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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지방 전원주택 단지 … 성패 여부는 일자리

기자
손웅익 사진 손웅익
[더,오래]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25)
고령사회가 곧 도래할 것을 예측하고 사회 각 분야에서 준비에 들어간 지 십수 년이 흘렀다. 그동안 각종 정책 토론회, 세미나와 포럼의 주제는 ‘저출산 고령화’가 주를 이루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제 ‘저출산 고령화’라는 단어는 너무 남발돼 식상할 지경이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아직 해법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제 예측한 대로 베이비부머의 본격적인 은퇴로 고령사회로 급속히 진행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와 함께 사회 각 분야에서 복합적으로 고령화로 인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워낙 거센 쓰나미로 밀고 들어오니 그야말로 대책이 없어 보인다. 가장 심각한 이슈는 백세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고령자의 경제적인 문제다. 퇴직 연령은 낮아지고 퇴직 후 살아갈 시간은 자꾸 늘어나는데 경제적인 준비는 안 돼 있고 일자리도 마땅치 않은 현실이다.


19세대 주거용 전원주택 단지들
몇 년 전 설문자료를 보면 퇴직 후 도시를 떠나 자연환경이 좋은 전원에서 인생 후반전을 살고 싶다는 응답자가 적지 않았다. [사진 pixabay]

몇 년 전 설문자료를 보면 퇴직 후 도시를 떠나 자연환경이 좋은 전원에서 인생 후반전을 살고 싶다는 응답자가 적지 않았다. [사진 pixabay]

 
몇 년 전 설문자료를 보면 퇴직 후 제주도에 가서 살고 싶다는 사람이 많았다. 제주도는 아니더라도 도시를 떠나 자연환경이 좋은 전원에서 인생 후반전을 살고 싶다는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 그러한 바람이 전원주택 붐으로 이어졌고 특히 수도권에는 수많은 전원주택 단지가 등장했다. 이때 난립한 전원주택 단지는 인허가를 쉽게 받으려고 대부분 19세대의 소형단지로 개발됐다.
 
이렇게 작은 규모의 주택단지는 필지를 그야말로 바둑판 모양으로 쪼개고 법적 도로 폭만을 확보하면서 법적 허용 규모인 19세대 주거용으로 지어졌다. 그렇게 조성된 작은 단지가 여러 개 모여 있어 전체 세대수가 제법 많다고 해도 그곳에 편의시설조차 없는 불편한 주거지가 되는 것이다.
 
또한 지형·지세가 좋지 않은 지역이나 경사가 심한 산지 등을 개발하면서 높은 축대를 쌓고 도로 경사도 심해 자칫 위험해 보이는 주거지가 상당히 많다. 이렇게 개발된 소형 전원주택 단지는 앞으로 고령자가 살기에 더 불편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으론 민간 분야에서 고령사회 주거문제를 오랜 시간 연구하고 이상적인 은퇴자 마을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그들은 선진국의 은퇴자 마을을 심도 있게 연구하고 한국형 모델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의료, 문화, 교육, 상업, 운동시설까지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이상적인 주거지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전남 곡성에 위치한 ‘강빛마을’. 지자체에서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해도 재원확보가 쉽지 않다. [중앙포토]

전남 곡성에 위치한 ‘강빛마을’. 지자체에서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해도 재원확보가 쉽지 않다. [중앙포토]

 
지자체에서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해도 재원확보가 쉽지 않다. 도시에서 살던 사람을 지방으로 유치하려고 멋진 그림을 구상하지만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주거단지가 성공하려면 인프라를 먼저 완성하는 것이 순서이지만 어쩔 수 없이 주택을 먼저 분양해 재원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언제 생활 인프라가 조성될지도 모르는 지방에 도시인이 선뜻 이주하기 어렵다.
 
결국 이상적인 은퇴자 마을 구상은 그림으로 남고 수도권에 난립하고 있는 소형 주택단지 중의 하나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나마 수도권은 각종 생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혜택 범위에 들어가지만 지방에 개발된 이러한 주거지는 그러한 혜택과도 거리가 멀다. 고령자가 살기 적당하지 않다.
 
전라남도 어느 지자체에서 강변에 100세대가 넘게 조성해 놓은 대규모 은퇴자 주거단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강변 야산을 깎아서 지어놓은 대규모 주거단지는 집 모양이나 색이 똑같은 데다 도로를 따라 일렬로 지어놓아 단지 경관이 그리 아름답지 못했다. 그러나 여기도 생활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고 더 우려되는 것은 입주자의 소득 프로그램을 사전에 세심하게 고민하지 않은 듯했다.


전원주택 분양받은 사람 중 30%만 입주
청도군 각북면 오산리 전원주택 단지의 전경.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청도군 각북면 오산리 전원주택 단지의 전경.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이렇게 단독주택만을 대규모로 지어놓은 단지의 경우 경제적으로 별문제 없는 사람이나 안정적인 연금생활자가 산다면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계속 이곳에 살면서 적더라도 지속적인 소득이 필요한 사람한테 적절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실제 이곳 주택 분양률과 상관없이 입주해서 사는 가구가 30%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조성 당시 투자를 목적으로 분양받았건, 실제 거주용으로 분양받았건 입주율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일자리나 소득 프로그램의 부재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본다. 최근에 입주한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소득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다고 하니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선후가 바뀐 느낌이 있다.
 
예측대로 우리는 어느덧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고령사회의 고민 중 일자리와 주거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도시를 떠나 전원생활을 하고자 하는 은퇴자가 많다. 그들 중에 상당수는 지속적인 소득에 대한 불안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인구 자연감소로 인한 지방 마을소멸이 현실화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마을재생, 어촌뉴딜300, 강마을 사업 등 국비가 지원되는 지방 살리기 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대부분 지역 하드웨어에 투자하는 계획이다. 이러한 사업에 도시 은퇴자 유치와 일자리 프로그램을 연계한다면 전원생활을 원하는 은퇴자에게 여러 가지 희망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손웅익 프리랜서 건축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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