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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화학사고…“밀폐시설만 갖춰도 피해 3분의 1로”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의 중앙공급 시설. 화학물질 탱크 주변에 누출 사고를 대비해 콘크리트 턱을 설치했다. [사진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의 중앙공급 시설. 화학물질 탱크 주변에 누출 사고를 대비해 콘크리트 턱을 설치했다. [사진 LG디스플레이 제공]

지난 5일 경기 파주시 LG디스플레이 사업장. 축구장 14개 크기의 드넓은 공장 내부에서는 신규 가동을 앞두고 장비 안전점검이 한창이었다. 공장 맞은편 건물에 들어가자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과산화수소·불산 등 화학물질 저장 탱크가 나란히 설치돼 있었다. 탱크 주변에는 화학물질 유출 시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허리 높이의 콘크리트 턱이 둘러싸고 있었다.
 
화학물질 운반 트럭이 드나드는 유입구 역시 벽과 지붕으로 사방이 막혀 있었다. 화학물질을 탱크로 옮기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외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한 조치다. 이 공장 화학물질 관리책임자인 이창원씨는 “완벽하게 밀폐돼 있어 사고 시 공기를 빨아들여 위험물질을 걸러낼 수 있다”며 “안전 설비를 강화한 결과, 화학사고 때 외부에 미치는 영향 범위가 3분의 1로 줄 것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가 이처럼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강화한 건 2015년 시행된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때문이다. 화관법은 2012년 9월 최악의 화학사고로 꼽히는 구미 불산 누출사고를 계기로 제정됐다. 당시 근로자 5명이 사망했고, 3000여 명이 화학물질에 노출돼 병원에서 진료와 치료를 받았다.
 
구미 사고 후 정부는 기존의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완전히 뜯어고쳐 화학사고에 대한 안전 의무를 대폭 강화했다. 화학사고 때 사업장 주변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장외 영향평가제도를 도입했고, 사고 대응 시나리오와 응급조치 계획 등을 담은 위해관리계획을 마련하도록 했다.  
 
환경부는 각 기업이 관련 절차를 이행할 수 있도록 5년의 시간을 줬는데, 이 유예기간은 올해 말 끝난다. 이씨는 “과거엔 공장에 관리자 한 명만 있었지만, 이제는 제품 생산시설까지 화학물질 관리 영역이 되면서 수백 명 직원이 함께 화학물질을 관리하는 체제가 됐다”고 말했다.
 
화관법이 적용되면서 화학사고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 113건이나 됐던 화학사고 발생 건수는 2017년 87건, 2018년 66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지난달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유증기 유출로 지역주민 600여 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등 화학사고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천영우 인하대학교 환경안전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화학사고 대응 체계는 어느 정도 갖췄지만 사고 예방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게 현실”이며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국방비에 많은 돈을 쓰는 것처럼 화학사고 예방에도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일부 기업의 경우 입지 여건 탓에 새 규정에 맞도록 설비를 개선하기 쉽지 않은 데다 돈도 많이 든다며 불만을 제기한다. 이에 환경부는 기존 시설이 강화된 안전기준을 지킬 수 없는 경우, 기업이 내놓은 대안을 심사해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평가되면 특례를 인정하는 보완책도 내놓았다.
 
홍가람 환경부 화학안전과 사무관은 “화학사고는 사업장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시민 안전을 위해 기업과 정부가 다 같이 예방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중소기업 등이 화관법 기준을 이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안전 컨설팅이나 개선자금 지원 등 지원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파주=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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