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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이어 유승민·김세연까지 "기본소득 주자" 왜?

진보 진영의 화두였던 기본소득이 최근 좌우를 막론한 정치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0일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 지사는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한국의 이재명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0일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 지사는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한국의 이재명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기본소득이란 성별‧연령‧계층‧지역과 관계 없이 모든 국민이 국가로부터 정기적인 소득을 지급받는 제도다. 기본소득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정치인은 이재명 경기지사다.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기본소득제를 내걸었고, 4월엔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기본소득 박람회’를 열었다.   
 
기본소득 박람회 개회사에서 이 지사는 “가치를 공정하게 인정받는 사람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각자 기여한 만큼의 몫이 보장되는 사회여야만 구성원 모두 열정을 다할 수 있고 효율이 발휘된다”며 “기본소득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공정한 세상 실현을 위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지난달부터 3년 이상 경기도에 거주한 만 24세 남녀에게만 분기별 25만원씩 한해 총 10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모든 국민이 생애주기에 맞춰서 인간다운 생활을 해야 한다”며 '기본권' 개념으로 기본소득에 접근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 미취업자 5000여명을 대상으로 최대 6개월간 매월 5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수당을 도입했다.
 
야권에서도 “기본소득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근거로 꼽힌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4월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에서 한 특강에서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고 ICT 기술이 발달하면서 직업 상당수가 사라진다면 로봇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기본소득도 황당한 발상 같지만, 유럽에서는 투표하기도 했다”며 “당장 실현은 어렵더라도 앞으로 고민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같은 당 정병국 의원도 지난 10일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 워크숍에서 “4차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 좌파 쪽에서 얘기하는 개념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본관에서 열린 2019 동국대학교 봄 백상대동제 토크 버스킹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2019.5.21 [연합뉴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본관에서 열린 2019 동국대학교 봄 백상대동제 토크 버스킹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2019.5.21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여의도연구원장인 김세연 의원은 국회의원 연구모임 ‘아젠다 2050’에서 “기본소득은 좌파든 우파든 공통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좌파적 관점에선 기존 복지 제도의 완성된 버전으로, 우파적 관점에서는 기존의 복잡한 복지 체계를 단순화하는 ‘작은 정부’의 시도로 각광 받는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복지의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측면에서 볼 때, 방만한 재정이 투입되는 복잡한 복지체계를 전반적으로 재구성해 복지 수혜자가 직접 혜택을 받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보수 진영에서도 시대 변화에 맞춰서 전향적으로 고민해 볼 내용”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김대환 전 장관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워크숍에서 “사회 생산력이 기본소득을 지탱할 수 있도록 이뤄져야 하지만, 기본소득은 진영논리로만 볼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경제학 교수인 다니엘 라벤토스는 저서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에서 기본소득은 ①기존 복지체계를 단순화해 행정비용을 줄이고 ②복지대상자에 대한 ‘저소득층’이라는 낙인을 없애며 ③자영업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인다고 주장했다. 
김세연(金世淵) 자유한국당 의원이 6일 여의도 의원회관 822호실에서 대담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김세연(金世淵) 자유한국당 의원이 6일 여의도 의원회관 822호실에서 대담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해외에서도 기본소득 논의는 적지 않다. 핀란드는 2017년부터 2년간 모집단 2000명을 대상으로 중앙정부가 매월 560유로(한화 약 72만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자동화 시대엔 기본소득이 필수”라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이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반론도 크다. 특히 재원 조달이 쟁점이다. 스위스는 2016년 기본소득을 도입하기 위한 헌법 개정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77%의 반대로 부결됐다. 막대한 재정부담, 이로 인한 급속한 증세 등이 이유로 꼽혔다. 당시 스위스 의회에서는 기본소득을 시행하면 매해 최소 수십조에 달하는 예산 부족분이 발생한다며 ‘유토피아적 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기본소득을 받게 되면 노동 의욕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무차별 복지가 아닌, 선택적 복지를 주장하는 우파 진영에선 당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기본소득을 받을 필요가 있느냐”는 반박이 나온다. 특히 소득주도성장으로 인해 혹독한 경제악화를 겪고 있는 최근 현실과 맞물려 "최저임금 상승만으로도 이토록 경제가 무너졌는데, 기본소득 운운은 경제 원리를 무시한 공상"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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