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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린 맛 싫어하는 장모님도 엄지척! 내 은갈치조림 비법은?

기자
민국홍 사진 민국홍
[더,오래] 민국홍의 삼식이 레시피(24)
짭조름한 갈치조림을 흰쌀밥에 얹어 먹으면 꿀맛이다. 남대문 시장에 갈치조림 골목이 있지만 갈치의 씨알이 작아 아쉬울 때가 많다. 씨알 굵은 제주 은갈치 조림이 진정한 제맛이다. [중앙포토]

짭조름한 갈치조림을 흰쌀밥에 얹어 먹으면 꿀맛이다. 남대문 시장에 갈치조림 골목이 있지만 갈치의 씨알이 작아 아쉬울 때가 많다. 씨알 굵은 제주 은갈치 조림이 진정한 제맛이다. [중앙포토]

 
지난 3, 4일 제10회 MFS배 제주 한·중·일 아마추어골프대회에 MFS 초청으로 참가했다. 골프클럽 메이커인 MFS를 창립한 전재홍, 마라토너 이봉주, 만화가 이현세 등과 한 팀을 이뤄 라운드했다. 훈훈한 인간미가 넘치는 예능인이자 올림픽의 영웅인 이봉주 씨 덕분에 은갈치, 고등어, 옥돔을 선물로 받았다. 2006년 제주도 세인트포 골프장에서 먹었던 생선조림의 기억이 떠올랐다.
 
마라톤 영웅 이봉주가 은갈치 선물
한국여자골프협회(KLPGA) 전무 시절 KLPGA-LET(유럽여자 골프협회) 공동 주관, J골프(현재 JTBC)주최로 여자골프대회를 세인트포 골프장에서 열었다. 사전 답사를 갔다가 클럽식당에서 관계자들과 갈치와 고등어조림으로 식사했다. 아직도 그처럼 맛있는 조림을 못 먹어봤을 정도로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 고추장 비중이 다소 높아 얼얼할 정도로 매웠는데 입에 넣으면 바다의 싱싱함에 감칠맛이 입혀져 그대로 전해졌다. 땀을 뻘뻘 흘리며 흡입했던 것 같다.
 
원래 나는 사람을 좋아하고 아끼며, 같이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A형의 소심한 면도 있지만,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먹고 마시고 노는 것을 즐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런 환대문화가 인류의 문화로 자리 잡아 대를 이어 전해져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삼식이 주방장이 되고 나서 이런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무엇보다 30대, 40대 때 친구· 후배·지인을 집에 불러 밥 먹고 술 먹고 화투나 카드를 하던 옛 추억이 아련해서다. 예전에는 일종의 집들이 문화가 있었고 이를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게 점차 사라지고 있다. 아내도 누가 오는 것을 별로 내켜 하지 않는다. 주변을 살펴보니 친구나 후배를 불러 밥 한 끼 대접하는 집이 거의 사라진 것 같다.
 
지난달 내가 번역한 『오디세이 세미나』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환대 문화가 인류의 기본 DNA라는 것에 망치에 머리를 맞은 듯 큰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3000년 전 그리스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인류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의 내용을 들여다봤다. 모든 사건의 발단이 환대를 제대로 하지 않아 비롯된 것이었다. 이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영화 '퍼시잭슨과 괴물의 바다'에 등장하는 폴리페모스의 모습. 해당 영화는 그리스 영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원작에서 오디세우스 일행은 나무창으로 외눈을 찌르고 도망친다. 영화에서도 폴리페모스가 주인공 일행에게 당하는 모습이 나온다. [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퍼시잭슨과 괴물의 바다'에 등장하는 폴리페모스의 모습. 해당 영화는 그리스 영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원작에서 오디세우스 일행은 나무창으로 외눈을 찌르고 도망친다. 영화에서도 폴리페모스가 주인공 일행에게 당하는 모습이 나온다. [사진 네이버 영화]

 
내용을 잠깐 소개해본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목마를 만들어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다. 그리고 자신의 왕국 이타카로 돌아가는 길에 한 섬에 들러 동굴을 탐험한다.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키클롭스 족)는 오디세우스 일행을 접대하기는커녕 그의 부하를 잡아먹기 시작한다. 오디세우스 일행은 폴리페모스에게 술을 먹이고, 잠든 틈을 타서 눈을 나무창으로 찌르고 탈출한다.
 
그런데 아뿔싸! 폴리페모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고 자기만 아는 괴물이었다. 그리고 아버지 포세이돈을 통해 저주를 내리게 하곤 했다. 오디세우스가 그 저주에 걸려 10년간 바다에서 방황하면서 갖은 역경과 환상의 모험을 겪는다는 게 오디세이의 내용이다.
 
이처럼 환대를 정면으로 거부하면 불행이 오게 된다. 요즘 한국의 문화가 환대를 부정하는 수준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이웃마저 챙겼던 환대의 미풍양속이 사라지고 개인주의가 득세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책의 저자인 대니얼 멘델슨은 유대계 미국인이다. 그가 부모, 형제끼리 잘 어울리고 지인들의 집에 찾아가 1박 2일 동안 환대를 받는 이야기가 소개된다. 나는 이 대목을 보고 많이 반성했다. 그래서 살아 계신 장모님부터 잘 대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양가 부모님 중 유일하게 살아계신다. 1달에 한 번씩 장모님을 초대해 맛있는 것을 만들어 밥을 같이하기로 했다.
 
장모·처제 불러 은갈치 조림 대접
고등어조림 준비물과 양념장(위), 제주 은갈치(아래). 갈치조림은 큼지막한 제주 은갈치로 요리하면 맛이 일품이다. [사진 민국홍]

고등어조림 준비물과 양념장(위), 제주 은갈치(아래). 갈치조림은 큼지막한 제주 은갈치로 요리하면 맛이 일품이다. [사진 민국홍]

 
지난주엔 한 번은 장모님, 다른 한 번은 딸네 가족을 불렀다. 제주도 여행에서 선물로 받은 고등어와 갈치로 즐거운 저녁 파티를 벌이기 위함이었다. 내가 모신 장모와 처제, 그리고 딸 내외와 손녀가 제주도의 바다 내음이 가득한 생선조림에 행복해하는 것을 보니 그렇게 기쁠 수 없었다.
 
장모님은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비린내를 싫어하는 편이다. 장모님이 못 드실까 걱정했지만, 은갈치 조림을 너무 맛있게 먹는다. “민 서방, 이런 건 호텔서도 못 먹을 거야.” 일류라는 칭찬이다. 그 전날 왔던 손녀에게는 고춧가루를 뺀 갈치조림 한 토막과 구운 옥돔을 내놓았다. 엄마가 먹던 고춧가루가 들어간 갈치조림을 먹어보고 나서는 “매운 갈치가 왜 이렇게 맛있어”라며 다른 생선에는 손도 안 댄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제주도 은갈치 조림은 맛의 왕이다. 남대문 시장 내 갈치조림 골목이 있다. 맛은 있지만 갈치 씨알이 작다. 갈치가 너무 비싸 굵은 갈치를 내지 못하는 모양인데, 못내 아쉬운 적이 많았다. 역시 갈치조림은 제주도 은갈치 대(大)자로 해야 제맛이 나는 것 같다.
 
지난 토요일에 장모님과 처제를 초대했다. 갈치 조림과 고등어 조림, 구운 오겹살 등으로 저녁을 대접했다. [사진 민국홍]

지난 토요일에 장모님과 처제를 초대했다. 갈치 조림과 고등어 조림, 구운 오겹살 등으로 저녁을 대접했다. [사진 민국홍]

 
<삼식이 레시피>
은갈치 대자 1마리와 고등어 1마리 기준으로 각각 먼저 양념장을 만들어 놓는다. 간장 2 큰 술, 된장 2 큰 술, 고추장 1 큰 술, 고춧가루 3 큰 술, 다진 마늘 1 큰 술, 생강 조금, 설탕 1큰술을 넣고 잘 섞는다. 다음으로 무, 다시마, 북어포 몇 조각과 꽈리고추를 넣은 뒤 간장 1큰술과 양파 즙(1개)을 넣고 30분 이상 끓여 육수를 준비한다. 다시마와 북어포는 건져낸다. 여기에 6 토막 낸 갈치 또는 고등어, 시래기, 감자 1개, 양파 1개, 표고버섯, 대파 등을 올려놓고 준비해놓은 양념장을 뿌려준다. 은은한 불로로 30분 정도 익혀 간이 잘 배게 한다. 육수가 자박해질 때까지 끓인 다음 마지막에 참기름 반 큰술을 두른다.
 
갈치/고등어조림 만드는 법
[재료]
■ 생선: 은갈치 대(大)자 1마리 혹은 고등어 1마리
■ 양념장: 간장 2 큰 술, 된장 2 큰 술, 고추장 1 큰 술, 고춧가루 3 큰 술, 다진 마늘 1 큰 술, 생강 조금, 설탕 1큰술
■ 육수: 무, 다시마, 북어포 몇 조각, 꽈리고추, 간장 1큰술, 양파 즙(1개)
■ 부속재료: 시래기, 감자 1개, 양파 1개, 표고버섯, 대파, 참기름 반 큰술
 
[방법]
1. 양념장 재료를 모두 넣어 잘 섞는다.
2. 육수는 무, 다시마, 북어포 몇 조각과 꽈리고추를 넣은 뒤 간장 1큰술과 양파 즙(1개)을 넣고 30분 이상 끓여 준비한다. 다시마와 북어포는 건진다.
3. 6등분으로 토막 낸 갈치 혹은 고등어, 참기름을 제외한 부속재료를 올린 후 준비한 양념장을 뿌린다.
4. 은은한 불로 30분 정도 익히며 간이 잘 배게 한다.
5. 육수가 자박해질 때까지 끓인 후 마지막에 참기름 반 큰술을 두른다.
 
민국홍 KPGA 경기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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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