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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없다던 이주열의 변심? "경제상황 변화 적절 대응"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동결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동결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통화정책은 모든 경제주체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쉽게 움직일 수 없다. 거함의 움직임에 비유되는 이유다. 
 
 그 거함의 기수를 서서히 틀려는 것일까. 통화정책에 대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입장이 달라진 듯한 분위기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12일 한국은행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그동안 통화정책 확장을 주문하는 안팎의 요구와 압력에 아직 때가 아니다며 선을 그어왔다. 지난달 31일 금융통화위원회 전체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때문에 ‘상황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이란 표현이 등장한 것은 경기회복이 더디거나 상황이 나빠지면 금리 인하 카드도 쓸 수 있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표현도 눈에 띈다. 이 총재는 “대내외 경제여건이 이처럼 엄중한 상황에서 정책당국은 성장모멘텀이 이어질 수 있도록 거시경제를 운영하는 한편 중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 구조개혁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경기대응을 위한 거시경제정책은 정책 여력과 효과를 신중히 판단해 내실 있게 추진해 나가야겠다”고 덧붙였다.
 
 공격적인 재정 정책을 펼치는 정부와 함께 경기 부양을 위해서 돈줄을 푸는 데 동참할 수 있다는 속내가 담긴 것으로도 보인다.
 
 금리 인하 쪽으로 향한 문을 좀 더 연 것은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커졌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총재의 표현을 빌리면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연일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세계 교역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엔진인 수출을 주도했던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걱정도 더 커진 듯하다.  
 
 이 총재는 “반도체 경기의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소지도 있다”며 “특정 산업 중심의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 경제로서는 이같은 불확실성 요인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성장이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수출의 부진은 곳곳에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상품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면서 지난 4월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수출 감소세는 이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1~10일 수출은 1년 전보다 16.6% 감소했다. 무역수지는 22억3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5월까지 수출은 6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총재의 운신 폭을 넓혀주고 있다. 물가 오름세가 약한 데다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하며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금리 인하 쪽으로 더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 “뉴욕 선물시장에서 7월 금리 인하 전망이 한 달 전보다 20%나 더 반영됐다”고 보도했다.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는 Fed가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기도 했다.
 
 시장은 그동안 4분기 금리인하를 예상했다. 일단 다음 달 한은이 현재 2.5%인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뒤 추가경정예산(추경) 통과와 재정집행 효과에 따른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를 인하 시기를 저울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총재의 금리 시사 발언 이후 시점이 당겨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의 발언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가세하며 금리 인하 논란은 더 뜨거워졌다”며 “7월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뒤 8월에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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