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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논설위원이 간다] "정세균 앞치마 두르고 밥 날라···황교안 총리직함? 턱도 없다"

총선전쟁 미리 시작된 정치 1번지 종로
임종석(왼쪽)은 정세균(가운데)을 쳐다보고, 정세균은 황교안을 쳐다보는데, 황교안은 출마 여부를 정하지 못한 상황이 종로 총선전 현황이다. [변선구, 오종택 기자], [연합뉴스]

임종석(왼쪽)은 정세균(가운데)을 쳐다보고, 정세균은 황교안을 쳐다보는데, 황교안은 출마 여부를 정하지 못한 상황이 종로 총선전 현황이다. [변선구, 오종택 기자], [연합뉴스]

지난 3월 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서울 모처에서 정세균(6선·종로) 전 국회의장을 만났다. 두 사람과 다 친분이 있는 제3자가 정세균에게 “임종석이 (청와대에서) 고생하다 나왔으니 밥이라도 먹어야 하지 않나”고 해서 마련된 자리였다. 정세균과 임종석 및 지인 2~3명이 모였다고 한다. 임종석은 이 자리에서 정세균에 이렇게 얘기했다.
 
“불필요하게 확대 해석될 우려가 있긴 하지만 집사람(부인)이 (종로) 부암동에 살고 싶어합니다. 걱정되는 게 있긴 하지만 집사람이 부암동 살고 싶어 하는 걸 반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부암동에서 살 집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정세균은 “그러냐, 알았다”고만 대답했다고 한다. 그 뒤로는 종로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달 들어 임종석이 정세균을 만나 “종로로 이사한다”고 말했으며 정세균은 “알았다”고 대답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여권 소식통은 “기사 뉘앙스는 정세균이 임종석에게 지역구를 양보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거였다. 임종석 측이 흘린 기사로 풀이됐다. 정세균 측은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정세균 측 관계자도 “보도가 나가자 기자들이 정세균에게 전화해 ‘정말 종로를 양보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정세균은 ‘어림없는 소리’란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임종석은 내년 총선에서 어떻게든 국회에 입성해야 할 처지다. ‘대권 잠룡’ 소리를 듣지만, 의정 경력은 재선(16·17대)에 불과한 데다 국회를 떠난 지 11년이나 됐다. 2017년 대선 정국에서 민주당 후보 경선을 앞두고 임종석과 친한 전대협 선배 우상호 의원은 임종석에게 “안희정을 도와라”고 권했지만, 임종석은 ‘오랫동안 야인으로 지낸’ 처지를 이유로 문재인 캠프에 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소식통은 “임종석은 자신의 중량감으로 차기 대권 도전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일단 21대 국회에 입성한 뒤 3년 후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도전해 차차기 대권 주자 지위를 굳힌다는 전략”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내년 4월 총선까지 10개월 남은 기간 동안 ‘존재감’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종로’라고 여권 소식통은 전했다.
 
임종석이 종로로 집을 옮기는 이유를 ‘부인의 뜻’으로 든 점도 눈에 띈다. 그의 부인 김소희씨는 전대협 평회원을 거쳐 ‘말’지와 환경운동연합 기자로 8년간 일한 운동권 출신이다. 조현옥 전 인사수석은 “임종석은 (청문회를 거쳐야 할) 임명직 고위 공직자도 문제없이 될 사람이다. 부동산 거래하면서 그 흔한 다운계약서 한번 쓰지 않았더라”고 했다. 이와 관련, 부인은 부동산 업자가 다운계약서 작성을 권유하면서 “정치인 말고는 누구나 다 하는 것”이라고 하자 “그런데 남편이 정치인이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여권 소식통은 “소희씨는 남편을 성공한 정치인으로 밀어주려는 의욕이 강하다. 과거 여성지 인터뷰에서 ‘3선 정도까지 정치했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부인의 ‘뜻’을 종로 이사의 이유로 댄 건 임종석의 의중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종로는 대권 주자의 산실이었다. 이명박(15대)과 노무현(15대 보선)이 종로를 거쳐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최근엔 대권 주자의 ‘무덤’이 됐다. 18대 총선에선 경기지사와 민주당 대표를 지낸 손학규가 박진에게 고배를 마셨고, 19대 총선에선 친박계 좌장 홍사덕이 정세균에게, 20대에선 서울시장을 지낸 오세훈이 정세균에게 각각 참패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 1번지란 상징성만 보고 지역 연고가 없는 대권 주자들이 총선 때마다 몰려드니 민생은 뒷순위로 밀렸다. 그 결과 종로는 교육·환경·주거 면에서 서울 다른 지역보다 열악해졌다는 주민들의 피해의식이 컸다”고 했다. ‘이름값’만으로는 안되며 주민들 민생과 스킨쉽에서 점수를 따는 후보만이 승리를 거머쥔다는 것이다. 아파트가 거의 없고 노인 비율이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것도 종로의 특이점이다. 더불어민주당 고병국 시의원(종로1)은 “지방 도시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공동체 의식이 있다. 오만한 인상을 주면 금방 입소문이 난다”고 했다.
 
종로는 보수층이 두껍다. 2016년 민주당 조사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계열 보수정당이 그 이전 10년간 얻어온 기본 득표율은 42% 선으로 집계됐지만, 민주당 계열 정당은 25% 선에 그쳤다. 그러나 부동층(32%)에선 민주당 잠재 지지층 비율(12%대)이 보수정당 잠재 지지층 비율(4%대)의 3배에 달하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1988년 이후 소선거구제로 치러진 8번의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본선 연속 당선의 기록을 세운 정세균은 이 부동층을 깊숙이 파고든 전략이 주효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세균 캠프 측 전언이다.
 
“오직 스킨쉽으로 승부했다. 체육관에 수천 명 모아놓고 하는 의정 보고회 대신 이틀에 한 번꼴로 30명 미만 주민이 모인 곳은 죄다 찾아갔다. 10개월간 100개 모임을 찾아 2500명을 만났다. 그러니까 부동층이 어떤 사람들인지 윤곽이 잡히더라. ‘종로에 세 사람만 모이면 정세균이 나타난다’는 말이 돌기 시작한 것도 그때쯤부터다.”
 
이렇게 촘촘한 지역구 관리 덕분에 정세균은 내년 총선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종로에 출마할 경우 대항마로 3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세균 측도 “황교안이 대권 주자로 크려면 종로 도전이 답”이라며 그의 출마를 ‘고대’하는 분위기다. 민주당과 청와대도 황교안이 종로에 나올 경우 임종석으로는 역부족일 것으로 판단하고 정세균 출마를 지원할 것이란 설이 돈다. 그러나 정세균이 미리 출마를 선언하면 황교안이 부담을 느껴 종로 출마를 피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정세균 측은 입을 다물고 있다. 황교안이 민주당의 종로 공천에 키를 쥔 형국이다. 10일 국회에서 황교안을 만나 물어봤다.
 
종로 출마할 뜻이 있나.
“당의 결정에 따를 것인데 지금은 결정된 것이 전혀 없다.”
 
당 말고 본인의 의사는.
“지금은 내가 당에 가장 기여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보고 있는 단계다. 어디 출마한다. 이렇게 말할 단계가 전혀 아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원장 김세연 의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황교안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는 것이 정공법”이라고 말했다가 입장을 후퇴했다. “방송에서 하도 집중적으로 물어보길래 ‘종로 출마도 좋은 방안의 하나’란 취지로 말한 게 부풀려졌다. 비례대표 후보 순번을 20번대로 해 출마하는 방안도 나름 전략적 포석이다.”
 
한국당 소식통에 따르면 김세연 의원은 당 지도부로부터 “앞으로는 민감한 질문은 즉답 안 해도 되겠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만큼 황교안에게 ‘종로 출마’는 민감한 사안이란 얘기다. 김 의원은 “민주당에서 누가 종로에 나올지와 함께 총선 직전 황 대표 지지율이 변수다. 상승세라면 비례대표로 나가면서 전국을 누비고, 하락세라면 종로에 출마해 돌파하는 시나리오다. 현재로는 어느 쪽이 맞을지 속단 못 한다.”고 했다.
 
여주·양평이 지역구인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5선)은 서울에 머무는 거처를 20년째 종로에 둬온 ‘종로통’이다. 그는 “정세균 아성이 워낙 강하다.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니 총리니 하는 직함만으론 종로에서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정 의원의 분석이다.
 
“정세균은 반상회까지 훑는다. 전직 국회의장이 어버이날 노인 행사에서 앞치마 두르고 밥을 나른다. ‘대권 주자’ 운운하며 지역구 스쳐 간 정치인들에게 혐오감 가진 주민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내가 2016년 총선 때 오세훈에게 ‘유명세만으론 안 된다’고 말렸는데도 대형 유세 위주로만 가다가 참패했고 그 뒤에도 회복이 안 되더라. 오죽하면 지역위원장 반납하고 종로를 떠났겠나. 황교안 대표가 종로에 나오겠다면 총선 10개월 전인 지금 지역위원장 맡고 매일 바닥을 훑어야 한다. 그래야만 주민들이 ‘전직 총리가 이 정도 하는구나’며 마음을 연다. 그러지 않고 내년 총선 직전에 출마한다면 당선은 턱도 없을 것이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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