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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트럼프 등에 업고 이란 갔지만... 첫 만남부터 삐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절친' 관계를 바탕으로 미국과 이란 사이 중개역을 자처했던 아베 총리가 첫 일정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12일(현지시각)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란 사타버드 궁전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졌다. 두 정상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 반 동안 회담을 했다. 회담에 앞서 아베 총리는 “지역의 긴장 완화, 정세 안정화에 대해 솔직한 의견 교환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담 직후 있었던 공동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긴장 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긴장 완화를 위해 일본으로서 할 수 있는 한 역할을 하겠다"고 했지만, 되려 로하니 대통령으로부터 미국을 비난하는 발언이 나왔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무력충돌은 피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동의 평화와 안정은 이 지역 뿐 아니라 세계의 번영에 불가결하며, 군사 충돌은 누구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12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란 테헤란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란 테헤란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러자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과의 전쟁은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지역 긴장의 원인은 미국의 경제전쟁 때문”이라며 미국을 비난했다. 이어 “경제전쟁이 끝나면 안정도 확보 가능할 것”이라며 “이란에 대한 전쟁에는 엄격하게 응답할 것”이라고 미국을 견제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또 아베 총리에게 "미국의 원유금수 제재를 중단하면 미국과 대화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하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원유 금수 조치는 미국 제재 조치의 핵심으로 미국이 이를 즉각 중단할 가능성은 작다.
 
아베 총리는 이란 측에 미국과의 대화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교도통신은 이란 정부관계자를 인용해 "가까운 장래에 이란이 미국과 대화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두 정상은 다만 이란 핵합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아베 총리는 13일에도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와 회담을 했지만, 여기서도 "핵무기를 제조도 보유도 사용도 하지 않을 것. 그럴 의도가 없다"는 말 밖에 듣지 못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27일 단독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27일 단독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베 총리가 미국과 이란 사이 중개역을 자임하게 된 것은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 때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이란의 우호 관계를 알고 있다. 신조(아베 총리의 이름)가 이란에 가게 된다면 서둘러 줬으면 한다. 나는 군사충돌을 바라지 않는다"고 하면서부터다. 

 
아베 총리는 이란 측으로부터 방문 요청을 받은 상태였고,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 이후 구체적으로 이란 방문을 추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의도를 갖고있는지 나의 시각으로 하메네이 지도자에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서로 복잡한 국민감정이 있지만, 그런 상황일수록 관계국 정상이 긴장완화의 의사를 갖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이란 내에서 온건보수파인 로하니 대통령조차 미국에 강경한 비판적인 태도를 취함에 따라, 아베 총리가 중개역할을 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나왔다.
 
산케이 신문은 “자칫하면 쌍방으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미국, 이란의 대립이 심각한 만큼, 눈에 보이는 성과를 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도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대화할 생각이 없다. 아베 총리가 와도 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한 테헤란 시민의 말을 전했다.

 
 12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란 테헤란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란 테헤란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본 정부도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려는 모습을 보였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 시점에서 (결과는) 예단할 수 없다. 이번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은 미국과 이란 사이를 중개하려는 의도로 간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 총리의 이란 방문은 1978년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총리 이후 41년 만이다. 아베 총리는 1983년 부친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郎) 외무상을 따라 이란을 방문한 적 있다. 아베 총리는 당시 외무상의 비서관으로서 동행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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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