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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완벽한 재혼생활 꿈꾼 고유정, 전남편 방해물 여긴 듯”

고유정이 지난달 29일 인천의 한 마트에서 시신 훼손용 물품을 사고 있다. [사진 제주동부서]

고유정이 지난달 29일 인천의 한 마트에서 시신 훼손용 물품을 사고 있다. [사진 제주동부서]

전남편을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고유정(36)의 범행은 사전에 치밀한 준비 속에 이뤄진 계획범죄로 드러났다. 경찰은 범행 시간대 고씨의 휴대전화 사용 내역 등으로 볼 때 공범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살해 동기는 고유정의 진술에 따른 추측 수준에 머물러 부실 수사 논란은 여전하다.
 
제주동부경찰서는 11일 기자회견에서 고유정을 살인 및 사체 손괴·유기 등의 혐의로 12일 구속 송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고씨가 범행 전 ‘니코틴 치사량’ ‘시신 유기 방법’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청주 일대 병원·약국에서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매하는 등 범행 도구를 산 점 등에 비춰 계획범죄로 판단했다.  
 
범행에 쓰고 남은 물건 마트서 환불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장은 11일 “재혼해서 완벽한 가정을 꿈꾸고 있던 고유정이 전남편과 아들의 면접 교섭권이 인정되면서 현재 결혼생활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8시부터 9시 16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무인 펜션에서 전남편 강모(36)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씨는 이튿날인 지난달 27일 오전 11시 30분 펜션을 나올 때까지 강씨의 시신을 훼손하고, 28일 오후 9시 30분부터 7분간 완도행 여객선에서 시신의 일부를 바다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달 29일 경기도 김포시 아버지 명의 아파트에 도착한 고씨는 이날 오전 4시부터 5시 31분까지 집에 있던 예리한 도구를 이용해 시신의 남은 부분을 2차로 훼손하고, 이 시신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이틀 뒤인 31일 오전 3시 13분부터 21분 사이 분리 수거장에 유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강씨가 지난달 25일 무인 펜션에 입실은 했으나 나가는 장면이 폐쇄회로TV(CCTV)에서 확인되지 않는 점, 펜션 내부 감식 및 루미놀 검사 결과 혈흔 반응이 확인되는 점 등에 비춰 고씨에 용의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키 160㎝·몸무게 50㎏인 고씨가 키 180㎝·몸무게 80㎏인 전남편을 살해하는 데 졸피뎀을 썼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씨는 지난달 17일 충북 청주시 한 병원에서 졸피뎀 성분이 든 수면제를 처방받아 인근 약국에서 산 것으로 조사됐다.
 
고유정은 범행 이후 쓰고 남은 물품을 환불하는 등 평소 같은 생활을 이어갔던 모습이 포착됐다. 제주 동부경찰서가 확보한 CCTV에는 지난달 28일 오후 3시 25분쯤 고유정이 마트에서 범행 과정에서 쓰고 남은 물품을 환불하고 빠져나가는 장면이 담겨있다.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그 물건들이)시체 옆에 있었으니 찝찝해 환불했다”고 진술했다.

 
“성폭행 시도 미안” 자작 문자까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고유정과 전남편 강씨는 이혼 후에도 아들의 양육 문제를 둘러싸고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육권이 있는 고씨가 강씨와 아들의 만남을 막자 강씨가 법원에 면접 교섭 재판을 신청해 2년 만에 만나기로 한 날이 바로 범행일인 5월 25일이었다. 실제 고유정은 면접 교섭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달 10일쯤 스마트폰으로 ‘졸피뎀’ 등 범죄와 관련된 검색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유정은 여전히 우발적 살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편이 성폭행하려 했고, 이를 막기 위해 수박을 자르러 산 칼을 이용해 우발적으로 일을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고유정은 지난 27일 오후 살해한 남편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자신의 전화에 ‘성폭행하려 한 것 미안하고, 고소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행동이 전남편이 그때까지 살아있었다는 가짜 증거 등을 만들 목적으로 보고 있다. 청주 상당경찰서는 3월 2일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고씨의 네 살배기 의붓아들이 숨진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숨진 아들은 현 남편 A씨가 전처 사이에서 낳은 자녀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고 일어나 보니 아이가 죽어 있어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최근 “질식에 의한 사망일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를 받았다.
 
고유정을 조사한 범죄심리전문가(프로파일러)들은 일부 성격 장애가 관찰되긴 했지만, 사이코패스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고유정이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도 남은 물품을 반납해서 환불까지 받은 행동을 한 것으로 볼 때 당시 평정심을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놀라운 평정심은 죄책감이라든지 후회, 괴로움을 느끼는 공감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제주·청주=최충일·김준희·최종권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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