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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핀란드의 혁신 정신 배워 오길 기대한다

핀란드는 북유럽의 작은 나라다. 경제 규모(GDP)는 한국의 6분의 1, 인구는 9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도 핀란드를 업신여기지 않는다. 유엔 발표 세계행복지수 2년 연속 1위,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발표 글로벌 혁신지수 7위 등의 순위가 강소국임을 말해 준다. 숙련된 노동력, 수준 높은 교육, 정치적 안정성 등을 바탕으로 매년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핀란드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스타트업 분야 등에서 양국 협력을 약속했다. 이번 문 대통령 핀란드 방문에는 이례적으로 스타트업과 벤처업계 위주로 경제사절단이 꾸려졌다. 혁신 강국이자 스타트업 강국인 핀란드에서 그만큼 배울 만한 점이 많다는 의미다. 어제 문 대통령이 시찰한 헬싱키의 오타니에미 단지는 우리에게도 유명한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 ‘앵그리 버드’의 탄생지이기도 하다.
 
핀란드 혁신 산업 중 특히 눈여겨볼 것은 디지털 헬스케어와 모빌리티 분야다. 둘 다 한국에서는 규제 장벽과 이해 집단 간 갈등에 갇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분야다.
 
핀란드 정부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기 위해 2012년 ‘바이오 뱅크법’을 제정했다. 인체에서 채취한 혈액·조직·세포 등의 유전정보를 빅데이터로 구축해 관련 연구를 지원하려는 목적이다. 재작년에는 핀란드 국민 10%에 해당하는 50만 명의 유전자를 수집·분석하겠다는 ‘핀젠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의료·건강 정보의 2차 이용을 허용하는 법률도 제정했다. 이런 환경에 힘입어 핀란드에는 글로벌 제약사와 헬스산업 기업이 몰려들고 관련 스타트업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과 의료 민영화 불가 등을 이유로 원격의료조차 허용 않는 우리 현실과는 대조적이다.
 
모바일 앱을 이용한 모빌리티 서비스 ‘휨(WHIM)’도 벤치마킹 대상이다. 휨은 버스·전철·택시는 물론 심지어 전동스쿠터까지 동원해 끊임없는 이동성을 확보해 주는 서비스다. 핀란드도 우버 같은 승차 공유 문제로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승차 공유를 합법화하면서 택시요금과 택시면허 총량에 대한 규제를 없애는 등 해결책을 찾자 ‘휨’ 같은 혁신적 사업의 등장이 가능했다.
 
핀란드의 혁신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한때 GDP의 4분의 1을 차지했던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장 대응 실패로 몰락하자 위기가 찾아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다섯 번의 마이너스 성장을 겪는 등 침체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런 도전에 대한 응전의 방식이 바로 과감한 혁신 정책이었다.
 
혁신을 관통하는 정신은 다름 아닌 실용주의다. 소규모 개방 경제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공허한 이념이나 비현실적인 명분이 아니다. 핀란드는 한때 이웃한 대국 러시아와 맞서 싸웠으나 생존을 위해서는 현실 노선을 택했다. 러시아 영향력에 휘둘렸던 핀란드의 행보를 두고 ‘핀란드화(Finlandization)’라는 비하적 느낌의 용어까지 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실용주의가 없었다면 핀란드의 생존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 생존의 바탕 위에서 핀란드는 오늘날 민주주의와 풍요를 누리는 모범 국가가 됐다. 문 대통령이 핀란드에서 혁신의 노하우와 함께 그 저류를 관통하는 실용주의의 정신도 함께 체감하고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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