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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안심 립스틱, 유아용 코딩교재…육아서 얻은 창업 아이템

‘CEO맘’ 된 경단녀
‘경단녀’, 출산·육아 등으로 퇴사해 직장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부르는 말이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이들은 경력이 끊긴 이후 사회에 복귀하기까지 평균 8.5년이 소요된다. 그만큼 사회에 발을 다시 내딛기가 어렵다. 그런데 요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로 무장한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출생) 엄마들은 예외인 듯하다. 이들은 생활 속 불편을 창업 아이템으로 발전시키거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단절된 경력을 극복해 간다. 젊은 엄마들의 거침없는 반란이 시작됐다. 
 
‘CEO맘’ 원혜성씨가 자신의 립스틱 제품이 진열된 편집숍을 둘러보고 있다.

‘CEO맘’ 원혜성씨가 자신의 립스틱 제품이 진열된 편집숍을 둘러보고 있다.

# 주부 원혜성(40·경기도 용인시)씨는 2015년 8월 딸 율희를 낳고 이듬해 취업을 준비했다. 그러던 중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가 운영하는 ‘엄마를 위한 캠퍼스’에 지원했다. 모든 창업 과정을 무료로 배울 수 있고, 수업 중엔 구글이 제공하는 베이비시터 서비스에 율희를 맡길 수 있었기 때문. 원씨는 강의를 들으며 모유 수유도 병행했다. 원씨는 잡지사 뷰티 에디터로 일했던 경력을 살려 천연 성분 립스틱으로 창업 상품을 정했다. 부족한 자금은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은 3000만원으로 충당했다. 그렇게 브랜드 ‘율립’이 탄생했다. 지금까지 월 최고 매출은 2500만원 선. 그는 육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딸과 뽀뽀해도 안심할 수 있는 립스틱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 주부 권영선(39·경기도 김포시)씨는 과거 웹진 기자로 5년간 근무했지만 결혼하면서 경력이 끊어졌다. 두 아이가 유치원에 간 3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유치원 파견교사로 일하다 유치원 교재 출판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지난해 9월 한국여성벤처협회의 기술혁신형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7000만원을 지원받아 유치원용 코딩 교재 시제품을 제작, 출판사 키즈알버트를 차렸다. 얼마 전 대형 유치원 10곳에 납품 계약을 맺었으며 앞으로 해외 수출까지 꿈꾸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워라밸 문화 덕에 독박 육아의 짐을 덜기 시작했다. ‘○○ 엄마’가 아닌 자신의 온전한 이름으로 불리며 삶을 당당하게 개척할 수 있는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자는 2014년 3421명에서 지난해 1만7662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워킹맘(일하는 엄마) 증가에도 한몫했다. 그 덕분인지 여성 고용률이 지난 4월 기준 57.5%로 2000년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여성 인구는 1년 전보다 2만8000여 명이 적은데도 취업자는 오히려 5만6000명 늘어났다.
 
따로 사무실이 없는 원혜성씨는 딸 율희를 유치원에 등·하원 시키면서

따로 사무실이 없는 원혜성씨는 딸 율희를 유치원에 등·하원 시키면서

율희가 놀이터에서 놀거나

율희가 놀이터에서 놀거나

집에 있을 때 노트북으로 업무를 본다.

집에 있을 때 노트북으로 업무를 본다.

여성 고용률, 2000년 이후 최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배우자 출산 휴가의 확대를 담은 ‘남녀 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 기간은 최대 1년에서 2년으로, 배우자 출산 휴가는 유급 3일에서 유급 10일로 늘어난다. 경력 단절 없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이루고, 자녀의 출생에서부터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모습도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바깥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노크한 밀레니얼 세대의 경단녀를 위해 정부·지자체·기업 등의 지원 프로그램도 바뀌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변화가 아기와 동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겨난 것이다. 그간 엄마들에겐 외출하려면 아기를 누군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고민부터가 걸림돌이었다. 이에 구글코리아는 2015년 7월 엄마·아빠가 아기와 입장할 수 있는 ‘엄마를 위한 캠퍼스’를 서울 영동대로의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 개설했다.
 
보육시설 갖춘 스타트업 캠퍼스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의 조윤민 시니어 프로그램 매니저는 “한국인 정서에 맞춰 18개월 미만인 아기가 놀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며 “전문 돌보미가 아기를 돌봐 엄마들이 안심하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조사, 비즈니스 모델 기획, 마케팅, 브랜딩, 펀딩 등 창업을 교육·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은 기수당 9회씩 진행하는데, 지난 4년간 총 94명이 거쳐갔다.
 
창업 초읽기에 들어간 예비 여성창업가를 전폭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생겼다. 중소벤처기업부 위탁 수행기관인 한국여성벤처협회가 지난 3월 예비창업 패키지 프로그램에서 만 39세 이하 예비 여성창업가 100명을 모집했는데 당시 730명이 몰렸다. 창업사업화 비용을 기업당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하는 데다 전담 멘토가 사업 관리와 창업·경영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취업 전후 모든 과정을 한 기관에서 지원하는 원스톱 서비스도 워킹맘의 활약에 힘을 실어 줬다. 경단녀가 일자리를 찾으러 돌아다니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해 여가부가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마련했다. 이곳에서 취업설계사가 상담부터 직업교육훈련·인턴십·사후관리까지 종합 취업 서비스를 제공한다. 외출하기 어려운 여성에겐 찾아가는 취업지원 서비스도 제공한다.
 
2017년 기준 센터 교육수료생 1만4788명 가운데 1만829명이 취업했다. 취업률 73.2%를 자랑한다. 이건정 여가부 여성정책국장은 “여성이 출산·육아 때문에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경력단절 예방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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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