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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무장관 자리도 대변인더러 하라 할 건가

그제 검찰과거사위원회의 활동 종료에 대한 박상기 법무장관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은 기자들의 보이콧으로 논란을 낳았다. 책임은 전적으로 박 장관에게 있다. 그는 기자회견을 1시간여 앞두고 “질의응답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장관이 나홀로 나와 텅빈 회견장에서 입장문을 읽은 뒤 퇴장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 연출됐다. 기자단이 사전에 ‘일방적 발표 자료와 법무부 대변인이 대신하는 질의응답’은 거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음에도 박 장관이 강행한 것은 오기가 아니라면 설명하기 어렵다. 장관으로서의 소통 능력과 상황 판단력이 있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기자들을 ‘받아쓰기 기술자’라고 보는 반(反)민주적, 반(反)언론관을 그대로 보여준 것은 아닌가.
 
이날 회견의 주제는 검찰과거사위 활동이었고, 그동안 적잖은 문제점이 제기됐다. 기자들이 곤란한 질문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됐다. 사실 검찰과거사위와 그 실무기구인 대검 진상조사단이 지난 1년6개월간 17건의 과거사 사건을 조사하는 동안 박 장관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았다. 김학의 성접대, 고(故) 장자연 리스트, 용산 참사 사건 등은 정치적으로 민감했다. 조사 과정에서도 기한 연장 문제, 이전 수사팀의 강한 반발 등으로 내분과 외압 소동이 끊이지 않았다.
 
가장 논란과 후폭풍이 큰 건 용산 참사사건 조사다. 과거사 조사 대상 17건 중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난 사건으로서는 유일하게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20여 명의 검사들 중 절반은 현직이다. 반발 강도가 셀 수밖에 없다. 특히 과거사위 위원 4명과 진상조사단 민간 위원 1명이 용산사건 재판을 맡았던 법무법인의 전·현직 멤버다. 철거민 농성자를 변론한 변호사가 국가를 대리해 같은 사건의 과거사 사건을 조사하는 형국이었다.
 
최근 과거사위가 최종 심의 결과를 발표하자 전·현직 검사들은 두 차례나 반박 입장문을 내고 “수사 기록을 열람하는 위원회의 설치 근거를 법령이 아닌 훈령에 둔 것과 조사단의 수사 기록 열람은 법위반”이라고까지 주장했다. 그러나 과거사위·진상조사단은 물론 박 장관도 아무런 대응이나 반박을 하지 못했다. 조사 활동이 끝나고 남은 건 치열한 법적 다툼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장관 잘못도 크다. 그런데도 장관 자신이 해명해야 할 일들을 대변인에게 떠넘기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행태를 계속하면 각료 자격이 없다. 그러려면 장관 자리도 대변인에게 대신하라고 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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