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안혜리 논설위원이 간다]3만3000원씩 낸 14만 명, 세계 공연시장을 뒤집어놨다

BTS의 지난 6월 1일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 모습.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BTS의 지난 6월 1일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 모습.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메탈리카'가 방탄소년단(BTS)보다 더 많이 번다. 그것도 두 배나. 4050세대에겐 전설의 밴드일지 몰라도 지금 전 세계 공연시장의 큰손인 밀레니얼 세대에겐 낯선 '할아버지 밴드'(1983년 결성)일 뿐인 메탈리카가 올 들어 5월까지 월드투어로 올린 티켓 수입은 3000억 원에 육박(2억2253만 달러)한다. 투어링데이터에 따르면 같은 기간 BTS 티켓 수입(9909만 달러, 1168억 원)의 두 배가 넘는다. BTS의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6월 1~2일)이 빠진 집계라는 점을 고려해도 BTS 팬클럽 아미(ARMY)는 물론 웬만한 사람들도 믿기 어려운 큰 격차다.  
메탈리카의 지난 2017년 내한공연 모습. 1983년 결성한 '할아버지 그룹' 메탈리카는 올해 가장 핫한 보이그룹 BTS의 두 배가 넘는 글로벌 공연수익을 올렸다. [중앙포토]

메탈리카의 지난 2017년 내한공연 모습. 1983년 결성한 '할아버지 그룹' 메탈리카는 올해 가장 핫한 보이그룹 BTS의 두 배가 넘는 글로벌 공연수익을 올렸다. [중앙포토]

 지난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세계적 화제를 모은 퀸처럼 특별한 얘깃거리도 없었는데 메탈리카는 어떻게 단일 스타디움 공연(웸블리) 티켓을 못 구한 대기인원만 27만 명을 만들어낸 BTS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공연 수입을 올렸을까. '제2의 비틀즈'라며 전 세계 언론이 극찬한 글로벌 최고의 보이그룹 BTS는 왜 메탈리카보다도 못 벌었을까.  
BTS의 지난 1일 런던 웸블리 공연 모습. 6만 객석이 순식간에 매진된 것은 물론 대기만 27만 명을 넘기자 공연이 하루 더 연장됐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BTS의 지난 1일 런던 웸블리 공연 모습. 6만 객석이 순식간에 매진된 것은 물론 대기만 27만 명을 넘기자 공연이 하루 더 연장됐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76 vs 22, 바로 공연횟수다. 기꺼이 지갑을 열겠다는 무시무시한 팬덤을 전 대륙에 걸쳐 확보한 BTS라 해도 음원이나 유튜브 광고, 굿즈 판매와 달리 티켓 수익은 공연장에 직접 서야만 올릴 수 있다. 공연장 규모, 그걸 채울 수 있는 집객 능력 면에서 BTS가 메탈리카보다 앞서지만 횟수의 간극을 좁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109쪽짜리 음악산업 보고서를 냈던 유안타증권 박성호 미디어·엔터 애널리스트는 "콘서트는 보다 넓은 공연장에서 보다 많이 진행할수록 수익이 커진다"고 말했다. 제아무리 BTS라도 공연시장에선 많이 공연해야 많이 벌 수 있다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올해 메탈리카는 총 150회, BTS는 이보다 훨씬 적은 58회 공연만 예정돼 있는 만큼 올 연말 집계할 때도 둘 간의 티켓 수익 격차는 크게 줄지 않을 전망이다.  

그런데 만약 무대에 한 번 서는 것만으로 두 번, 세 번, 아니 열 번 무대에 선 것처럼 관객을 모으고 티켓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횟수가 지배해온 공연시장 게임의 규칙이 완전히 달라진다. 열렬한 팬덤 덕에 공연당 수입이 훨씬 많은 BTS라면 메탈리카처럼 굳이 이틀에 한 번꼴로 무대에 서지 않고서도 훨씬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손오공의 분신술이 아니라면 실현 불가능한 꿈같은 소리에 불과했지만 BTS는 이런 비현실적인 마법을 현실로 만들었다. 과거엔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해낸 웸블리 공연의 네이버 V라이브 스트리밍 얘기다.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직접 공연을 관람한 팬은 6만 명이지만 V라이브 유료 서비스를 통해 14만 명이 동시에 공연을 즐겼다. 공연 티켓수익에 맞먹는 46억 원을 벌어들였다. [사진 V라이브 캡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직접 공연을 관람한 팬은 6만 명이지만 V라이브 유료 서비스를 통해 14만 명이 동시에 공연을 즐겼다. 공연 티켓수익에 맞먹는 46억 원을 벌어들였다. [사진 V라이브 캡처]

음악전문지가 아닌 경제전문지인 포브스가 이번 웸블리 공연을 의미 있게 다룬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포브스는 "공연 실황 DVD나 주요 장면을 담은 넷플릭스 음악영화가 아니라 콘서트 전체를 실시간 스트리밍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고 했다.  

사실 한국에선 공연 실시간 스트리밍이 아주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V라이브는 이미 2016년 빅뱅의 잠실올림픽체조경기장 공연을 라이브 스트리밍했다. 또 일본·홍콩·한국에서 사흘 동안 이어서 열리는 Mnet의 연말 K팝 축제인 MAMA 시상식도 2018년 V라이브와 유튜브 채널을 합해 3200만 뷰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유럽, 그것도 9만명 수용 가능한 대형 야외 공연장에서의 스트리밍은 국내외를 통틀어 아직 시도된 적이 없다. 게다가 일 인당 28달러(1500코인, 3만3000원)에 달하는 꽤 비싼 유료 서비스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BTS의 웸블리 기자회견 모습. RM(오른쪽에서 세 번째)은 "라이브 스트리밍이 혁신적이고 이례적인 일이라 고무돼 있다"고 했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BTS의 웸블리 기자회견 모습. RM(오른쪽에서 세 번째)은 "라이브 스트리밍이 혁신적이고 이례적인 일이라 고무돼 있다"고 했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웸블리 공연 직전 기자회견에서 BTS 리더 RM은 "수만, 수십만 명의 사람들에게 동시에 고화질로 공연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혁신적이고 이례적인 일이라 굉장히 고무돼 있다"며 보다 많은 팬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데 큰 의미를 뒀다. 하지만 'BTS가 공연의 경계를 테스트하다'는 포브스 기사 제목처럼 이번 시도는 단순히 기술력을 토대로 스타와 팬이 실시간 소통했다는 차원을 넘어 공연의 장점이자 한계인 현장성을 무너뜨리는 완전히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공연 스트리밍으로 돈을 버는 시대를 열었다는 말이다.  

BTS는 V라이브를 통해 웸블리 공연 전체를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했다. 인당 3만3000원 뿐 아니라 디지털 응원봉 판매 등 모바일로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사진 V라이브 캡처]

BTS는 V라이브를 통해 웸블리 공연 전체를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했다. 인당 3만3000원 뿐 아니라 디지털 응원봉 판매 등 모바일로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사진 V라이브 캡처]

결코 과장이 아니다. 지난 2일 새벽 3시 30분, 그러니까 영국 시간으로 1일 오후 7시 30분 웸블리에서 공연을 즐긴 인원은 6만 명이었지만 V라이브로는 전 세계에서 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4만 명이 각자 3만3000원씩 내고 공연을 즐겼다. 총결제금액 46억2000만 원으로, 올해 BTS 월드투어의 공연당 평균 티켓 수입(53억 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2015년 서비스 시작 후 3년 동안 V라이브가 올린 누적 유료 거래액이 230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네이버에 더 의미 있는 매출이기도 하다. 런던에서 막 돌아온 네이버 V CIC 박선영 공동대표가 "꼭 현장이 아니더라도 모바일을 통해 돈 주고 공연을 실시간으로 즐기는 수요층이 있다는 게 이번 유료 스트리밍으로 증명됐다"며 "새로운 시장의 선점을 기대한다"고 흥분이 섞인 목소리로 말한 건 이런 맥락이다.  

월드투어 티켓수입

월드투어 티켓수입

이번 스트리밍은 BTS보다 네이버가 훨씬 더 큰 공을 들인 프로젝트다. V라이브 앱을 서비스하는 V CIC뿐 아니라 전사적인 TF를 구성해 이번 웸블리 라이브 스트리밍에 개발자 120여 명을 동원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불과 두 달의 짧은 준비 기간 동안 수시로 런던 출장을 다녀왔다. 단순히 라이브로 매끈하게 송출하기만 해서는 안 되고 페이 결제와 자막 등 숱한 인프라가 필요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들어간 비용이나 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얼마나 수익을 나눴는지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박 대표는 "미국과 동남아는 라이브 스트리밍을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춰진 편이고 유럽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는데 이번 웸블리 공연을 통해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했다"며 "향후 유럽에서 같은 시도를 한다면 비용을 훨씬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BTS 보고서를 냈던 현대경제연구원 박용정 선임연구원은 "K팝이 뮤지션 연습 영상으로 유튜브 광고 수익을 만들어낸 것처럼 공연 스트리밍 역시 완전히 새로운 수익모델"이라며 "접근성이 높다 보니 소비자 지갑이 훨씬 더 쉽게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BTS가 기존 K팝 스타들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길을 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통상 뮤지션 수입의 80% 이상이 콘서트에서 나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음악시장인 북미시장에서 대형 공연장을 장기간 빌릴 수 있는 미국과 유럽의 몇몇 톱 뮤지션에 비하면 존재감이 아직은 2% 부족하다. 이번 라이브 스트리밍 유료 서비스는 BTS가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전략으로 이같은 공연시장 판도를 뒤집어놓을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기대도 나온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CJ ENM 관계자는 "막강한 팬덤과 상품성을 지닌 BTS이기에 가능한 아주 이례적인 사례"라고 했다. 하지만 박선영 대표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한 아이돌 그룹의 도쿄돔 공연 스트리밍 문의가 오는 등 관심이 많다"며 "BTS 소속사인 빅히트 쪽으로는 해외 뮤지션들로부터 적잖은 문의가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다만 변하는 세상에 맞춰 K팝이 공연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에 과감한 선제 투자를 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LTE 가입자 수가 2011년 1000만 명에서 2017년 26억 명으로 늘며 유튜브 뮤직비디오가 K팝의 글로벌 팬덤 확장에 큰 기여를 했던 것처럼 실시간 송수신이 가능한 5G 시대에 공연 라이브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수익모델이 자리 잡을 수 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BTS가 역사를 쓰고 있는 것처럼 V라이브가 이런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