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아파트 철거 현장서 ‘고양이덫’ 놓는 캣맘들…왜?

지난 10일 오후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길고양이 한 마리가 구조 활동을 위해 설치해둔 간이 덫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김태호 기자

지난 10일 오후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길고양이 한 마리가 구조 활동을 위해 설치해둔 간이 덫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김태호 기자

지난 10일 오후 서울의 A아파트 재건축 단지. 이른바 ‘캣맘’으로 불리는 박모(64)씨는 플라스틱 박스를 이용해 설치해둔 길고양이 덫을 살피고 있었다. 이 동네에서 8년째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다는 박씨는 “고양이를 구조하기 위해 간이로 덫을 놓은 것”이라며 “여기서 고양이를 구조해 인근 야산으로 보낸다”고 말했다. 
 
박씨를 포함해 인근에 거주하는 캣맘 9명은 지난해 초 아파트 재건축으로 이주가 시작된 이곳에 사는 고양이를 단지 밖으로 유도하는 ‘길고양이 구조작전’을 벌이고 있다. 박씨는 “워낙 단지가 넓어 고양이 수십 마리가 이곳에 살고 있다. 틈날 때마다 나와서 고양이 안전을 확인하고 구조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이곳이 어디인지 외부로 알려져선 절대 안 된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자세한 장소가 알려지면 어느 순간에 사냥꾼들이 나타나 고양이를 포획, 건강원 등에 팔아넘긴다는 것이었다. 일부 지역에선 자원 활동가와 사냥꾼, 또는 고양이를 학대하는 시민들 간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 위험한 공사 현장이라 고양이들이 가끔 매몰 사고를 당하는 사례도 있다. 
 
재개발·재건축 지역에 방치된 길고양이 보호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가 대처방안을 고심 중이다. 서울시는 13일부터 한 달간 온라인 여론수렴 게시판인 ‘민주주의 서울’을 통해 시민 의견을 듣고 있다. 
 
대다수의 시민은 길고양이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고양이가 서식처를 잃어버리고 생존의 위기를 겪게 됐다. 정부와 지자체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도시정비사업에서 새로운 규제가 될 수 있고, 시간과 비용이 든다”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내놓은 경우도 있다. 
 
지난해 말 민주주의 서울에 올라온 ‘서초구 재건축단지 길고양이들을 도와주세요’라는 제안에는 5659명의 시민이 공감을 나타냈다. 서울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서울 시내 도시정비사업 추진구역은 모두 597곳이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길고양이들이 구조활동을 위해 설치해둔 간이 덫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다. 김태호 기자

지난 10일 오후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길고양이들이 구조활동을 위해 설치해둔 간이 덫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다. 김태호 기자

 
서울시는 지난 3월 ‘동물과 공존하는 도시 서울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길고양이 보호 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지난해 37곳이던 길고양이 급식소는 2023년까지 60곳으로 늘어난다. TNR 사업도 꾸준히 진행한다. TNR는 고양이 중성화 수술 후 방사·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중성화한 고양이는 2012년 5497마리에서 지난해 8985마리로 늘었다. 길고양이 수는 2013년 약 25만 마리에서 2017년 약 14만 마리로 11만 마리가 줄었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재개발·재건축 지역은 길고양이들이 활동할 공간이 넓어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 수 있어 집중적인 TNR 사업이 필요하다”며 “길고양이 밥그릇을 이동시켜 이 지역 밖으로 유인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서울시는 오는 9월까지 ‘동물보호 조례’ 제정도 준비 중이다. 이종주 서울시 동물보호과장은 “조례를 제정해 재개발·재건축 지역에 대한 동물 지원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기 방지를 위한 동물 등록제와 재개발 지역의 집중적인 TNR 확대 방안도 담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애묘인도 꾸준히 늘어나고, 지자체 차원의 지원방안도 확대되고 있지만 길고양이를 둘러싼 갈등의 골은 여전히 깊다. 2015년 경기도 용인 ‘캣맘 살해 사건’ 이후 폭행 사고나 주민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인천에서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말라”며 30대 남성이 60대 캣맘을 무차별 폭행해 갈비뼈가 부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