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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혁의 B트레이닝] 같은 슬랩 수술, 류현진과 왕첸밍의 다른 길

같은 어깨 수술을 받았음에도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류현진과 왕첸밍

같은 어깨 수술을 받았음에도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류현진과 왕첸밍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 다저스)과 '대만 특급' 왕첸밍(전 캔자스시티)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아시아 출신으로 높은 관심 속에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키가 190cm가 넘는 장신. 무엇보다 '슬랩(SLAP)'이라는 어깨 수술까지 받았다. 공교롭게도 수술 이후 커리어는 180도 다르다.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승인 19승(2006·2007년)을 두 번이나 기록하고, 사이영상 투표 2위(2006년)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왕첸밍은 수술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반면 류현진은 오히려 상승세를 타고 있다. 슬랩이라는 똑같은 어깨 수술에도 결과가 상반된 원인은 무엇일까.

어깨 관절에는 관절와순이라는 연골 조직이 있다. 어깨 관절 안정화에 기여하는 쿠션과도 같은데, 슬랩은 바로 이 관절와순의 손상을 뜻한다. 흔히 팔을 어깨 위로 들어 올리는 '오버헤드' 동작이 많은 종목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투구 동작이 많은 투수들 대부분에게 슬랩이 있다. 슬랩을 입게 되면 어깨 관절이 불안정해져 투수는 팔을 뒤로 젖히는 이른바 '코킹(cocking)' 시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어깨 수술 이후 수년간 재활에 집중했지만 결국 복귀에 실패, 은퇴를 선택한 전병두. IS포토

어깨 수술 이후 수년간 재활에 집중했지만 결국 복귀에 실패, 은퇴를 선택한 전병두. IS포토


슬랩의 수술 여부에 대해서는 논쟁이 계속된다.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수술 전 경기력을 되찾지 못하는 선수가 많기 때문이다. 전병두(전 SK)는 어깨 수술 이후 5년 넘게 재활했으나 끝내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같은 팀의 '파이어볼러' 엄정욱도 어깨 수술 이후 저하된 구속과 반복되는 어깨 통증으로 기량을 회복하는 데 실패했다. KBO 리그를 대표했던 윤석민(KIA)도 어깨 수술 이후 예전 경기력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여러 논문 자료에 의하면, 슬랩 수술을 받은 투수가 수술 전 기량을 회복할 확률은 50% 정도라고 한다. 두 명 중 한 명만 성공한다는 의미다. 류현진은 운 좋게도 '성공하는 한 명'인 셈이다.

하지만 성공률이 낮다고 무조건 수술을 꺼려서는 안 된다.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척 보먼 트레이닝 코디네이터는 "손상 부위가 클수록 수술 이후 회복이 오래 걸리는 것은 물론이고 재활 성공률도 현저히 떨어진다"면서 "재활과 여러 치료법에도 손상이 계속 진행된다면 수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슬랩 수술 이후 재기에 실패한 왕첸밍은 수술 당시 봉합 나사못을 무려 13개나 박았다. 봉합 나사못은 연골의 찢어진 부위를 꿰맬 때 쓰이는데, 연골의 손상 정도가 클수록 봉합 나사못이 더 많이 필요하다. 왕첸밍의 재활을 도운 제이슨 챙 트레이너는 "어깨 수술은 재활과 주사 요법 등 보존적 치료법이 우선돼야 한다"며 "보존적 치료법이 효과가 없으면 수술해야 하지만, 대만 선수들은 어깨 수술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라 수술을 기피하다가 적절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왕첸밍도 그런 경우였다"고 말했다.

 


류현진이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왕첸밍과 달리 적절한 시기에 수술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어깨 통증으로 2014·2015년 두 차례에 걸쳐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체계적인 메이저리그 재활 시스템에도 어깨 통증이 사라지지 않자 수술을 결심했다. 수술 대신 통증 주사와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공을 계속 던졌다면 손상이 점점 커져 슬랩 수술 이후 '실패하는 한 명'이 됐을지도 모른다.

어깨 수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막연히 피하는 것보다 재활과 수술 사이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활 효과가 없다면 적절한 시기에 수술받는 것이 선수들의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

슬랩은 잘못된 투구 하나로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90% 이상은 어깨의 과사용으로 발생한다. 그래서 근력이 약하고 신체 성장이 덜 된 어린 선수에게는 '투구 수 제한'이 매우 중요하다. 많이 던질수록 슬랩의 위험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 존 홉킨스 병원의 존 윌킨스 박사는 고등학교 야구선수의 적정 투구 수를 일주일에 100개 미만으로 권유한다. 100개는 시합과 불펜피칭을 모두 합한 수다. 모두가 간과하면 안 되는 조언이다.
 
허재혁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 트레이너
정리=배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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