밝혔다. 특히 흔히 쓰이는 O형의 경우 그 가장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층의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혈액 공급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헌혈의 대부분이 군인, 학생들이 하는 단체 헌혈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해 2월 2일 육군 제102기갑여단 장병들이 부대 내에서 진행된 ‘사랑의 헌혈’운동에 동참하는 모습. [사진 뉴스1]

젊은 층의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혈액 공급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헌혈의 대부분이 군인, 학생들이 하는 단체 헌혈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해 2월 2일 육군 제102기갑여단 장병들이 부대 내에서 진행된 ‘사랑의 헌혈’운동에 동참하는 모습. [사진 뉴스1]

이번 개발된 기술은 어떤 방식으로 상용화할 수 있을까. 제갈 교수는 “인슐린 효소의 경우 인슐린 유전자를 대장균에 넣어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양산한다”며 “혈액형을 바꾸는 효소도 이같은 방식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사슬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효소를 투여해야 할지 등은 아직 추가로 연구돼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편 해당 연구진은 2007년 이미 A형에서 O형으로 혈액형을 바꾸는 효소를 찾아냈으나 다량을 투입해야 하는 등 경제적이지 못해 4년간의 추가적인 연구를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스테픈위더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역시 “혈액 공급을 확대로 혈액 수급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해당 효소가 적혈구의 다른 요소를 변형시키는지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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