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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삿바늘 휘두르고 휴대폰으로 찧고‥전공의 폭행 의대 교수 집행유예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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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병원에서 일하던 한 전공의 A씨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던 수술실에서 폭행을 당했다. 그는 당시 자신의 지도교수 김모씨(57)의 수술을 돕는 중이었다. 김씨는 환자 가슴에 달린 혹을 떼는 수술을 하던 중 전공의가 수술보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주사기에 담긴 생리식염수를 A씨 얼굴에 뿌렸다. 주먹으로 A씨 가슴을 여러 차례 때리기도 했다.
 
또 다른 전공의도 김씨의 폭행과 모욕에 시달렸다. 그는 환자 앞에서 김씨에게 환자의 수술비가 얼마인지 물었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 김씨는 휴대폰 모서리로 전공의의 머리를 두차례 때렸다. 다른 전공의들이 듣는 자리에서 ”이미 다 말했다 병XXX야“라며 그에게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김씨의 폭행은 장소와 도구를 가리지 않았다. 한 전공의는 진료실에서 수술보조를 제대로 못 했다는 이유로 머리를 여러 차례 맞았다. 김씨는 해당 전공의에게 주삿바늘도 휘둘렀다. 어느 날은 회진 중 환자 다리 부분에 반창고를 잘 붙이지 못했다며 머리를 맞았다. 수술방을 제대로 배정받지 못했단 이유로 뺨을 맞은 날도 있었다. 다른 전공의도 진단서 작성이 미숙했다며 아크릴 차트 판으로 머리를 맞았다. 
 
2018년 8월 서울동부지법이 쓴 한양대학교병원 전문의 겸 의과대학 교수 김씨의 판결문 중 일부다. 판결문에는 2015~2017년 김씨가 자신이 가르치는 전공의 7명에게 수술실ㆍ진료실 등에서 정강이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배를 때리는 등 수차례 폭행과 모욕적 말을 한 다양한 사례가 적혔다. 전공의(레지던트)는 의사면허를 딴 뒤 전문의 과정을 따기 위해 4년 동안 수련의 과정을 밟고 있는 의사를 말한다. 전공의들은 김씨 같은 지도전문의(지도교수)의 교육과 관리ㆍ감독을 받는다. 김씨의 폭행 사실은 2017년 폭행을 견디다 못한 전공의 2명이 당직 근무 중 잇따라 무단으로 이탈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김씨는 폭행과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죄질 무겁지만…교육 중 폭행” 벌금형 선고한 1심
1심은 김씨의 폭행과 모욕죄가 무겁다는 점은 인정했다. 김씨에게 맞거나 모욕적 말로 피해를 본 전공의가 7명에 이르는 점, 이들 각각이 폭행당한 횟수가 많은 점을 고려했다. 또 김씨에게 지도ㆍ감독을 받아야 했던 전공의들이 김씨의 폭행ㆍ모욕에 대해 심리적으로 위축돼 저항이나 반발이 어려웠다는 점도 참작했다. 전공의들은 피해 이후 상당한 정신적 충격에 시달렸고, 김씨는 화해를 시도했지만 재판이 끝날 때까지 용서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1심은 “김씨의 폭행이 발생하게 된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전공의들을 폭행한 시점은 대부분 수술 등 환자 치료와 관련해 발생했고 김씨의 폭행은 전공의들이 업무상 실수를 했을 때 김씨가 이를 질책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참작했다는 말이다. 법원은 “객관적인 폭행의 정도가 아주 심한 정도에 이르지 않다”며 김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벌금형은 가벼워 부당하다”
2심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1심의 벌금형을 파기하고 징역 6월에 2년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심은 “김씨는 전공의들을 오랜 기간 습관적으로 폭행했고, 때릴 때 도구를 사용하는 등 폭행의 정도가 약하다고 볼 수 없다”며 형량을 높였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도 2심 판결이 옳다고 보고 김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부산대병원ㆍ세브란스병원 등 여전한 전공의 폭행
전공의 폭행은 한양대병원만의 일은 아니다. 2017년 국정감사 때는 부산대병원 조교수 2명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전공의 11명에게 수차례 폭행을 한 사실이 폭로됐다. 조교수들에게 맞은 전공의들은 고막이 파열되거나 온몸에 멍이 들었고, 살결이 찢어져 서로 상처를 꿰매주기도 했다. 올해 2월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B조교수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C조교수에게는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최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산부의과 전공의 12명이 지도교수의 폭언과 인격 모독성 발언에 시달리다 학교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전공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가해자에 대한 확실한 처벌이나 불이익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7월 16일부터는 바뀐 전공의 법에 따라 폭행ㆍ성희롱 등 사건에 연루된 지도 교수에게 보건복지부가 지도전문의 자격을 취소할 수 있게 돼 최소한 교육이나 수련 업무에서는 배제할 수 있게 됐다”며 “법원 판결 이상으로 의료계 문화나 윤리적 잣대를 높여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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