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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치인들, 개성이 어딨는지도 몰라” …미 의회·국무부 설득나선 개성공단 기업인들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가 고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주 개성공단 자산점검을 위한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했으며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등을 통해 대북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가 고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주 개성공단 자산점검을 위한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했으며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등을 통해 대북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미국 의회와 정부 등을 상대로 개성공단 재개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해 10일 미국으로 떠났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김진향 개성공단지원재단 이사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10여 명의 대표단이 10~16일 미 워싱턴D.C.와 로스앤젤레스(LA)를 방문하는 일정이다.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북한의 4차 핵실험(2016년 1월) 등에 따른 박근혜정부의 대응 조치로 폐쇄됐고, 3년 4개월이 흘렀다. 특히 2017년 이후 미국의 대북 제재가 전방위로 강화되면서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는 미국의 대북 제재와 연계된 사안이 됐다.
“미국에서는 개성이 어딨는지도 잘 몰라요”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가 ‘협회가 왜 미국 설득에 나서게 됐는지’를 설명하면서 귀띔한 얘기다. “개성공단이 비무장지대(DMZ) 바로 아래 있다고 하면 (미국 측에서) 매우 놀란다”면서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을 북 핵개발에 전용되는 이른바 ‘달러박스’로 생각해 개성공단 문제를 제재 조치로만 인식하는 듯하다”며 “정작 개성공단이 어디에 있고, 남북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등에 대해서는 잘 모르더라”고 말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을 비롯한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10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17일까지 미국 의회 등을 방문해 개성공단의 평화적 가치와 재개 필요성을 알릴 예정이다.(개성공단기업협회 제공) 2019.6.10/뉴스1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을 비롯한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10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17일까지 미국 의회 등을 방문해 개성공단의 평화적 가치와 재개 필요성을 알릴 예정이다.(개성공단기업협회 제공) 2019.6.10/뉴스1

 
협회가 이번 미국 방문에서 ‘개성공단 설명회’에 각별히 공을 들인 이유다.  
‘개성공단 설명회’는 11일 오후 4시(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연방하원 빌딩에서 브래드 셔먼(민주·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 위원장이 주관해 열린다. 미 의회가 개성공단 관련해 한국 기업인들의 입장을 듣기는 처음이다.  
김진향 개성공단지원재단 이사장이 발표자로 나서 개성공단의 평화적 가치와 역할, 공단 재개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다. 협회는 미 의원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  
김 이사장은 특히 북측 노동자의 임금수준과 지급과정 등을 설명하면서 임금의 무기개발 전용설이 근거가 없고, 달러박스로 오해돼온 걸 바로잡을 작정이다.
이와 관련 정기섭 회장은 “개성공단 노동자 5만 여명에게 지급된 임금은 연간 1억 달러(약 1200억원) 정도로, 한달에 1인당 30달러 안팎”이라며 “여기에서 세금 30%를 제외하면 20여달러 정도로 전용할만한 규모가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단 폐쇄가 당시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정부의 대응 성격이다보니 임금 부분이 미측에 잘못 전달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2004년 이후 공단이 12년 간 존재하면서 남북관계에 미친 평화·경제적 영향을 설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2013년 9월 개성공단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는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2013년 9월 개성공단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는 모습. [연합뉴스]

13일 오전 미 국무부 면담도 중요한 일정이다. 현 제재 등 대북 정책을 실행하는 부처인 만큼 개성공단 기업인들 입장을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누구를 만나게 될지는 현지에 가서야 결정될 것 같다고 협회 측은 전했다.
방미 대표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경제 발전 가치를 강조하는 점을 겨냥해 국무부에선 “개성공단이 북측에 자본주의 경제 인식을 재고했고, 시장 경제를 촉진시켜 비핵화로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할 계획이다.  
김학권 협회 고문은 “개성공단 가동 때 북측 노동자에게 미국산 쌀을 지급했는데 쌀알이 크다고 국내산 쌀보다 더 좋아했다”며 “미국에 가면 북측 주민도 생활에 보탬이 되면 미국산 쌀도 받는다는 걸 얘기해주고 싶다”고 했다. 
대표단은 이밖에 12일엔 미 싱크탱크인 평화연구소(USIP), 스팀슨센터 한반도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갖고, 14일엔 LA로 건너가 현지 기자회견, 한인 상공인 단체 등과 간담회를 한다.
“정부 바껴도 공단 재개 요원, 야당은 색안경…마냥 기다릴 순 없었다”   
협회는 이번 미국 방문을 3월 말부터 준비해왔다. 미 의회나 정부 측과 어떻게 연락해야할지 몰라 중기협회와 미 비영리기구(NGO) 등에 문의했다고 한다. 미주 NGO단체인 민주참여포럼이 의회와 정부 측과 만남을 조율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이 17일 오후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복 승인을 발표하고 있다. 2019.5.17/뉴스1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이 17일 오후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복 승인을 발표하고 있다. 2019.5.17/뉴스1

정 회장은 “작년 남북정상회담도 열리고 평양선언에서 ‘여건이 조성되면 공단도 재개될 수 있다’고 해 기대했는데 달라진 게 없다. 또 야당은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개성공단 문제를 바라본다”며 “마냥 수동적 입장에서 기다리기 보다 우리가 개성공단 재개에 작은 보탬이라도 만들 수 있다면 노력해야겠다는 차원에서 미국 방문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정부가 공단 내 자산점검 목적의 기업인 방북을 승인한 것과 관련 “공단 재개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시설 점검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도 했다.
다만 공단 기업인들도 공단 재가동이 비핵화 진전과 함께 이뤄질 문제라는 점에 대해선 공감을 하고 있다. 정 회장은 “향후 공단 재개를 하려면 가동될 설비가 점검돼야 하고 현재 손상입은 부분에 대해서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며 북측에서도 방북 협의에 호응하길 촉구했다. 통일부가 기업인 방북을 위해 북측에 의사를 타진 중이나 지금까진 이렇다할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한용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공동위원장은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중 하나로 방북했을 당시를 언급하며 “북측 고위급 인사들이 개성공단 (재가동) 의지를 분명히 얘기했다고 들었다”며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 전 6월 20일 정도에 북측이 방북을 승인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과 입주기업인들이 3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가진 제9차 방북신청 및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4.30/뉴스1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과 입주기업인들이 3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가진 제9차 방북신청 및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4.30/뉴스1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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