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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이번에도 그냥 지나갈 겁니다”

김성탁 런던특파원

김성탁 런던특파원

12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인양돼 인근 항구로 옮겨졌다. 사고 현장인 머르기트 다리 아래 장비도 모두 사라졌다. 이날 밤 세체니 다리에 가봤더니 국회의사당 등 야경을 보여주는 유람선이 줄지어 다뉴브강을 오갔다. 허블레아니호를 들이받은 바이킹 시긴호와 비슷한 크루즈선도 정박장 곳곳에 보였다.(사진) 부다페스트는 사고 전 풍경으로 돌아갔다.
 
시내 곳곳에 한국인도 많았다. 상당수가 패키지 관광객이다. 식당에서 만난 한 여성은 “유람선 코스는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들 관광객은 반나절이나 하룻밤 부다페스트에 머문 뒤 다른 유럽 나라로 분주히 떠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유람선을 들이받은 바이킹 시긴호 선장의 과실이 주원인이다. 하지만 한국 관광객이 폭우가 내리는 야간인데도 다뉴브강으로 나선 이유를 짚어봐야 한다. 짧은 기간에 여러 나라를 도는 패키지 관광의 문제점이 담겨 있어서다. 부다페스트 현지 가이드들은 패키지 관광이 하청과 재하청의 3단계를 거친다고 전했다.
 
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

사고가 난 여행은 참좋은여행사 상품이다. 이 여행사가 W업체에 하청을 줬고, 현지 ‘가이드 팀장’이 재하청을 받았다. 이런 가이드 팀장이 데리고 있는 가이드들이 나라별 여행을 진행한다. 소비자는 여행사 이름을 보고 예약하겠지만, 실제 여행은 소규모 가이드팀에 맡겨진다. 한 가이드는 “우리는 갑·을·병·정 중 정”이라고 했다.
 
홈쇼핑 광고가 고객을 모으는 주요 통로가 되면서 여행사들은 저가 경쟁을 벌인다. 가능한 많은 것을 보여주겠다고 나선다. 고객이 내는 비용에서 여행사가 일정 이익을 취하고 현지로 관광 진행 비용인 ‘지상비’를 준다. 이번 다뉴브강 유람은 일정에 포함된 항목으로, 선택관광(옵션)이 아니었다. 한 가이드는 “필수 일정을 거르면 보상해주거나 다른 일정을 만들어야 하는데 여력이 없다”고 했다.
 
옵션이라도 위험이 따른다. 한 가이드는 “한국에서 오는 인솔자와 현지 가이드는 옵션관광에서 나오는 수익을 가이드 팀장과 나눈다”고 했다. 다뉴브강 유람선 대여료가 1시간에 150유로 정도인데, 관광객 30명에게 인당 40유로를 받으면 수익이 남는 식이라고 한다. 포함이든 옵션이든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겨울철 미끄러지면 다칠 우려가 있는 곳까지 관광객을 데려가 관람하는 일이 벌어진다.
 
한 가이드는 “사고가 났지만, 이러다 또 지나갈 것”이라고 읊조렸다. 감독 당국과 여행사들이 이번 사고를 그냥 지나치면 안전사고는 어디에서 또 날지 모른다.
 
김성탁 런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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