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혜 학생(17·여)이 자작시 '흉터'를 한 구절씩 읽어내려갈 때마다 강당 안 사람들은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상처가 흉터가 되어 깊게 새겨진 역사를 품고 우린 살아갑니다”라는 마지막 구절로 시 낭송이 끝나자 여기저기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 5일 인천시 서구 신현동 인천 신현고등학교 회화관에서는 '6·25 유공자 어르신 초청행사'가 열렸다. 교사들과 함께 식사를 마친 참전용사들이 오후 1시쯤 학생회 임원들의 손을 잡고 행사 장소로 들어섰다. 미리 모인 1, 2 학년 학생들과 교직원 등 400여명이 좌우에서 참전용사들을 힘찬 박수로 맞이했다.
![참전용사들이 행사 도중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인천신현고 제공]](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6/11/fae74dd9-b628-4540-b8bb-d98a5b112531.jpg)
참전용사들이 행사 도중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인천신현고 제공]
학생회에서 결정…참전용사 30명 초청
지난달 학교 측은 매년 진행하던 이 행사를 두고 격년제로 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학교에서 하라고 추천할 것인지 논의했다. 학생회 토의 결과 계속 진행하자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아 올해도 행사가 열렸다.
행사가 시작되자 학교 측은 무대 스크린에 참전용사의 이름, 참전장소, 계급, 출신 지역을 띄우고 참석한 참전용사를 한명씩 소개했다. 지난해에 참석했지만 고인이 돼 참석하지 못한 참전용사를 소개할 때는 모두가 엄숙한 분위기로 명복을 빌었다. 이어 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에 대한 감사의 글 발표로 이어졌다.
행사 준비를 담당한 박대훈 교사는 올해 행사를 2주 정도 앞두고 참전용사를 위한 시나 편지를 응모 받았는데 그중 강지혜 학생의 작품이 선정돼 대표로 시를 낭송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작시 '흉터'를 낭송한 강지혜 학생은 “할아버지가 베트남전에 참전하신 적 있어 참전용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며 “최근에도 '국가 유공자에 편지쓰기' 교외행사에 참석하려고 알아보는 등 관심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전통 장을 포장해 참전용사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사진 인천신현고 제공]](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6/11/f74349b2-609c-441b-b8a4-47bc86f1c197.jpg)
학생들이 직접 만든 전통 장을 포장해 참전용사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사진 인천신현고 제공]
학생들, 전통 장 만들어 선물로
행사에 참석한 대부분의 학생은 의미 있는 이 행사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보경(17·여) 학생회장은 “전통 장을 만든 뒤 포장해서 어르신들에게 드리는데 뿌듯했다”며 “참전용사를 위한 시 쓰기 공모에도 많은 학생이 응모한 것으로 안다”라고 했다. 조혜진(17·여) 학생도 “인천 신현고만의 뜻깊은 행사라 생각한다”며 “할아버지들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셔서 후배들도 이 행사를 통해 아픈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전용사들이 학생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사진 인천신현고 제공]](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6/11/dac7aeb1-e603-4d87-8c6a-548bcb6e0323.jpg)
참전용사들이 학생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사진 인천신현고 제공]
“50년 동안 배려받은 적 없어”
행사가 끝난 뒤 강용희(90) 대한민국 6·25 참전 유공자회 인천시 서부지회장은 “참전용사 중에는 ‘타 지역에서 사는 50년 동안 배려받은 적 없었다’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며 행사를 연 학교 측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지난해 참석한 분 중에 2명이 돌아가시고 4명은 병상에 계시다”며 “오늘 참석하신 분 중 내년에도 오실 수 있는 분이 누군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고근혜 인천 신현고 교감은 “학생들의 뜻이 중요하다”라며 “학생들이 행사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 계속 진행하길 원한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