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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화 모멘텀 살리려면 북한이 먼저 변해야 한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전후해 교착 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에 재개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저께 방문지인 헬싱키에서 “지금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 조만간 남북 간,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한 것과 맞물리는 움직임이다. 문 대통령은 12일 오슬로에서도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판문점으로 보내 이희호 여사의 타계에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는 성의를 보였다.
 
남·북·미 간에 대화의 모멘텀이 되살아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대화와 협상으로 이어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입장 정리와 태도 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고, 그 이후 북·미가 평행선을 달려온 것은 비핵화 방안을 둘러싼 근본적인 입장 차에 따른 것이다. 북한은 ‘단계적·동시행동’ 방식을 고수하면서 대북제재 완화란 당면 목표에 집중했지만 ‘일괄타결식 빅딜’을 원하는 미국은 제재 완화 요구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의 문제가 있다. 이는 북한이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미국의 강경파 인사들을 몰아붙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가 말만 앞세운 것이 아닌 진정성 있는 결단임을 행동으로 입증해야 한다. 다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북한의 몫이다. 그뿐 아니라 비핵화의 개념과 대상에 대해서도 북·미 간에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   핵탄두·핵물질·핵프로그램까지 포괄하는 미국의 ‘전면적 비핵화’ 요구에 북한은 명시적으로 동의한 적이 없다. 따라서 대화가 재개되고 3차 북·미 정상회담을 거쳐 본격 협상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북한의 입장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설령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어느 시점에 이르면 협상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이르는 과정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기대하는 ‘톱다운’ 방식의 유효성은 하노이 회담 결렬로 한계를 드러냈다. 미국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3차 정상회담에 앞서 충분한 조율과 사전 합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도 입장을 보다 더 분명히 하고 자세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만 잘 유지되면 비핵화 협상이 순탄하게 굴러갈 것이란 믿음은 현실에서 희망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지난 1년간 분명해졌다. 지금 요구되는 것은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알맹이 있는 대화다.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엔 비핵화에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함을 재인식해야 한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차기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는 미국의 정치 일정과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정세는 북핵 협상의 동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제재로 인한 북한의 경제 사정도 날이 갈수록 악화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연말로 시한을 설정하며 미국의 변화를 기다린다고 한 것은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미에 대해서만 변화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북한 스스로가 변화된 자세를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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