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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들의 폭주 "귀여운 것이 너무 좋지 말입니다"

지난 10일 중국에서 개봉한 ‘명탐정 피카츄’가 어벤져스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간단한 스토리지만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귀여운 피카츄의 대박 인기에 영화 업계도 놀랐다.
[출처 <명탐정 피카츄> 광고 영상 캡처]

[출처 <명탐정 피카츄> 광고 영상 캡처]

<명탐정 피카츄>는 중국에서 개봉 이틀 만에 2억 위안의 흥행수입을 올렸고, 첫 주말 동안에만 1억 1400만 위안의 흥행수입을 올리는 저력을 보였다. 포켓몬의 실사영화인 명탐정 피카츄는 사실 스토리는 단순하다. 그보다 포켓몬을 좋아했던 키덜트를 위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키덜트(Kidult)란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로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가진 어른’들을 뜻한다. 중국에서도 키덜트가 급증하며 이들이 이끄는 '멍문화(萌文化; 귀여움을 추구하는 문화, 여기서는 '萌'이 귀여움을 뜻함)'가 뜨고 있다.
포켓몬을 너무 좋아하는 신부를 위해 중국의 예비 부부가 피카츄 컨셉의 결혼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출처 宸奸Timo 공식웨이보]

포켓몬을 너무 좋아하는 신부를 위해 중국의 예비 부부가 피카츄 컨셉의 결혼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출처 宸奸Timo 공식웨이보]

‘멍문화’의 시발점은 애니메이션의 왕국, 일본이다. 때로는 박진감 넘치는 화면으로, 때로는 귀여운 캐릭터로 무구한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써 내려온 일본. 멍문화는 초반에 '애니메이션과 2차원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문화를 형용하는 좁은 의미'로 쓰이곤 했다.
 
이후 키덜트가 등장했고, 이들 문화는 더이상 애니메이션에 국한하지 않게 되었다. 일본을 주축으로 동아시아에서 시작된 문화는 점차 바다를 건너 유럽과 미국 등으로 전파되었고, 경제적 수익까지 창출하는 문화로 주목받게 되었다.
‘멍문화’가 ‘멍경제’를 창출한다
다 큰 어른이 단순히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데 ‘경제를 활성화’한다고?
 
그 배경에는 거대한 산업 체인이 숨겨져 있다. 애니메이션-피규어-게임-완구류-오프라인 체험점-애니콘(OST 콘서트) 등등 귀여운 캐릭터에서 파생되는 산업 생태계는 생각보다 크다. 멍문화는 점점 커지는 규모에 비례하며 상당한 경제적 수익 효과를 내고 있다.
 
글로벌 캐릭터 기업의 저력을 보여준 라인프렌즈(Line friends)
글로벌 캐릭터 브랜드 라인 프렌즈(Line Friends)는 메신저 라인(Line)에서 만든 캐릭터로, 처음에는 메신저 내에서 이모티콘으로 사용되었다. 라인이 글로벌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메신저의 기능을 하게 되자, 라인 캐릭터도 함께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라인은 캐릭터를 활용한 제품라인을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짓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신의 한 수'였다.
 
라인프렌즈는 현재 중국, 미국, 일본, 태국 등 14개국에서 누적 147개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메신저 사업을 바탕으로 성장한 라인프렌즈 캐릭터는 이제 독자법인으로 우뚝 섰다. 얼마 전에는 글로벌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과 콜라보하여 그들에게 캐릭터를 만들게 하더니, 이게 또 중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일본 쿠마모토현을 살린 쿠마몬
일본의 쿠마몬은 중국에서도 인기가 많다. [출처 甜少女图文 공식웨이보]

일본의 쿠마몬은 중국에서도 인기가 많다. [출처 甜少女图文 공식웨이보]

일본의 쿠마몬은 쿠마모토 현의 캐릭터로 일본 현지에선 헬로키티 이후 가장 성공한 캐릭터 상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쿠마몬 등장 전, 쿠마모토 현은 일본 내에서 인지도 없는 곳이었다. 쿠마몬은 2011년 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들어온 홍보 로고 의뢰를 거절하고, 캐릭터 사용을 제안한 디자이너의 선견지명 덕분에 태어났다.
 
쿠마몬은 장남감 인형뿐 아니라 다른 상품(컵, 노트, 색연필, 컴퓨터 주변 제품 등)으로도 제작되었고 점점 인기를 얻더니, 해외에 쿠마몬 타이틀을 건 커피숍을 개장하기까지 한다. 중국 상하이의 유명 관광지 동방명주(东方明珠) 앞에도 쿠마몬 커피숍이 있다. 2016년 기준, 쿠마몬 관련 상품 매출액은 1280억 엔(약 1조 4천억 원)에 달한다.
 
인형, 이모티콘만? No, 이제는 로고까지 캐릭터로
왼쪽부터 톈마오(天猫), 징둥(京东), 쑤닝(苏宁)의 로고 [출처 바이두백과]

왼쪽부터 톈마오(天猫), 징둥(京东), 쑤닝(苏宁)의 로고 [출처 바이두백과]

중국에서도 캐릭터를 활용하여 인기를 얻은 기업은 많다. 공개 데이터에 따르면, 동물 캐릭터가 그려진 간식 식품은 소비를 25% 증가시킨다고 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중국의 인터넷 쇼핑몰 로고는 대다수가 동물 캐릭터로 이루어졌다. 알리바바의 톈마오는 고양이, 징둥은 강아지, 쑤닝은 사자 등 귀여운 캐릭터가 로고를 대신한다.
멍문화의 이유 있는 흥행
남녀노소의 역할이 뚜렷한 유교사회인 동아시아에서 멍문화가 자연스럽게 확산된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
 
멍문화는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힐링’이라는 요소와 맞물려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소비된다. 귀여운 캐릭터나 제품을 보는 순간 방금까지 느꼈던 짜증과 압박감이 사라지고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를 짓게 된다. 단순히 보는 것 뿐 아니라 입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가 된다. 성인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큐트한 스타일’로 꾸미며 스스로 힐링하고 만족스러워 한다.
피카츄 옷을 입은 성인 [출처 21世纪经济报道 공식웨이보]

피카츄 옷을 입은 성인 [출처 21世纪经济报道 공식웨이보]

키덜트의 폭주
중국의 대표적인 IP 만화완구 판매점인 팝마트(泡泡玛特; POP MART) [출처 바이두백과]

중국의 대표적인 IP 만화완구 판매점인 팝마트(泡泡玛特; POP MART) [출처 바이두백과]

중국 ACGN(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소설)의 이용자는 2014년 5천만 명에서 2018년 8천만 명으로급증했다. 중국 산업정보망(中国产业信息)에 따르면 중국의 대표적인 IP 만화완구 판매점인 팝마트(泡泡玛特; POP MART)의 2017년 영업이익은 1.8억 위안(약 310억 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104% 이상 증가했다. 특히 18-35세의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키덜트족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고가의 완구류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 중국 키덜트의 고가 장난감에 대한 소비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 완구시장도 덩달아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만 그럴까? 아니다, 한국에서도 키덜트의 폭주는 지속되고 있다.
 
한국 키덜트의 영향력은 장난감 소품이나 완구뿐 아니라 식음료, 화장품 등까지 빠르게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추세다. 얼마 전 우정사업본부는 카카오 프렌즈 기념우표를 100만장 발행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한국의 캐릭터를 국내외에 알리기 위한 취지로 진행되었는데, 카카오 캐릭터를 좋아하는 중국에 사는 지인도 따로 구매해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어른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한국 CGV에서 포켓몬과 콜라보로 만든 '포켓몬 케이크 피규어' [출처 关爱胖蛋成长大佬 공식웨이보]

한국 CGV에서 포켓몬과 콜라보로 만든 '포켓몬 케이크 피규어' [출처 关爱胖蛋成长大佬 공식웨이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한국 캐릭터 산업 시장 규모는 무려 12조 7천억 원에 달한다. 매년 20%씩 성장하는 키덜트 시장 공략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콜라보 상품을 출시한다. CGV는 캐릭터 영화 상영 때마다 다양한 곳과의 콜라보로 키덜트족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얼마 전 <명탐정 피카츄>가 개봉했을 때, 포켓몬과 콜라보로 ‘포켓몬 케이크 피규어’ 음료를 만들기도 했다.
 
사람들은 귀엽기만 하면 산다. 이른 바 ‘가심비’가 통하는 것이다. 귀여움이 문화 콘텐츠를 지배하고 있는 요즘, 기성 시대는 이러한 모습을 달갑게 보지 않기도 한다. ‘그 나이가 되어서 무슨’이라는 둥 자칫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말로 무시한다.
 
반면 20-30대 사이에서는 개성을 존중하고 ‘소확행’이 확산되며 ‘어른다움’을 요구하기보다 자연스러운 취미로 이해한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위안을 주는 귀여운 캐릭터는 힘이 된다. 일단 짧은 다리로 열심히 추리하는 피카츄를 봐라. 너무 귀엽지 않은가.
 
글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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