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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이 유조선 공격배후, 증거 인멸도 시도" 영상 공개

지난 13일 걸프 해역에서 유조선 피격 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미국과 이란이 서로를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하면서 중동 정세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피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지만, 이란은 미국이 벌인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며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 13일 오전(현지시간) 걸프 해역으로 이어지는 오만 해상에서 노르웨이 선박을 포함한 유조선 두 척이 어뢰 공격을 받았다. 피격 유조선 중 한 척에서는 굵은 연기 기둥이 치솟을 만큼 타격이 컸으나 다행히 선원들은 모두 탈출했고 다른 상선에 전원 구조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어 “이란이 이번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 미국의 평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격에 사용된 무기와 작전 수행에 필요한 전문 지식수준 등을 고려하면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어떤 그룹도 이란만큼의 고도한 정교함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이들의 공격은 국제평화와 안보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자 항행의 자유에 대한 노골적 공격이며 용납할 수 없는 긴장 고조 활동”이라고 말했다.
이란 해군선이 유조선에 붙은 불을 진압하는 모습. 13일(현지시간) 걸프 해역으로 이어지는 오만해에서 유조선 두 척이 어뢰 공격을 받았다. 미국과 이란은 서로를 공격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 해군선이 유조선에 붙은 불을 진압하는 모습. 13일(현지시간) 걸프 해역으로 이어지는 오만해에서 유조선 두 척이 어뢰 공격을 받았다. 미국과 이란은 서로를 공격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어 “국제사회는 항행의 자유와 무고한 민간인을 표적으로 한 이란의 공격을 규탄한다”면서 “이란은 테러와 유혈, 강탈이 아니라 외교를 해야 한다. 미국은 세계 무역과 지역 안정을 보호하기 위해 파트너 및 동맹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오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란 비판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이란과 협상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느낀다”며 “그들은 준비되지 않았고, 우리 또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은 미국의 주장을 완강히 부인했다.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의 명분을 쌓기 위해 미국이 오만해에서 유조선을 공격하는 자작극을 벌였다는 것이 이란의 입장이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언 이란 의회 외교위원회 특별고문은 폼페이오 장관의 브리핑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의 CIA와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가 페르시아만(걸프 해역)과 오만해를 통한 원유 수출을 불안케 하는 주요 용의자다”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사우디아라비아, UAE, 바레인의 어리석음도 중동에서 폭력의 불꽃을 부채질한다. 이란은 국익과 지역 안보를 강력히 지키고 불안을 야기하는 적을 좌절케 하겠다. 그리고 백악관을 물리치겠다”고 적었다. 
 
국제사회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유엔에 따르면 다른 안보리 회원국들은 이번 피격이 이란의 소행이라는 미국의 시각을 공유하지 않으며, 이번 공격을 이란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증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한편 미 군 당국은 이란의 경비정이 증거를 인멸하는 장면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며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현지시간 오후 4시 10분 이란의 한 경비정이 피격당한 유조선 ‘코쿠가코레이저스’에 접근했으며, 이 배에서 미폭발 선체부착 기뢰를 제거하는 장면이 관측돼 영상으로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 군 당국은 제거되기 전 기뢰 사진도 공개했다.
미 군 당국이 걸프 해역의 유조선 공격은 이란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공개한 사진. 미군은 이란의 경비정이 사고 현장에서 증거를 인멸하려는 목적으로 피격당한 유조선에 접근해 이 배에서 미처 폭발하지 않은 기뢰를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미 군 당국은 제거되기 전 기뢰를 보여주는 사진도 공개했다. [AP=연합뉴스]

미 군 당국이 걸프 해역의 유조선 공격은 이란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공개한 사진. 미군은 이란의 경비정이 사고 현장에서 증거를 인멸하려는 목적으로 피격당한 유조선에 접근해 이 배에서 미처 폭발하지 않은 기뢰를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미 군 당국은 제거되기 전 기뢰를 보여주는 사진도 공개했다. [AP=연합뉴스]

 
이란 경비정은 미 해군 전함과 드론이 4시간 동안 사고 현장에 머문 후에도 기뢰 근처에 남아있었는데, 미 관료들은 이란이 범행의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이와 같이 행동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피해 선박을 운영하는 일본의 고쿠카산업 측에서 "기뢰에 공격은 없었다"고 밝히며 진실 공방이 가열됐다. 공격당한 유조선을 운항하는 고쿠카산업의 가타다유타카 사장은, 14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유조선이 착탄의 피해를 받은 장소는 수면에서 꽤 떨어진 윗부분이며, 기뢰나 어뢰, 장착물에 의한 피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불발 기뢰가 발견됐다는 미군의 주장을 반박했다고 NHK 등 일본 언론은 전했다.
 
최근 중동에서는 크고 작은 무력 충돌과 사고가 잇따르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12일에도 오만해에서 유조선 4척을 겨냥한 공격이 있었고 미국은 당시에도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그로부터 불과 이틀 후인 지난달 14일에는 폭발물을 실은 정체불명의 무장 드론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시설을 공격했다.
 
오만해는 원유 수송로이자 걸프 해역의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과 이어진다. 이란은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맞서 이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해왔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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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