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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에이스 산체스 “고추장 삼겹살 먹고 힘냈어요”

SK의 에이스 산체스.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운 음식을 먹으면서 한글을 배웠다. [연합뉴스]

SK의 에이스 산체스.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운 음식을 먹으면서 한글을 배웠다. [연합뉴스]

 
올해 프로야구 마운드에선 SK와이번스의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30)가 단연 돋보인다. 올 시즌 9승(2패)으로 13일 현재 다승 공동 1위, 평균자책점(1.76)은 2위다. 규정 이닝을 채운 10개 구단 투수 중 단 한 개의 홈런도 허용하지 않은 건 그가 유일하다.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는 3.69로 전체 투수 가운데 1위다. 지난해 8승(8패), 평균자책점 4.89에 그쳤던 그가 올 시즌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최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산체스를 만나 호투 비결을 물어봤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산체스는 “무엇보다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매운 음식에 적응하기 위해 시즌 개막전 ‘마법의 약(제산제)’을 3개월이나 복용했다” 고 털어놨다.
 
산체스는 지난해 국내 무대에 데뷔한 뒤 매운 한국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살이 쪽 빠졌다. 88㎏이던 몸무게가 70㎏대 후반까지 줄었다. 키 1m85㎝에 몸무게가 10㎏ 가까이 줄면서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공에 제대로 힘이 실리지 않았다. 결국 8승(8패)에 그쳤다. 지난해 8월 KIA 타이거즈전에선 3분의 1이닝 동안 10실점(9자책점)을 기록할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산체스는 “원래 매운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엔 강한 거부감이 들었다. 위에서도 받아들이지 못해 아예 시도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갈비와 치킨 등 고기 종류만 일주일 내내 먹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엔 고기도 질려서 못 먹었다. 살이 엄청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SK 구단은 시속 150㎞가 넘는 빠른 볼을 던지는 산체스의 실력을 믿고 총액 12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그러자 이번엔 산체스가 팀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11월 미국 LA의 집에 돌아가자마자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는 의사에게 “매운 음식을 잘 먹을 수 있도록 위장을 단련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의사는 속이 쓰리고 아플 때 먹는 ‘제산제’를 처방해줬고 산체스는 지난 2월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전까지 3개월 동안 이 약을 먹었다.
 
9일 인천구장에서 고추장 삼겹살을 먹고 있는 SK 투수 앙헬 산체스. [사진 SK 와이번스]

9일 인천구장에서 고추장 삼겹살을 먹고 있는 SK 투수 앙헬 산체스. [사진 SK 와이번스]

9일 인천구장에서 고추장 삼겹살을 먹고 있는 SK 투수 앙헬 산체스. [사진 SK 와이번스]

9일 인천구장에서 고추장 삼겹살을 먹고 있는 SK 투수 앙헬 산체스. [사진 SK 와이번스]

2월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뒤 그는 구단에서 주는 매운 음식에 도전했다. 산체스는 “처음에는 조금 매운 음식을 먹었는데, 지난해처럼 속이 아프지 않았다. 그래서 점점 매운 정도를 높였다”고 전했다. 이제 산체스는 매운 고추장이 들어간 비빔밥도 잘 먹는다. 얼큰한 국물이 있는 라면도 좋아한다. 이날도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고추장 삼겹살 도시락을 사 오더니 그 자리에서 뚝딱 해치웠다. 먹고 싶은 음식으로는 닭볶음탕을 꼽았다. 지난해 매운 음식에 미간을 찌푸리던 산체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는 “음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KBO리그를 떠나겠다는 생각은 안 했다. 일본 프로야구에도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SK에서 뛰는 것만 생각했다”면서 “그래서 식습관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제산제가 나에겐 마법의 약인 셈”이라고 밝혔다.
 
산체스의 한국 생활 도전기는 이게 끝이 아니다. 그는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어 교사를 만나 일대일 과외를 받았다. 요즘에는 유아용 책을 보면서 한글 공부를 하고 있다. 이제 한글로 읽고 쓰기는 잘한다. 이날도 기자의 명함을 받아들더니 바로 이름을 읽었다. 지난해 여름 폭염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진짜 죽겠다. 진짜 피곤해요”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요즘에는 존댓말을 배우고 있다. 영어와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산체스는 “한국어가 쉬운 언어는 아니다. 그래도 나는 언어 습득 능력이 빠른 편이라 재미있게 배우고 있다. 1년만 더 뛴다면 한국어 실력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생활에 적응이 되면서 산체스는 야구 선수로서 기술적으로도 발전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직구와 체인지업·커브·포크볼 등 변화구의 릴리스 포인트(공을 손에서 놓는 위치)를 똑같게 만드는 훈련을 시작했다. 공을 던질 때 팔 각도도 체크하고 있다. 손바닥이 보이면 타자가 구종을 알아챌 수 있기 때문이다.
 
손혁 SK 투수 코치는 “투구 폼만 봐서는 산체스가 어떤 변화구를 던지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산체스는 “타자들이 내가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직구만 던져선 안 된다. 다양한 볼 배합을 통해서 효율적으로 투구해야 한다”며 “매운 음식을 먹고, 한글을 배우고, 체력을 키우는 건 내가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산체스는 14일 인천에서 열리는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등판한다. 
 
인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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