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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11학번 막내기자가 본 이희호 여사 빈소…떠난 이에게 바치는 통합

12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연세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빈소에 관계자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낸 조화를 놓고 있다. [뉴스1]

12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연세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빈소에 관계자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낸 조화를 놓고 있다. [뉴스1]

 
흰색 저고리에 남색 치마를 입은 백발의 어르신이 빈소를 찾았다. 지팡이를 짚고도 다른 이의 부축을 받을 정도로 힘겨운 걸음이었다. 87세의 조규혜 전 광주 YWCA 회장은 13일 고(故) 이희호 여사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 하기 위해 충남 공주에서 어려운 발걸음을 했다.

 
조 전 회장은 “공주가 밤이 유명하다. 지난 4월에도 이 여사께 밤이랑 은행을 보내드렸는데…이렇게 가셔서 눈물이 나온다”고 했다. 20대 때 광주 YWCA 간사를 했다는 조씨는 당시 YWCA 총무였던 이 여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이 여사의 영정사진 앞에서 한참을 울었다. 조 전 회장은 떨리는 손으로 방명록에 “이희호 장로님의 믿음과 평화 통일을 가슴 깊이 새기고 그 뒤를 따르겠다”고 적었다.
 
거동이 힘든 이도, 오랫동안 연락이 끊어졌던 이도, 이 여사와 안면이 없는 이도 빈소를 찾아 애도했다. 이들은 하나 같이 이 여사가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고 회고했다. 전남 순천이 고향이라는 윤갑순(71)씨는 “김대중(DJ) 전 대통령 후보 시절 때부터 노란 한복을 입고 응원을 했다”며 “호남 사람들에게 이 여사는 부모와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조문객 박순란(74)씨는 “예전 같으면 여사께서 ‘어 자네 왔는가’하고 나올 텐데 사진에서 웃고만 있어 마음이 아팠다”며 참았던 눈물을 보였다. 부모님이 목포에서 쌀가게를 운영해 DJ의 어머니와도 친분이 있었다던 박씨는 “이 여사는 항상 인자하신 분”이었다고 기억했다.
 
향년 97세. 보통 호상(好喪)이라고 부를 만한 장례식장이었지만 빈소에선 예상밖으로 울음소리가 자주 터져 나왔다. 생전엔 영부인으로 대중에 알려졌지만 별세 이후엔 오히려 ‘1세대 여성운동가’의 발자취가 부각되는 듯 했다. 이 여사를 기억하는 여성단체들은 13일 오후 고인을 추모하는 예배를 드렸고 문희상 국회의장과 권노갑 평화당 고문, 최경환 평화당 의원, 설훈 민주당 의원 등은 3일 내내 빈소를 지켰다. 문 의장의 눈엔 내내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특히 남북통일과 평화, 화합을 위해 애쓴 고인의 뜻을 기리며 장례식장 안에서만큼은 여야도, 남북의 대립도 없었다. 빈소 안에는 여야 당 대표의 조화뿐 아니라 전두환 전 대통령, 김정은 북한 위원장의 조화가 한데 어우러져 통합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DJ와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순자 여사는 조문 둘째 날 직접 조문을 왔다.
 
현재 장외투쟁을 이어가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첫날 빈소를 찾았다. 황 대표는 조문 후 “그동안 나라의 민주주의와 여성인권을 위해서 남기셨던 유지들을 저희가 잘 받들도록 하겠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고(故) 이희호 여사의 빈소가 차려진 지 사흘. 빈소 안에서는 모두가 화합과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빈소 밖의 세상은 온통 갈등과 분열 투성이다.
 
지난 12일 입관 예배를 진행한 김상근 목사는 “입관이란 이희호의 두루마기를 받아 입는 것입니다. 후손은 후손으로서, 사회 운동 동지들은 동지로서, 정치적 동지들은 정치적 동지로서, 평화와 정의의 길을 가고 있는 길은 그 길대로, 신앙인은 신앙인으로서 이희호의 두루마기를 이어 입읍시다”라고 말했다. 이 여사는 세상을 떴지만 그의 유지는 깊은 여운을 남길 것 같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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