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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감독이 검지 들어 이우찬 118개 투구 이끈 이유


LG 이우찬. 사진=정시종 기자


류중일(56) LG 감독은 왜 개인 한 경기 최고 투구 수가 96개였던 선발투수 이우찬(27)이 118개의 공을 던지도록 했을까?

한마디로 선수를 향한 사령탑의 '믿음'과 '배려'가 담겨 있다.
 
지난 9일 대전 LG-한화전. LG 선발투수 이우찬은 1-1 동점이던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최재훈에게 볼넷을 내줬다. 후속 최진행 타석에서 1루 견제구를 던져 2루로 뛰던 최재훈을 아웃 처리하고 한 고비를 넘기는 듯했다. 하지만 후속 최진행에게 볼넷, 다음 타자 노시환에게는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자동 고의4구를 포함해 이날에만 무려 8번째 4사구였다.

이때까지 투구 수가 110개. 이미 개인 통산 한 경기 최다 투구 수를 훌쩍 넘겼다. 입단 9년 만인 올 시즌 처음 선발 등판의 기회를 받은 그는 통산 4차례 선발 출격에서 79개-96개-86개-86개의 공을 던졌을 뿐이었다.

1-1 동점 2사 1·2루의 득점권 위기에 한 점만 내주면 분위기를 내줄 수 있는 상황이었고, 여기에 마운드에 서 있던 초짜 선발투수는 제구력 난조로 3연속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그 순간 우리 나이로 39세의 베테랑 포수 이성우와 신예 이우찬은 교체를 염두해서인지 더그아웃을 응시했다. 이미 선발투수 교체가 이뤄져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인데 종전 개인 최다 투구 수와 선발 경험을 고려하면 더욱 그랬다.  


그럼에도 류중일 감독은 확고했다. 오히려 더그아웃 바로 앞까지 나와 오른쪽 검지를 들어 보였다. '마지막 타자다. 한 타자만 더 상대해라'라는 의미였다.
 
후속 타자가 좌타자 정은원으로, 좌투수 이우찬이 우타자(피안타율 0.217)보다 좌타자(0.159)에게 더 강한 점도 고려됐다.
 
견제 실책으로 몰린 2사 2·3에 몰렸으나 사령탑이 보낸 제스처의 의미를 이해한 이우찬은 더 힘껏 공을 던졌고, 정은원과 8구 승부 끝에 결국 투수 앞 땅볼로 이날 자신의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직접 처리했다. 6이닝 4피안타 1실점에 투구 수는 총 118개. 자신의 개인 한 경기 최다 투구 수(종전 96개)를 한번에 무려 22개나 더 늘렸다.
 
류중일 감독은 이날 경기 전에 "대타 작전이 성공하면 가장 기분 좋다. 반면 가장 어려운 점은 투수 교체 타이밍이다. 결국은 결과론인데 투수 교체에 실패하면 가장 힘들다"고 얘기했다. 다음 등판의 투구 내용을 봐야 하겠지만, 이 경기만 놓고 보면 결과론적으로 '이우찬 밀어붙이기'는 성공했다. 이우찬의 퀄리티스타트로 불펜을 조금이나마 아낀 LG는 적재적소에 투입한 임찬규-진해수-문광은-정우영-고우석 등이 상대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연장 11회 이형종의 결승 2점홈런 속에 3-1로 이겨 한 주를 5승1패로 기분 좋게 마감했다.
 
경기 이후 만난 류중일 감독의 판단을 들어 보면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선발투수가 마운드에 올라 동점 상황인데 어떻게 바꾸겠나. 정은원과 대결에서 출루를 허용하거나 실점했다면 여러 부분을 고려해 바꾸려고 계획했다. 만약 팀이 앞선 상황에서 선발투수가 승리 요건을 갖췄다면, 또 같은 상황에 불펜 투수가 마운드에 있었으면 바꿨겠지만 동점 상황이라면 선발투수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 결국 이우찬이 정은원까지 막고 LG가 이어진 7회초 점수를 뽑았다면 이우찬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류중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8년간 꾸준히 보여 온 스타일이다. 류중일 감독은 앞서 "국내 선발진에게 돌아가며 휴식을 부여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로는 첫 번째 계획 대상은 이번 주 화-일 등판해야 하는 베테랑 류제국이기에 이우찬의 당장 휴식을 염두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우찬은 이날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또 하나의 알을 깨고 나왔다. 그는 "감독님께서 검지 제스처로 '한 타자만 더 힘내 보라'고 하신 것 같았다. 일부러 퀄리티 스타트를 시켜 주시려고 그런 것 같다. 그 믿음을 등에 업고 전력투구했다. 정말 감사드린다"며 "실점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말했다.
 
이제 5번째 선발 등판을 마친 이우찬은 "최대한 빠른 카운트에서 승부해 투구 수를 줄여 효율적인 피칭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감독의 '믿음'에 선수는 또 하나의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대전=이형석 기자 lee.hyeongseok@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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