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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민통선 철조망 쉽게 뚫는 멧돼지…돼지열병 옮기나

지난 12일 오후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내인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농경지. 휴전선과 5㎞가량 거리로 출입 영농민과 민통선 마을 주민들이 농사를 짓는 군사지역 내 농경지다. 모를 심어 놓은 논과 농작물이 자라고 있는 밭 둘레에는 예외 없이 철망과 태양광 목책기 같은 야생 멧돼지 침입을 막기 위한 피해 방지 시설이 설치돼 있다. 일부 논에는 전선 울타리가 끊어진 가운데 멧돼지가 논바닥을 마구 헤집어 놓는 바람에 최근 다시 모를 심어 놓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산기슭에 위치한 3300㎡ 규모의 도라지밭은 처참한 상황이었다. 밭 둘레는 1.5∼1.8m 높이의 철조망 아래쪽엔 군데군데 흙이 파헤쳐지고 철조망에 구멍이 나 있었다. 5∼8년생 도라지가 자라고 있는 밭은 움푹 팬 멧돼지 발자국이 어지럽게 나 있고, 파헤쳐진 굵은 도라지가 밭 위로 드러나 있었다.  
지난 12일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내 도라지밭. 야생 멧돼지가 뚫어 놓은 철조망을 농민이 설명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12일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내 도라지밭. 야생 멧돼지가 뚫어 놓은 철조망을 농민이 설명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멧돼지, 철조망 아래 땅 파고 밀치며 통과
멧돼지 피해 현장을 안내한 농민 김용옥(56)씨는 “멧돼지는 유기농으로 경작하는 땅속의 지렁이 등을 잡아먹기 위해 도라지밭을 온통 헤집어 놓는 것”이라며 “멧돼지가 도라지밭을 뒤집어 놓으면 5년 이상 어렵게 키운 도라지의 상품가치가 없어지는 피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밭 주변에 사방으로 철조망을 쳐두었지만, 멧돼지를 막는 데는 철조망도 소용이 없다”며 “철조망 밑으로 땅을 판 뒤 육중한 몸으로 철조망을 들어 올리고 밀치는 방법으로 간단하게 철조망 지역을 통과한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동행한 이용찬(60) 야생생물보호관리협회 파주지회장은 “민통선 지역에서는 가장 확실한 멧돼지 개체 수 조절 수단인 엽사를 동원한 멧돼지 포획이 금지된 지역이어서 멧돼지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흔히 사용하는 포획틀을 이용하는 멧돼지 포획 방식으로는 예민한 성격의 멧돼지 수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2일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내 도라지밭. 야생 멧돼지 발자국을 농민이 가리키고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12일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내 도라지밭. 야생 멧돼지 발자국을 농민이 가리키고 있다. 전익진 기자

 
야생 멧돼지는 돼지열병 감염 매개체      
돼지열병이 발생한 북한과 접하고 있는 접경지역 가운데서도 민통선 지역에 야생 멧돼지가 넘쳐나고 있어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감염 매개체로는 야생 멧돼지가 꼽힌다. 멧돼지는 이 병에 걸리더라도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은 채 바이러스를 퍼뜨리며 살아간다. 이 때문에 북한 야생 멧돼지에 의한 바이러스의 국내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장 소독도 중요하지만, 야생 멧돼지 때문에 전파되지 않게 울타리 보수 등 방역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군 당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을 위해 비무장지대(DMZ) 이남으로 넘어오는 멧돼지를 즉각 포획 및 사살하라는 지침을 이달 초 전군에 내렸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DMZ가 있는 강원 철원군의 양돈농장과 민통선 지역을 방문해 “남쪽으로 내려오는 멧돼지를 발견하면 즉시 사살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남한으로 전염되는 것을 차단하라”고 주문했다. 이 총리는 “돼지열병 전염의 주범인 멧돼지를 차단하기 위해 사살과 포획을 허용했으니 개체 수를 최소화하더라도 제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내 해마루촌 주택 앞에 나타난 야생 멧돼지. [사진 김용옥씨]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내 해마루촌 주택 앞에 나타난 야생 멧돼지. [사진 김용옥씨]

 
‘탈북 멧돼지’ 차단 위한 민통선 멧돼지 대대적 포획 작전 필요
민통선 주민들은 ‘탈북 멧돼지’ 등 멧돼지 퇴치와 농작물 피해 예방을 위해 민통선 지역 멧돼지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포획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통선 마을인 파주 해마루촌 농촌체험마을 추진위원장 조봉연(63)씨는 “이제는 넘쳐나는 야생 멧돼지로 인해 집 바깥에도 마음 편히 못 나올 상황에 부닥쳐 있다”며 “획기적인 민통선 지역 야생 멧돼지 퇴치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민통선 농경지에 나타난 야생 멧돼지. [사진 조봉연씨]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민통선 농경지에 나타난 야생 멧돼지. [사진 조봉연씨]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민통선 농경지에 나타난 야생 멧돼지. [사진 조봉연씨]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민통선 농경지에 나타난 야생 멧돼지. [사진 조봉연씨]

 
이에 대해 이용찬 야생생물보호관리협회 파주지회장은 “관계 당국에서는 ‘북한과는 비무장지대(DMZ)의 남북 양쪽에 이중 철책이 가로막고 있어 야생 멧돼지에 의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실제 민통선 지역에서 철조망은 멧돼지에게 손쉽게 뚫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뢰지대가 많은 민통선 지역이지만 야행성 동물인 멧돼지의 습성을 고려해 야간에 군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안전한 도로변에서 엽사들의 멧돼지 포획 활동이 이뤄진다면 멧돼지 개체 수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 민통선=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수정 : 6월 14일  
'민통선 멧돼지 돼지열병' 기사의 제목을 다듬는 과정에서 '민통선 철조망'을 'DMZ 철조망'으로 잘못 표기해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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