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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하노이 망신, 사전합의 없이 3차회담 안 할 것”

북·미 싱가포르 회담 1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지 1년. 북·미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는 이벤트에선 성공했지만, 그 이후엔 북·미 관계 정상화, 평화체제 구축, 비핵화와 유해송환이라는 네 가지의 미완의 약속만 남았다. 지난 2월 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한 뒤 비핵화 협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미국 내 동아시아 전문가 6명에게 현재 북·미의 상태 진단과 향후 전망을 들었다. 이들은 오는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선언한 뒤 2020 대선전에 돌입하는 게 북·미 협상의 기회인 동시에 제약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중앙일보의 ‘싱가포르 1주년’ 설문에서 연내 3차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성사될 것 같지 않다”며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명확한 진전에 대한 북한의 보장 없이 3차 정상회담을 수용하면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재선 도전은 기회이자 제약
 
김정은, 트럼프

김정은, 트럼프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도 “북한이 실무협상을 이어갈 용의가 있다면 진전이 가능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김정은 정권은 위협을 하면서 미국이 선제적 조치로 제재 해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틀림없이 가능하다”며 ‘김정은 변수’를 들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와 협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고, 어느 종류의 합의든 하노이 실패를 만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두 사람 모두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자신들이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 때 만나야 한다는 데서 큰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를 갔듯 직접 진전 부족 상태를 극복하려고 나서거나, 향후 북한의 추가 도발 행위로 조성된 긴장을 완화하는 3차 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했다. 미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려 한다면 위기 해결용 정상회담이 필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정은, 하노이 만회 위해 성과 필요
 
빅터 차 전략국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CSIS 연구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5년 동안 비핵화 협상이 결렬될 때 평균 6개월 안에 주요 대량살상무기 도발을 감행했다”며 “올 여름 또는 가을에 북한이 도발한다면, 트럼프가 2017년의 ‘화염과 분노’로 돌아갈지, 김정은에 대한 구애는 성공이라고 계속 주장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차 석좌는 “김정은이 북한 지도자로선 처음으로 하노이에서 망신을 당했기 때문에 어느 쪽도 사전 합의 없는 3차 회담은 원하지 않는다”며 “실무회담에 힘이 실리고 전통적 외교 협상처럼 구체적 사전 합의를 촉진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북·미 양쪽이 타협할 의사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국 전문가들은 교착 상태의 해법을 놓고 대북 압박 강화와 미국의 빅딜 양보로 의견이 갈렸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김정은은 하노이에서 비핵화의 정의와 로드맵·시간표를 거부하고 핵무기의 핵심 요소들은 계속 보유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정책을 전환해 압도적 압박을 가하지 않는 이상 북한의 이런 입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클링너 연구원도 “북한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약속한 실무회담을 6개월 넘게 거부한 데 이어 하노이 실패 이후 북미는 물론 남북회담까지 일절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타운 연구원은 “일괄타결식 빅딜 대신 단계적 스몰 딜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대선 채비에 들어간 상황에선 3차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작지만 2020년에 회담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경우든 3차 정상회담에 앞서 비핵화와 평화의 진전을 이룰 구체적 조치에 합의하는 게 결정적”이라며 “평화협정 체결은 미국으로선 상대적으로 비용부담이 없는 대신 북한이 구체적 비핵화 조치로 호응할 수 있는 중요한 상징적 제스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수용할 수 없는 제재 해제 대신 평화협정 체결을 북한에 제안하는 것을 해법으로 제안한 것이다.
  
“압박 강화” “단계적 스몰딜” 해법 갈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통상 비공개로 합의한 뒤 발표하던 방식이 아닌 공개적인 자리에서 제안이 나왔다는 점을 두곤 남북 간에 소통이 원활치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쉽사리 바뀔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현준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은 “북·미건 남북이건 당장은 힘들고 찬바람이 불어야 가시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의 충격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지난 4월 10일을 전후해 당과 정부의 간부들을 교체하는 등 내부 정비를 했다”며 “아직 대외 관계에 나설 정도로 전략수립이나 시스템 정비가 마무리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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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