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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런 부실한 현장 수사 실력으로 무슨 수사권 조정인가

경찰의 부실 수사가 이슈로 등장했다. 112 신고부터 초동 수사, 증거 수집까지 수사 전반에서 어처구니없는 대응이 드러나고 있다. 능력 부족에 의지 부족, 직업의식 부족까지 겹치면서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인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러고도 독자적 수사권을 요구할 수 있는가.
 
3년 전 가수 정준영의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한 부실 수사가 확인됐다. 피해 여성이 정준영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 성동경찰서에 접수한 것은 2016년 8월이었다. 수사담당자인 경찰관 A씨는 증거 수집을 위한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A씨는 변호인에게 “차라리 휴대전화를 분실한 것으로 쉽게 쉽게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포렌식 업체를 방문해 ‘(정준영 휴대전화의) 데이터 복원 불가’ 확인서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당시 휴대전화를 압수해 동영상 유포를 조사했다면 3년간 10여 명의 추가 피해를 막을 수도 있었다.
 
지난 4월 17일 경남 진주의 안인득 방화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경찰이 이웃들의 신고를 부실하게 처리했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다. 안인득에게 흉기에 찔려 다친 윗집 주민이 지난 2~3월 네차례 신고했음에도 경찰은 단순한 시비로 여기고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윗집 주민의 딸이 신변보호 요청을 했으나 ‘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그때 경찰이 신고 주민의 불안한 마음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5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치는 일은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고유정 사건 역시 초기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11일 수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살해 동기와 범죄 과정을 정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현장 보존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수사 초기 “(피해자가) 덮치려 했는데 미수에 그치자 혼자 나갔다”는 고유정의 허위 진술에 휘둘렸기 때문이다. 유족은 “수사가 빨리 진행됐다면 시신 유기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경찰이 초기에 제대로 대응함으로써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의 안일한 자세가 문제를 키웠다. 더욱이 안인득, 고유정 사건은 현장 상황을 정밀하게 파악하지 않았다. 경찰이 현장과 유리돼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정준영 휴대전화 문제에 대해 “유착 고리가 나오지 않았고, 해당 경찰관이 빨리 사건을 끝내고 싶어 했기 때문”이란 경찰 발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은 당연히 수사권 조정과 연결지어서 볼 수밖에 없다. 조정안에 따라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권 및 종결권을 주는 게 과연 옳은 방향일까. 시민들이 과연 수긍할 수 있을까. 온라인에선 “경찰이 수사권 독립을 요구할 능력이 되느냐”는 비판이 이어진다. ‘경찰을 믿고 생명과 안전을 맡길 수 있느냐’는 건 존재 이유와 직결된 물음이다.
 
실수가 반복되면 그게 바로 실력이다. 최근 잇따른 ‘부실 수사’ 지적은 무슨 말로도 변명하기 힘들다. 수사의 문제점을 경찰 스스로 개선하지 못한다면 수사권 조정에 대한 우려는 계속해 커질 것이다. 아무리 검찰권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위해 필요하다고 해도 그 부작용이 크면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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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