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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과거 집착이 부르는 대통령의 하명수사

이가영 사회팀 차장

이가영 사회팀 차장

“한다고 했는데, 더는 안 되네요.”
 
지난 4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 전 차관과 윤중천씨가 구속기소됐지만 관심사였던 특수강간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며칠 뒤 통화한 수사단 관계자가 한숨을 쉬며 한 얘기가 “더는 안 되더라”였다.
 
창대하게 시작했던 과거사위의 퇴장은 미약했다. 지난달 말 활동을 마친 과거사위는 애초 지난 검찰의 과오를 바로 잡기 위해 출범했지만 끊임없이 변질됐다. 정치적 편향성을 보였고 피의사실 공표가 버젓이 이뤄졌다. 산하 진상조사단의 내분이 여과 없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제대로 혐의가 밝혀져 기소된 경우는 드물었고, 그 결과 줄소송이 예고됐다.
 
노트북을 열며 6/13

노트북을 열며 6/13

과거사위의 무리한 행보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도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수차례 검찰수사를 지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지난 3월엔 김학의·장자연 사건 등을 ‘특권층 사건’이라 규정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을 주문했다. 화답하듯 과거사위의 활동기한이 연장됐고, 수사권고가 이뤄졌다. 하명수사와 다르지 않은 과정으로 김학의 수사단이 꾸려지고 내로라하는 칼잡이 십수 명이 모였다. “여환섭이 못하면 아무도 못 한다”는 그 여환섭 검사장이 단장을 맡았지만 결과는 신통찮았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비판보다는“그만큼 한 것도 대단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공소시효 논란이 제기된 오래전 사건인 데다 이미 몇 차례 수사 끝에도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이제 와 전모가 밝혀진다면 더 이상한 것 아닌가.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과거에 대한 단죄를 강조해왔다. 잘못된 과거는 단절하고 필요하면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5년의 임기 중 그나마 뭘 좀 해 볼 수 있다는 초반 2년이 과거와의 싸움으로 채워졌다. 대한민국의 우수 검찰력은 그 기간 적폐수사에 총동원됐다. 현재의 민생을 어지럽히는 사건에 투입할 포렌식 인력이 바닥날 정도로 과거를 팠다.
 
문제는 대통령이 과거에 집착하면 할수록 인사권자에 기민한 검찰은 이를 수사지시로 받아들일 것이고, 과거사위의 낭패에서 증명됐듯 검찰력의 낭비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는 거다.  
 
13일 검찰총장후보추천위가 열린다. 추천위는 3~4명을 추려 법무부장관에 추천한다. 본디 수사란 과거의 잘못을 들춰내는 작업인지라 검찰에 미래지향적이 되라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국민들의 일상과 관련된 문제 해결에 검찰력을 집중하겠다고 문 대통령에게 말할 수 있는 이가 차기 총장이 되었으면 한다.
 
이가영 사회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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